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여행에 경제도 꿈틀 ‘강진형 모델’ 선순환

[지자체 정책 활용법]관광 비용 절반 지역화폐로 환급, 소비·고용·소득까지 선순환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2025.10.02 10:06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편집자주인구 감소는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직면한 과제입니다. 각 지자체는 청년, 노인, 소상공인 등 다양한 주민의 필요를 반영한 맞춤형 지원책으로 지역의 활력을 되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머니투데이 <더리더>는 매달 한 곳의 지자체를 선정, 인구 감소를 극복하기 위해 주민들에게 어떤 정책과 지원책을 펼치고 있는지 자세히 소개합니다.
▲전남 강진만 생태공원을 찾은 관광객들/사진제공=강진군
전남 강진군이 여행 경비를 절반 지원하는 ‘반값여행’ 정책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인구 3만2000명의 작은 군에 지난해 동안 연간 282만 명이 방문, 인구 대비 60배가 넘는 관광객을 기록하며 생활인구 증대에도 기여하고 있다.

강진은 조선시대 한양에서 가장 먼 곳이라는 이유로 유배지로 활용되던 곳이다. 다산 정약용을 비롯한 수많은 선비들이 머물렀던 곳으로 유명하다. 근대화 과정에서는 다른 지역에 비해 산업과 관광 모두 더디게 발전하며 인구 소멸 위기를 맞았다. 1965년 12만7000명에 달하던 인구는 2025년 8월 현재 3만2000명으로 줄었다.

이같이 침체된 지역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은 것이 전국 최초로 시행된 ‘반값여행’이다. 반값여행은 군에서 지출한 관광 비용의 50%를 지역화폐인 ‘강진사랑상품권’으로 환급해주는 제도다. 1인당 3만원 이상 사용 시 최대 10만원, 2인 이상 팀 단위로 5만원 이상 사용 시 최대 20만원까지 돌려받을 수 있다.

1일 군에 따르면 지난해 1만5291팀이 신청했다. 이들은 46억9695만원을 소비, 21억9120만원을 모바일강진사랑상품권으로 돌려받았다. 올해의 경우 지난 9월 8일까지 총 161만 명(3만7988팀)이 군을 다녀갔다. 이들은 103억5173만원을 소비해 47억7361만원의 모바일강진사랑상품권으로 돌려받았다. 올해 사전신청은 준비된 예산이 소진돼 지난 8월 31일부로 종료됐다.

올해 관광객 소비 내역은 △외식업 40% △소매업 27% △숙박업 24% △기타 서비스업 6% △1차 산업 1% 순으로 집계됐다. 군은 전년 대비 외식·숙박·서비스업 등 소상공인 매출이 증가했고, 농·수산업 관련 카드 매출도 각각 9.6%, 3% 늘었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히 관광객의 지출 부담을 덜어주는 차원을 넘어 지역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효과는 지역화폐 사용량에서도 확인된다. 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모바일 강진사랑상품권 사용액은 전년 대비 127% 이상 늘며 지역 내 소비 선순환을 이끌었다.

내수 경기 회복과 함께 생활 인구도 늘었다.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지난 1월 강진 방문객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9% 늘었다. 특히 국가지정 자연유산 명승으로 지정된 만덕산 백련사와 다산초당 등 주요 관광지도 지난해보다 각각 1만 명 이상 방문객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 강진군 병영면 병영시장에서 열린 ‘불타는 금요일 불고기 파티(불금불파)’ 모습 /사진제공=강진군



◇‘소비-고용-소득’ 선순환 이끄는 반값여행


군은 반값여행 정책 추진을 위해 지난해 22억원을, 올해는 51억원을 투입했다. 연간 예산 4800억원, 재정자립도 8.5%에 불과한 지자체에서 이 같은 과감한 예산 배정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는 게 군의 설명.

강진원 강진군수는 머니투데이 <더리더>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어떻게 추진해야 할지 몰랐고 성과를 장담하기도 어려웠다”며 “그러나 관광만이 살 길이라는 절박함으로 정책을 밀어붙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반값’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실질적으로는 할인 정책이 아니다”라며 “군비를 투입해 소비를 유도하고, 지역 내에서 돈이 더 돌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해 군은 22억원을 투입해 47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지출의 절반을 지역화폐로 환급하면서 소비가 다시 지역 내에서 순환된 결과다.

군의 경제는 농업·어업 등 1차 산업 중심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현재 고용 구조를 보면 3차 산업 종사자(47%) 비중이 1차 산업(42%)을 넘는다. 소상공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만큼 군은 자영업자 등을 지원하면서 지역화폐를 활용해 농·수산물 소비를 촉진하는 전략을 펼친 것이다. 이를 통해 1차 산업과 3차 산업이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반값 강진’ 정책의 목표다.

여기에 더해 강 군수는 반값여행 정책이 소비부터 고용, 소득까지 이끄는 구조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관광객이 강진을 찾아 식당에서 소비하면, 식당은 다시 지역 농산물을 더 많이 구매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가공업과 자영업, 서비스업 매출 증가로 이어지고, 더 많은 일자리 창출과 고용 확대로 연결되며 군민 소득 증대라는 효과를 낳는다는 것.

실제로 호남지방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월 전남 지역의 도소매·숙박·음식점업 취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1만5000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관광객 소비가 외식·숙박업에 국한되지 않고 농산물 직거래, 수산시장, 전통 상가 등으로 확산되는 흐름이 뚜렷하다. 실제로 반값여행 정산금 약 8억700만원이 모바일 강진사랑상품권으로 지급됐으며, 이는 지역 내 785개 가맹점에서 사용됐다.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강진군 가우도 출렁다리/사진제공=강진군


◇진화하는 반값여행…관광·문화예술·공연 등 풍성


군은 ‘반값여행’에 더해 자연·역사 자원, 문화예술 공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관광 콘텐츠의 질을 높이며 관광객 발길을 붙잡고 있다. 우선 농촌에서 여름휴가를 즐길 수 있는 ‘촌캉스 푸소체험’ 푸소(FU-SO)를 진행하고 있다. 푸소는 촌캉스(농촌+휴가)를 결합한 형태로 2박 3일간 푸소 농가에서 숙박하며 농촌의 감성과 정을 체험하는 새로운 형태의 여행 프로그램이다. 올해 3월 말 기준 학생푸소 481명, 일반푸소 936명, 시즌2 프로그램 ‘다시보고싶소’ 108명 등 총 1525명이 참여했다.

아울러 군은 관광지와 체험 프로그램뿐 아니라 문화예술 콘텐츠로 여행의 품격을 더하고 있다. 강진아트홀에서는 군민과 가족 단위 관광객을 위한 연극·공연이 다채롭게 열리고 있다. 지난 4월에는 30년 만에 강진 영화관이 정식 개관해 군민들의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자리하고 있다.

강 군수는 “반값여행이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며 “여행비 지원과 매력적인 관광 콘텐츠로 관광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군은 소비·생산·고용 증가로 이어지는 승수효과를 입증하며 전국적 주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강진의 ‘반값여행’은 군민 수익을 창출하는 선도적 투자”라며 “이제는 강진형 모델을 넘어 국가적 내수경제 활성화 정책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0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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