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의원 선거는 중대선거구제로 치러지기 때문에 의석 쏠림 현상이 덜한 듯하지만, 그래도 특정 지역들에서는 상황이 비슷하다. 이렇게 되면 지방의회 내에서 정당 간 경쟁이 존재하기 어려워 지방자치의 의미가 축소될 수밖에 없다. 물론 한 정당에 당선자를 몰아준 것도 주민들의 선택이므로 존중돼야 마땅하고, 여대야소 상황이라고 해서 의회가 본연의 역할을 못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부정적으로만 생각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간의 경험을 통해 우리는 의회의 구성이 다원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견제와 균형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한 해법은 주로 선거제도 개혁으로 제시되곤 했다. 광역의원 선거에서도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고, 기초의원 선거에서는 기존의 2~4인 선출을 3-5인 선출로 확대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선거결과 데이터를 보면, 그러한 처방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광역의원 선거구 4곳에서 3~4인을 선출하는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됐지만 1당의 독주를 제어하는 효과는 크지 않았다. 더구나 전국적으로 7곳의 기초의원 선거구에서 5인을 선출하는 대선거구제를 시범적으로 도입했는데도 거대 양당 이외의 정당들은 이곳에서 당선자를 한 명도 내지 못했다. 이는 6곳의 기초의원 선거구에서 5인을 선출하는 대선거구제를 시범적으로 도입했던 2022년 지방선거와 동일한 결과다.
이렇게 본다면, 문제는 꼭 선거제도에만 있는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즉, 어떤 선거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지역의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선택지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정당’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현재의 상황을 극복해내기 어렵다는 얘기다. 따라서 선거제도 이전에 정당에 대한 논의가 먼저 이뤄질 필요가 있다. 지역 사회에 강하게 뿌리내리고 주민들과 가까운 곳에서 생활정치를 구현해낼 정당이 새로운 해법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풀뿌리 조직으로서의 지구당(district party)과 지역정당(local party)이 모두 존재하지 않는다. 현행 정당법이 이를 허용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구당이 전국적인 수준에서 활동하는 정당(전국정당)의 하부조직이라면, 지역정당은 특정한 지역 내에서 활동할 것을 목표로 설립돼 그 지역의 선거에 후보자를 내세우는 정당을 말한다. 즉, 지역정당은 지역의 실생활 이슈와 풀뿌리 정치에 집중하면서 고유의 정당활동을 해나가는 독립된 정당이다.
따라서 지방정치 활성화를 위해서는 ‘돈 먹는 하마’로 지탄받아 폐지된 지구당을 되살리는 것보다 새롭게 지역정당을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더 나은 해법일 수 있다. 그래야 선거 시기에 지역민들에게 제공되는 실질적인 선택지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역정당을 가능하게 할 방안은 무엇일까? 두 가지 대안이 있다. 하나는 정당법을 개정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특별법에 특례 규정을 둔 후 조례에서 세부적인 규정을 하는 방안이다.
전자의 방안은 이미 20년 넘게 시도됐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따라서 필자는 후자를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본다. 구체적으로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에 ‘정당의 성립에 관한 특례’ 조항을 신설해 다음과 같은 세 개의 항목을 두는 방안이다. “① 「정당법」 제4조(성립)에도 불구하고 통합특별시 내에서만 활동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정당(이하 “지역정당”이라 한다)에 대해서는 정당의 성립 요건을 달리할 수 있다. ② 제1항에 따른 지역정당은 통합특별시의 지방선거에만 후보자를 추천할 수 있다. ③ 그 밖에 지역정당의 성립 및 운영 등에 관해 필요한 사항은 통합특별시 조례로 정한다.”
전남광주통합특별법에 담겨 있는 각종 특례 조항들의 취지를 살펴볼 때, 이와 같은 방식의 지역정당 허용은 가장 현실성이 높은 방안이다. 만약 지역정당이 전남광주특별시에서 좋은 평가를 받게 된다면 향후 다른 지역으로의 제도적 확산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경우 지역정당 운영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들은 해당 지방의회의 조례로 정할 수 있게 된다. 당연히 지방선거와 지방정치의 모습 또한 지금과는 확연히 달라질 것이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9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