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대한민국 형사사법 체계가 또 한 번 거대한 지각변동을 맞이합니다.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개정 형사소송법이 본격 시행되기 때문입니다. 일제강점기 이후 70여 년간 유지되어 온 형사절차의 큰 틀이 바뀌면서, 이제 수사의 처음과 끝은 오롯이 경찰의 손에 맡겨지게 되었습니다.
명분은 명확해 보입니다. '수사와 기소의 완전한 분리'를 통해 권력기관의 남용을 막겠다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현장의 현실은 정반대의 경고음을 울리고 있습니다. 수사 권한을 경찰이 사실상 독점하면서, 견제와 균형이라는 사법의 기본 원칙이 무너지고 그 피해가 온전히 국민의 기본권 침해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검찰의 보완수사가 없었다면 묻혔을 억울한 사건들은 수없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국민적 분노를 일으켰던 '부산 돌려차기 사건'입니다. 당초 경찰 단계에서는 단순 폭행 및 강간치상 혐의로 송치됐지만 검찰의 보완수사와 재감정을 통해 성범죄 정황의 실체가 드러났습니다.
최근 제주도에서 발생한 실종 사건은 경찰의 독점적 권한이 가져올 어두운 단면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담당 경찰관이 실종자와 통화했다는 허위 보고서를 작성하며 사건을 스스로 종결해 버린, 이른바 '셀프 종결'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경찰의 범죄 뭉개기와 초동대처 실패로 수사의 골든타임은 허망하게 날아갔고, 뒤늦게 파헤쳐진 진실 앞에 피해자와 가족들은 피눈물을 흘려야 했습니다.
법조계가 한목소리로 걱정하는 또 다른 대목은 '사법비용의 민영화' 문제입니다. 경찰이 사건을 불송치하거나 부실하게 수사를 종결할 경우, 억울한 피해자가 스스로 진실을 입증하기 위해 고가의 사설 로펌이나 전직 경찰 출신 변호사를 찾을 수밖에 없는 구조가 고착화할 것이란 예상입니다. 법적 지식과 자금력이 풍부한 이들은 사법 절차를 활용해 자신을 보호하겠지만, 서민과 사회적 약자들은 부실 수사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사법 복지의 사각지대로 내몰릴 것입니다.
형사사법제도의 존재하는 주된 목적은 국가 권력의 강화가 아닌 '억울한 피해자의 구제'와 '정의 실현'에 있습니다. 보완수사권 폐지라는 거대한 변화가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 제도의 허점을 메울 보완책 마련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합니다.
경찰 수사를 객관적으로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는 내부·외부 통제 시스템을 대폭 강화해야 합니다. 경찰의 부실 수사나 임의 종결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묻는 제도적 장치를 확립하고, 피해자가 사법 절차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재수사 요청 및 이의신청 제도의 실질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거창한 권력 개편의 구호 속에서 정작 국민의 삶과 안전이 방치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합니다. 꼼꼼한 보완책만이 국민의 실질적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마지막 보루입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8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