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럼에도 여수라는 도시 앞에는 여전히 ‘청춘’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2012년 봄, 밴드 버스커버스커가 발표한 노래 ‘여수 밤바다’가 도시를 청춘과 낭만의 공간으로 각인시켰기 때문이다. 이처럼 예술을 통해 여수를 다시 청년이 찾아오는 도시로 만들 수 있다고 믿는 이가 있다. 청년 인구 감소로 활기를 잃은 원도심 신기동에서 청년마을 ‘가온’을 운영하는 백현공 대표(39)다. 청년마을 ‘가온’은 시가 전남형 청년마을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신기동 일대에 조성했다.
청년마을 가온은 청년예술 네트워크를 통한 도시재생을 꿈꾼다. 재즈 드러머 출신인 백 대표는 “‘여수 밤바다’라는 노래가 도시의 관광경제를 이끌었다”며 “예술 활동으로 여수의 활력과 미래를 되찾고 싶다”고 말했다. 또 그는 “도시는 건물만으로 살아 있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움직이는 사람이 있어야 활기를 되찾는다”며 “여수를 다시 청년과 예술이 숨쉬는 무대로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청년마을 참가자들은 숙식과 하루 한 끼 식사를 무료로 제공받는 대신 전시나 공연 등 창작활동으로 지역사회와 만난다.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청년 예술가들에게는 △여수낭만버스킹 △청춘버스킹 △여수거북선축제 등 지역 축제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흥국상가 빈 점포를 활용한 전시회도 열린다. 청년 예술가들은 대중들에게 자신의 재능을 선보일 기회를 얻고, 생활비도 해결한다.
가온은 운영 첫해 ‘3주 살이’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운영했지만, 2년차인 올해부터는 기간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가온 스테이’를 도입했다. 단기 체류 청년을 생활인구로 끌어들이고 장기 정착을 고민하는 청년에게도 기회를 넓히려는 취지다. 이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백 대표는 홍보를 위해 ‘찾아가는 사업설명회’를 제안했다.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매달 서울에 올라가 연남동 독립서점, 성수동 재즈클럽, 홍대 공유오피스 등을 빌려 청년 예술가들을 직접 만나 가온을 알렸다.
백 대표는 “서울 같은 대도시에 비해 여수는 경쟁은 심하지 않지만, 관광객이 많아 작품을 선보일 기회가 늘 열려 있다”며 “예술가에게는 창작과 경제적 자립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도시라는 점에서 여수의 매력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여수밤바다버스킹이나 청춘버스킹 무대처럼 꾸준히 공연 기회가 제공된다는 점도 청년예술가 정착에 좋은 조건”이라고 덧붙였다.
◇불안했던 서울을 떠나, 여수에서 자기만의 속도를 찾다
▲지난 11월 1일 여수 청년마을 ‘가온’ 현판을 직접 제작한 여은진 씨./사진제공=여은진
서울 양천구에서 직장인으로 일하던 여은진씨(27)는 지난해 SNS를 통해 ‘청년마을 가온’을 알게 됐다. “3주 동안만 살아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여수 여서동에 정착한 지 5개월 차다.
그는 현재 가온 복합문화공간 내 카페 2호점에서 근무하며 지역 주민과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고 있다. 여씨가 여수를 선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그는 “공기 좋고 풍경 좋은 곳에서 살고 싶다는 것이 막연한 바람이었다”며 “실제로 머물며 풍경보다 중요한 건 사람이라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또 그는 “가온은 마치 지인 같은 존재가 됐다”며 “동네 주민과 상인, 가온을 통해 만난 또래 청년들이 모두 연결돼 여수가 단순한 여행지가 아닌 생활공간으로 다가왔다”고 덧붙였다.
그는 청년예술인 전시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침체된 상권의 빈 점포를 임대해 서각 작품을 전시했고, 가온의 카페 현판 제작에도 참여했다. 여씨는 “서울에서는 늘 ‘뒤처질까’ 하는 불안이 컸지만, 여수에서는 오히려 속도를 늦추고 여유를 배우게 됐다”며 “지금은 나만의 속도에 맞춰 목표를 천천히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정착을 결심한 여씨에게 시는 다양한 지원을 제공했다. 전입 청년을 위한 ‘웰컴키트’를 받았고, 거주 기간에 따라 생활지원금도 받을 수 있다. 여씨는 “경제적 지원도 도움됐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일자리였다”며 “마침 가온 카페가 문을 열면서 자연스럽게 일할 기회까지 얻게 됐다”고 설명했다.
