중앙정부 부처와 산하 기관들은 연중 업무 중에도 항상 국정감사를 의식하면서 일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막무가내식 호통과 선정적인 이목 끌기로 눈총을 받긴 하지만, 국정감사가 대통령제하에서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적절하게 구현해내는 기능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지방정부에서는 어떨까? 행정사무감사가 지방정부의 입법기관(의회)과 집행기관(단체장) 간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담보해낼 정도의 무게를 지니고 있는가. 혹은 지방정부의 예산안 심의 절차는 어느 정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있나. 조례안 발의와 심사·의결에서 지방의회의 충분한 역할이 보장돼 있는 것일까? 단체장이 임명하는 주요 직위들에 대해 인사청문 절차가 실질적으로 이뤄질 수 있기는 하는 걸까?
이런 질문들은 고사하고 지방의회에는 자체적인 조직구성권과 세출예산 편성권조차 주어져 있지 않다는 점이 먼저 지적될 필요가 있겠다. 한마디로, 지방의회는 인력과 예산을 집행기관(단체장)의 처분에 의존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견제와 균형은커녕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의정활동을 기대할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다. 지방정부에서 단체장과 의회 간 위상과 권한의 불균형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 국회에서는 지방의회법 제정 논의가 되살아나고 있다. 이번 제22대 국회에서 발의돼 있는 지방의회법안은 모두 6건인데, 그중에 신정훈 의원이 올해 8월에 대표발의한 법안이 가장 진전된 내용을 담고 있어서 국회 통과를 기대하게 만든다. 특히 지방의회법 제정이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에 포함돼 있는 만큼 집권 여당에서도 연내에 법안이 제정돼야 한다는 데에 대체적인 공감대가 형성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지방의회법이 왜 필요할까”라는 의문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지방자치를 규율하는 모법은 지방자치법이고, 그동안 지방의회와 관련한 개정 수요가 생기면 지방자치법을 손보는 형태로 이에 대응해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선진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단독 법률로서 지방의회법을 가지고 있는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다면 선진국에도 없는 법률을 왜 굳이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야 하느냐는 의문은 당연히 제기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먼저, 선진국과 한국의 상황이 다르다는 점이 지적돼야 한다. 국민들 속에서 지방의회의 가치가 폭넓게 인정되고, 지방의 입법기관과 집행기관이 대등한 관계로 지방자치를 발전시켜온 경험이 오랫동안 축적돼 있다면 굳이 별도로 지방의회법을 만들지 않더라도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지방자치 선진국들이 별도의 지방의회법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은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지방자치의 가치와 전통이 확고하게 자리 잡지 못했고, 더구나 법체계와 법률 규정마저도 지방의회의 위상 정립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행 지방자치법이 단체장 중심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운영 원리와 제도를 규정하고 있어서 이 틀 속에서는 지방의회의 기능이 제대로 보장되기 어렵다는 점은 그동안 오랫동안 지적되어온 객관적 사실이다.
따라서 법체계를 먼저 바꾸고, 이를 통해 지방의회의 법적인 위상과 권한을 재정립함으로써 지방자치의 저변을 넓혀 나가는 것이 우리가 채택할 수 있는 처방전의 올바른 수순이 된다. 이러한 처방전의 구체적인 실천이 바로 별도의 법률로서 지방의회법을 제정하는 것임은 재론의 여지가 없는 사안이라고 하겠다. 빈약한 법 제도적 기반을 새롭게 구축해야 지방자치의 질적 도약이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방의회법 제정 시에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전국적 차원에서는 다양한 규모와 형태의 지방의회들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에, 지방의회법이 큰 틀에서 지방의회의 독립성, 전문성, 책임성을 담보하기 위한 법적 장치로 기능하면서도, 개별 지방의회들이 자율성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본다면, 지방의회와 관련한 법체계는 결국 ‘지방자치기본법’-‘지방의회법’-‘지방의회별 기본조례’의 형태로 정립돼 나가야 할 것이다.
