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레터] 공공기관 이전. 성패는 디테일에서 갈린다

머니투데이 더리더 서동욱 기자 2026.10.01 09:32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X
정부가 9월 3일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원칙 및 추진방향'을 발표했습니다. 수도권에 반드시 남아야 할 기관이 아니라면 지방으로 옮긴다는 '수도권 잔류 최소화'가 골자입니다. 350여 개 기관이 검토 대상입니다. 

기존 혁신도시 중심 배치와 지역 대학·산업 연계, 정주 여건 확충 등 5대 원칙이 제시됐습니다. 청사 신축을 기다리지 않고 민간 건물을 임차해 2027년부터 선도 기관 이전에 착수한다는 구상입니다. 구체적인 대상과 지역은 올 4분기 확정 계획에서 드러납니다.

방향은 옳습니다. 수도권 집중이 낳은 지방 소멸의 위기는 이제 구호가 아니라 통계로 확인되는 현실입니다. 2차 공공기관 이전의 성공은 국가 균형발전의 마중물이 되어야 합니다.

돌이켜보면 1차 이전 때도 잡음이 적지 않았습니다. 이전 기관과 지역을 둘러싼 지자체 간 신경전, 가족과 떨어져 사는 '나 홀로 이주' 논란, 기대만큼 채워지지 않은 교육·의료 등 정주 여건이 대표적입니다. 당시의 시행착오를 되풀이한다면 균형발전이라는 대의는 빛이 바랠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에는 넘어야 할 산이 더 높고 많습니다. 우선 노조의 반발입니다. 이전설이 거론되는 기관의 노조들은 이미 여러 차례 집회를 열며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습니다. 삶의 터전이 바뀌는 당사자를 설득하지 못하면 '속도감'은 곧 '졸속'이라는 비판으로 돌아옵니다. 노정 협의가 형식적 절차가 아닌 실질적 대화로 채워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다음은 통폐합 기관의 재무구조 안정화입니다. 정부는 역대 최대 규모인 109개 기관 감축 구상도 함께 내놓았습니다. 이전과 구조조정이 겹치면 조직은 이중의 충격을 받습니다. 합쳐진 기관의 부채와 중복 기능을 정리하면서 이전 비용까지 감당해야 하는 만큼, 그 부담이 국민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세밀한 설계가 필요합니다.

지역 간 갈등 조정도 난제입니다. 지자체마다 이른바 '알짜 기관'을 유치하겠다며 경쟁에 나서고 있습니다. 혁신도시 중심 집적 배치 원칙이 이미 자리 잡은 지역으로의 쏠림, 혹은 기관을 얻지 못한 지역의 박탈감으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배분 기준과 형평성을 투명하게 밝혀야 합니다.

관건은 꼼꼼함입니다. 발표문의 원칙이 현장의 실행 계획으로 구체화되지 않으면 이전은 또 하나의 정치적 이벤트로 끝날 수 있습니다. 이전 직원의 주거·교육·의료 대책, 노조와의 합의 로드맵, 통폐합 기관의 재무 시뮬레이션, 지역 간 배분 기준까지 촘촘히 준비해야 합니다. 실효적이고 실질적인 결과가 나올 때 비로소 이번 이전은 균형발전의 출발점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본 칼럼은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0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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