여씨는 여수 생활의 장단점을 모두 체감하고 있다. 그는 “대중교통은 서울보다 불편하지만, 대신 차가 막히는 일이 거의 없어 이동 시간이 단축된다”며 “보증금 부담이 적고 사람들과의 관계가 더 가깝게 형성된다는 점에서 여수 정착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거주지가 아닌 창작의 터전”…여수에서 예술과 삶의 균형을 만나다
▲지난 5월 24일 여수 빛광장 거리에서 열린 여수 낭만버스킹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는 박종경 씨./사진제공=박종경가온은 정착 청년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일정 기간 여수에 머물며 생활하는 ‘생활인구’ 개념을 실험하는 장이기도 하다. ‘DJ티즈’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뮤지션 박종경씨(39)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지만, 가온 프로그램을 통해 매달 절반 정도를 여수에서 보내며 창작활동을 이어간다.
박씨는 “예술가에게 중요한 건 물리적 거주가 아니라 창작할 수 있는 환경”이라며 “여수는 그 점에서 이상적이다. 공연과 전시 기회가 열려 있고, 지역민이 열린 태도로 받아준다”고 말했다. 그는 여수세계박람회장에 작업실을 열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또 박씨는 청년마을 가온을 통해 얻은 네트워크가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특히 “가온을 통해 지역 축제와 전남권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었다”며 “이 과정에서 많은 여수 친구들을 만나 즐겁게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가온에서 알게 된 예술가들과 교류를 통해 ‘여수’라는 곡을 만들었고, 올해 1월에 발표했다.
▲지난 5월 24일 여수 빛광장 거리에서 열린 여수 낭만버스킹 무대 모습/사진제공=박종경박씨는 서울이 아닌 새로운 지역 정착을 고민하는 청년 예술가들에게도 조언을 남겼다. 그는 “서울에서는 늘 바쁘고 치열하지만, 여수에서는 작업과 생활의 균형을 맞추기가 수월하다”며 “이곳에서 느끼는 안정감이 창작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새롭고 동시에 여유를 느낄 수 있는 환경에서는 자기만의 색깔을깊이 탐구할 수 있다”며 “예술가라면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해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관광지’를 넘어 ‘살고 싶은 도시’를 꿈꾸는 여수
▲지난 11월 23일 여수 청년마을 ‘가온’ 개소식에 참석한 정기명 여수시장(가운데) /사진제공=청년마을 ‘가온'시는 올해 569억원 규모의 청년예산을 편성했다. 전체 63개 사업이 △일자리 △주거·정착 △생활 △소통·참여 △교육 5개 분야에서 추진된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주거와 정착이다. 전체 예산의 57.7%가 투입된다. △전입 청년을 위한 ‘웰컴박스’ 지원 △청년임대주택 사업 △신혼부부 전세자금 이자 지원 등은 안정적인 주거 기반을 마련하는 핵심 사업이다. 더불어 출생기본수당, 결혼축하금 등도 포함돼 청년세대의 삶 전반을 뒷받침한다.
일자리 부문에서도 다각도의 노력이 진행 중이다. ‘여수형 청년 맞춤형 인턴’ 프로그램은 미취업 청년 400명에게 실무 경험을 제공한다. ‘청년도전 창업 지원사업’은 최대 2000만원의 창업 자금을 지원한다. 또한 ‘전남 청년 근속장려금 지원사업’을 통해 지역 중소기업 청년 근로자에게 최대 2000만원의 장기근속 인센티브를 제공해 정착을 유도하고 있다.
생활·문화 분야도 눈에 띈다. △청년 거리문화 한마당 △낭만버스킹 지원 △문화예술 창작활동 지원 등이 포함돼 청년예술인들이 지역에서 활동할 기반을 제공한다.
시 관계자는 “청년이 일자리와 주거, 문화, 교육을 모두 충족하며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종합적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며 “정착 청년뿐 아니라 생활인구와 관계인구까지 아우르는 정책으로 도시 활력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9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가온은 운영 첫해 ‘3주 살이’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운영했지만, 2년차인 올해부터는 기간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가온 스테이’를 도입했다. 단기 체류 청년을 생활인구로 끌어들이고 장기 정착을 고민하는 청년에게도 기회를 넓히려는 취지다. 이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백 대표는 홍보를 위해 ‘찾아가는 사업설명회’를 제안했다.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매달 서울에 올라가 연남동 독립서점, 성수동 재즈클럽, 홍대 공유오피스 등을 빌려 청년 예술가들을 직접 만나 가온을 알렸다.