지방의회법은 지방자치의 양대 축인 지방의회와 단체장 간 견제와 균형을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다. 그러나 너무나 분명하게도, 새로운 법률을 제정하는 일은 결국 국민의 신뢰와 지지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지방의회가 국민의 기대치에 부응하려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지방의회법 제정에 필요한 사회적 공감대를 높여 나가려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이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0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그렇다면 지방정부에서는 어떨까? 행정사무감사가 지방정부의 입법기관(의회)과 집행기관(단체장) 간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담보해낼 정도의 무게를 지니고 있는가. 혹은 지방정부의 예산안 심의 절차는 어느 정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있나. 조례안 발의와 심사·의결에서 지방의회의 충분한 역할이 보장돼 있는 것일까? 단체장이 임명하는 주요 직위들에 대해 인사청문 절차가 실질적으로 이뤄질 수 있기는 하는 걸까?
이런 질문들은 고사하고 지방의회에는 자체적인 조직구성권과 세출예산 편성권조차 주어져 있지 않다는 점이 먼저 지적될 필요가 있겠다. 한마디로, 지방의회는 인력과 예산을 집행기관(단체장)의 처분에 의존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견제와 균형은커녕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의정활동을 기대할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다. 지방정부에서 단체장과 의회 간 위상과 권한의 불균형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 국회에서는 지방의회법 제정 논의가 되살아나고 있다. 이번 제22대 국회에서 발의돼 있는 지방의회법안은 모두 6건인데, 그중에 신정훈 의원이 올해 8월에 대표발의한 법안이 가장 진전된 내용을 담고 있어서 국회 통과를 기대하게 만든다. 특히 지방의회법 제정이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에 포함돼 있는 만큼 집권 여당에서도 연내에 법안이 제정돼야 한다는 데에 대체적인 공감대가 형성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지방의회법이 왜 필요할까”라는 의문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지방자치를 규율하는 모법은 지방자치법이고, 그동안 지방의회와 관련한 개정 수요가 생기면 지방자치법을 손보는 형태로 이에 대응해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선진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단독 법률로서 지방의회법을 가지고 있는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다면 선진국에도 없는 법률을 왜 굳이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야 하느냐는 의문은 당연히 제기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먼저, 선진국과 한국의 상황이 다르다는 점이 지적돼야 한다. 국민들 속에서 지방의회의 가치가 폭넓게 인정되고, 지방의 입법기관과 집행기관이 대등한 관계로 지방자치를 발전시켜온 경험이 오랫동안 축적돼 있다면 굳이 별도로 지방의회법을 만들지 않더라도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지방자치 선진국들이 별도의 지방의회법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은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지방자치의 가치와 전통이 확고하게 자리 잡지 못했고, 더구나 법체계와 법률 규정마저도 지방의회의 위상 정립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행 지방자치법이 단체장 중심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운영 원리와 제도를 규정하고 있어서 이 틀 속에서는 지방의회의 기능이 제대로 보장되기 어렵다는 점은 그동안 오랫동안 지적되어온 객관적 사실이다.
따라서 법체계를 먼저 바꾸고, 이를 통해 지방의회의 법적인 위상과 권한을 재정립함으로써 지방자치의 저변을 넓혀 나가는 것이 우리가 채택할 수 있는 처방전의 올바른 수순이 된다. 이러한 처방전의 구체적인 실천이 바로 별도의 법률로서 지방의회법을 제정하는 것임은 재론의 여지가 없는 사안이라고 하겠다. 빈약한 법 제도적 기반을 새롭게 구축해야 지방자치의 질적 도약이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방의회법 제정 시에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전국적 차원에서는 다양한 규모와 형태의 지방의회들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에, 지방의회법이 큰 틀에서 지방의회의 독립성, 전문성, 책임성을 담보하기 위한 법적 장치로 기능하면서도, 개별 지방의회들이 자율성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본다면, 지방의회와 관련한 법체계는 결국 ‘지방자치기본법’-‘지방의회법’-‘지방의회별 기본조례’의 형태로 정립돼 나가야 할 것이다.
지방의회법은 지방자치의 양대 축인 지방의회와 단체장 간 견제와 균형을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다. 그러나 너무나 분명하게도, 새로운 법률을 제정하는 일은 결국 국민의 신뢰와 지지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지방의회가 국민의 기대치에 부응하려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지방의회법 제정에 필요한 사회적 공감대를 높여 나가려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이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0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