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권하는 ‘지방채 만능주의’를 막아라

[이슈인사이드]‘긴급한 경비’로 발행사유 확대, 책임과 ‘감시의 눈’ 작동 필요

머니투데이 더리더 최현승 기자 2026.09.02 09:30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X
▲지난 8월 5일 추미애 경기지사가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도 재정상태에 대해 ‘비상 상황’이라고 공식 선포했다./사진=뉴시스
민선 9기 출범 직후 지방정부 곳곳에서 ‘재정 비상’ 경고가 나오고 있다. 지난 8월 5일 추미애 경기지사는 지방채 증가 등을 거론하며 재정 비상 상황을 선언했다. 대전·인천·충남에서도 신임 단체장들이 어려운 재정 상황을 공개하며 사업 재검토에 들어갔다.

지방정부의 재정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지방채 의존도도 높아지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2025년 7월 발간한 ‘2024회계연도 결산 위원회별 분석’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가 당초예산에 편성한 지방채 규모는 2023년 2조8836억원에서 2025년 5조9209억원으로 2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었다. 전체 예산에서 지방채가 차지하는 비율인 지방채 의존율도 같은 기간 0.9%에서 1.8%로 두 배 높아졌다.

◇‘세입결함 보전’에서 ‘긴급 재정수요 충당’으로…넓어진 지방채 발행 사유
문제는 지방채 규모만이 아니다. 지방채를 발행할 수 있는 사유도 확대됐다. 지난해 10월 통과된 지방재정법 개정안에 따르면 “천재지변으로 발생한 예측할 수 없었던 세입결함의 보전”으로 규정됐던 지방채 발행 사유가 “천재지변이나 그 밖의 사전에 예측할 수 없었던 긴급한 재정수요에 필요한 경비의 충당”으로 변경됐다.

개정 조항 시행 이후 지방정부 예산 편성 과정에서는 ‘긴급한 재정수요’의 인정 범위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지방채 활용 범위가 기존 재정투자·재해 대응 사업에서 경상사업까지 확대될 수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제기됐다.

경기도는 2026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면서 기존 투자사업뿐 아니라 일부 운영·행사성 사업에도 지방채를 재원으로 배정했다. 문화체육관광국 소관 사업에는 총 6억3901만원의 지방채가 반영됐다. 지방채가 투입된 사업에는 시설 정비 사업뿐 아니라 전통문화 프로그램 운영, 문화관광축제 지원 등 프로그램·행사 운영 성격의 사업도 포함됐다.

경기도의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도 지방채 발행 범위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당시 이학수 경기도의원은 당시 예산 심의에서 “문화관광축제 지원 역시 축제 운영과 홍보 성격이 강한 사업으로 대표적인 경상성 경비에 가깝다”며 “이러한 사업까지 지방채 발행 대상이라고 본다면 앞으로 운영비, 행사비, 홍보비도 매칭 필요만 있으면 지방채로 충당할 수 있다는 잘못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충북도가 옥천군 농어촌 기본소득 사업의 도비 부담분을 지방채로 조달하려던 계획에는 제동이 걸렸다. 이 사업은 올해부터 2년간 옥천군 주민에게 매월 15만원을 지역상품권으로 지급하는 내용이다. 2년간 총사업비 1744억원 가운데 국비가 698억원을 부담하고 충북도와 옥천군이 각각 523억원을 마련해야 한다. 올해 충북도가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261억원이다.

당시 충북도는 2026년 당초예산에 지방채 1600억원을 반영해 연간 발행한도액 1683억원 가운데 83억원만 남겨둔 상태였다. 도는 예산 편성 이후 옥천군이 시범지역에 추가 선정되고 도비 부담률도 18%에서 30%로 높아졌다며, 농어촌 기본소득 사업을 위한 지방채 추가 발행이 가능한지 행정안전부에 문의했다.

행안부는 공모사업이어서 재정 부담을 예상할 수 있었고 매월 일정액이 반복적으로 지출되는 만큼 ‘사전에 예측할 수 없었던 긴급한 재정수요’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회신했다. 결국 도는 이후 도유지 매각대금과 내부 유보금 등과 세출 구조조정 등을 통해 재원을 확보했다.
▲신용한 충북지사가 임기 첫날인 7월 1일 도청 집무실에서 1호 결재인 ‘재정정상화위원회 구성 계획’을 승인하고 있다./사진=뉴스1
◇지자체 책임 높이고 지방의회 심사·시민 감시 강화해야
현행법상 지자체가 발행한도 내에서 지방채를 발행할 경우 지방의회 의결만 거치면 된다. 이 경우 행안부의 건별 협의나 승인은 받지 않는다. 만약 지자체가 한도를 초과해 발행하려면 행안부와 협의해야 한다.

지방채를 활용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진 만큼 재정운용에 대한 책임도 함께 강화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다. 염명배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지방정부의 지방채 활용 권한을 확대한다면 책임도 동시에 부여해야 한다”며 “발행한도와 지방의회 의결만으로는 장기적으로 도덕적 해이를 막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중앙정부의 관리 권한을 강화하거나 지방의회와 시민의 감시가 실질적으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며 “재정운용에 실패했을 때 책임을 묻는 장치도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방채 발행요건 완화가 지방정부의 재정난으로 직접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라휘문 성결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현재 지방채 발행한도제와 지방재정위기관리제도가 운영되고 있다”며 “발행요건 완화가 무분별한 지방채 발행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방의회가 지방채 발행 필요성과 상환계획을 엄정하게 심사하고 발행액과 사용처를 주민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공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9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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