백 대표는 “서울 같은 대도시에 비해 여수는 경쟁은 심하지 않지만, 관광객이 많아 작품을 선보일 기회가 늘 열려 있다”며 “예술가에게는 창작과 경제적 자립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도시라는 점에서 여수의 매력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여수밤바다버스킹이나 청춘버스킹 무대처럼 꾸준히 공연 기회가 제공된다는 점도 청년예술가 정착에 좋은 조건”이라고 덧붙였다.
◇불안했던 서울을 떠나, 여수에서 자기만의 속도를 찾다

그는 현재 가온 복합문화공간 내 카페 2호점에서 근무하며 지역 주민과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고 있다. 여씨가 여수를 선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그는 “공기 좋고 풍경 좋은 곳에서 살고 싶다는 것이 막연한 바람이었다”며 “실제로 머물며 풍경보다 중요한 건 사람이라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또 그는 “가온은 마치 지인 같은 존재가 됐다”며 “동네 주민과 상인, 가온을 통해 만난 또래 청년들이 모두 연결돼 여수가 단순한 여행지가 아닌 생활공간으로 다가왔다”고 덧붙였다.
그는 청년예술인 전시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침체된 상권의 빈 점포를 임대해 서각 작품을 전시했고, 가온의 카페 현판 제작에도 참여했다. 여씨는 “서울에서는 늘 ‘뒤처질까’ 하는 불안이 컸지만, 여수에서는 오히려 속도를 늦추고 여유를 배우게 됐다”며 “지금은 나만의 속도에 맞춰 목표를 천천히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정착을 결심한 여씨에게 시는 다양한 지원을 제공했다. 전입 청년을 위한 ‘웰컴키트’를 받았고, 거주 기간에 따라 생활지원금도 받을 수 있다. 여씨는 “경제적 지원도 도움됐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일자리였다”며 “마침 가온 카페가 문을 열면서 자연스럽게 일할 기회까지 얻게 됐다”고 설명했다.
여씨는 여수 생활의 장단점을 모두 체감하고 있다. 그는 “대중교통은 서울보다 불편하지만, 대신 차가 막히는 일이 거의 없어 이동 시간이 단축된다”며 “보증금 부담이 적고 사람들과의 관계가 더 가깝게 형성된다는 점에서 여수 정착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거주지가 아닌 창작의 터전”…여수에서 예술과 삶의 균형을 만나다

박씨는 “예술가에게 중요한 건 물리적 거주가 아니라 창작할 수 있는 환경”이라며 “여수는 그 점에서 이상적이다. 공연과 전시 기회가 열려 있고, 지역민이 열린 태도로 받아준다”고 말했다. 그는 여수세계박람회장에 작업실을 열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또 박씨는 청년마을 가온을 통해 얻은 네트워크가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특히 “가온을 통해 지역 축제와 전남권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었다”며 “이 과정에서 많은 여수 친구들을 만나 즐겁게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가온에서 알게 된 예술가들과 교류를 통해 ‘여수’라는 곡을 만들었고, 올해 1월에 발표했다.

◇‘관광지’를 넘어 ‘살고 싶은 도시’를 꿈꾸는 여수

일자리 부문에서도 다각도의 노력이 진행 중이다. ‘여수형 청년 맞춤형 인턴’ 프로그램은 미취업 청년 400명에게 실무 경험을 제공한다. ‘청년도전 창업 지원사업’은 최대 2000만원의 창업 자금을 지원한다. 또한 ‘전남 청년 근속장려금 지원사업’을 통해 지역 중소기업 청년 근로자에게 최대 2000만원의 장기근속 인센티브를 제공해 정착을 유도하고 있다.
생활·문화 분야도 눈에 띈다. △청년 거리문화 한마당 △낭만버스킹 지원 △문화예술 창작활동 지원 등이 포함돼 청년예술인들이 지역에서 활동할 기반을 제공한다.
시 관계자는 “청년이 일자리와 주거, 문화, 교육을 모두 충족하며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종합적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며 “정착 청년뿐 아니라 생활인구와 관계인구까지 아우르는 정책으로 도시 활력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9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