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제천과 근린공원이 있어 반려견과 산책하기 좋은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이곳에 귀여운 강아지와 고양이 그림이 가득한 건물 하나가 있다. 반려동물과 반려인, 비반려인이 함께 공존하는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한 반려동물 문화센터 ‘내품애(愛)센터’다. 지난해 4월 개소한 내품애센터는 반려동물 사회화 교육과 훈련, 동물매개 치유 프로그램, 유기동물 보호 및 입양 지원 등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8월 18일 내품애센터 2층 체험학습장에서는 ‘동물매개 치유교실’ 2회 차 수업이 진행됐다. 매개치유 프로그램은 스트레스나 정서 불안 등의 어려움을 겪는 대상자에게 치유견을 매개로 심리적 안정과 건강 증진에 도움을 주는 수업이다. 이 수업은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아도 모든 시민이 참여할 수 있다.

“치유견들이 돌아다니면 만지고 관심을 주셔도 좋아요. 제가 드린 간식으로 소통도 해보세요.”
동물매개 치유교실을 진행하는 강사가 참가자들에게 말했다. 1주 차 수업 때 치유견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운 수강생들은 자연스럽게 강아지를 무릎에 앉히거나 간식을 주는 등 교감을 이어갔다. 치유견인 ‘장미’와 ‘해피’, 내품애센터 상주 치유견인 ‘대호’는 수강생 주변을 어슬렁거리거나 애교를 부리고, 품에 안겨 프로그램을 지켜보기도 했다.
이날 수업은 동물을 주제로 자신이 가진 감정을 스티커, 색종이, 색연필 등을 활용해 표현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동물들의 ‘헥헥’거리는 모습을 강아지의 웃는 얼굴로 연상해 표현하고, 이를 보고 따라 웃는 사람의 모습까지 그렸다. 동물을 바라볼 때 느껴지는 행복을 의미한다고 했다. 이날 수업에 참여한 송필호씨(30)는 “동물을 만지며 교감하면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을 것 같아 프로그램에 신청했다. 또 워낙 동물을 좋아하기도 한다”며 “동물과 교감하는 것을 넘어 10년 만에 그림도 그리고 동물을 주제로 여러 생각도 할 수 있는 기회여서 뜻깊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센터 관계자는 “동물을 매개로 지역주민의 정서적 안정과 심리적 치유를 경험하도록 지원하고, 올바른 반려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어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평생 함께할 가족 찾아요”…유기동물 입양만 36마리

내품애센터는 ‘유기동물 없는 서대문구’를 만들기 위해 유기동물 보호 및 입양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수업을 멋지게 끝낸 상주 치유견 ‘대호’와 함께 센터 1층 보호실로 내려가니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는 유기견이 견사에 있었다. 견사마다 한 마리씩 자리를 차지한 유기견들은 누워 있거나 지나다니는 직원에게 꼬리치며 짖었다.
놀이실에는 4마리의 강아지가 이리저리 뛰놀며 자유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내품애센터 관계자는 “성향이 비슷한 강아지들끼리 조를 짜 함께 놀 수 있도록 시간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목욕·미용실에는 입양을 앞둔 퍼그 한 마리가 꽃단장을 하고 있었다. 이 퍼그는 내품애센터에서 36번째 입양을 가는 동물이다. 센터 관계자는 “현재 입양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며 “파양을 줄이기 위해 입양을 위해서는 최소 3회 이상 방문해 의사를 표현해야 하고, 입양 전 1회, 입양 후 2회의 교육을 필수로 들어야 한다”고 했다. 또 센터의 전문 훈련사가 행동 교정이나 산책 훈련 등 기본 훈련을 진행해 새로운 가정에서 적응하기 쉽게 돕고 있다.
내품애센터는 ‘주인을 잃어버린 동물’의 임시 거처가 되기도 한다. 총 66마리의 유실동물이 내품애센터를 통해 보호자의 품으로 돌아갔다. 김명애 내품애센터팀장은 “보통 유기·유실 동물이 발견되면 경기도 양주의 보호소로 이송돼 보호자를 찾기 어려웠는데 내품애센터에서 보호하고부터는 가까운 곳에서 주인을 찾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유실 동물의 보호자를 찾기 위해 센터 SNS나 당근마켓 등을 통해 보호동물을 알리고 있다”고 밝혔다.
◇다양한 교육·체험 프로그램 진행…“반려인과 비반려인 모두 만족”
◇다양한 교육·체험 프로그램 진행…“반려인과 비반려인 모두 만족”

내품애센터는 건강한 반려동물 문화 확산을 위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반려견 행동교정교육 △산책교실 △어질리티 체험 △위생미용법 교육 △반려견 멘토링 △반려견 생활운동 및 마사지 교육 등 다양하다. 반려동물을 키울 때 도움이 되는 교육을 무료로 제공해 시민들의 반응이 뜨겁다. 직장인 보호자를 위해 오후 7시에 진행하는 야간 프로그램은 즉시 마감될 정도로 인기다.
반려인이 아니더라도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다. 내품애센터 문화교실은 남녀노소, 반려인과 비반려인 누구나 참여 가능하며, 키링 만들기나 마그넷 만들기 등 흥미 위주의 체험 프로그램으로 운영 중이다. 동물매개 치유교실은 일반 시민은 물론 치매센터나 정신건강센터 등과 연계해 동물을 매개로 시민사회와 소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아동 관련 기관과 연계한 동물 교감 프로그램은 건강한 반려문화 확산에 주효하게 작용했다. 관내 아동을 대상으로 동물보호와 생명존중 강의를 하고, 동물 어질리티 시범을 통해 아이들이 동물과 직접 교감할 수 있도록 했다. 센터 관계자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일부 아이들이 강아지와의 교감 경험, 배운 점 등을 그림일기로 그려 보냈다”며 “단순 체험을 넘어 아이들의 정서적 성장과 반려문화 이해에 기여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내품애센터는 ‘돌봄쉼터’를 통해 ‘믿고 맡길 수 있는 곳’이 되어준다. 센터는 명절돌봄쉼터나 긴급 상황 시 이용할 수 있는 상시돌봄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입원, 장례 등 불가피한 일이 발생하면 센터에서 반려동물을 돌봐주는 서비스다. 1년 중 10일까지 이용이 가능하며, 1일 5000원의 저렴한 요금이 부과된다. 서대문구 관내 이사나 전입 가구는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주민들은 “믿을 만한 곳에 소중한 반려동물을 맡길 수 있어 좋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 밖에도 센터 옥상을 반려견 놀이터로 꾸며 어질리티를 하거나 반려견과 보호자가 함께 뛰놀 수 있게 했다. 여름철엔 쿨링포그(안개분사 냉방장치)를 설치해 체감 온도를 낮추고 반려견과 보호자가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람과 반려동물이 함께” 반려동물 친화도시, 서대문구

반려동물 양육가구가 3만3000여 가구인 서대문구는 반려동물 친화 정책에 앞장서고 있다. 서울시 자치구 최초로 반려동물 전담 부서인 반려동물지원과를 신설해 다양한 반려동물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구는 반려동물 유기를 막고 건강한 반려문화 확산을 위해 지원 사업을 진행 중이다. 먼저 취약계층에 반려동물 의료비를 가구당 2마리까지 연 1회 최대 40만원을 지원한다. 또 관내에서 유실·유기된 동물을 입양하면 1마리당 최대 25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내장형 동물등록 비용을 가구당 2마리까지 마리당 4만원 이내로 지원하고 있다.
이 외에도 반려동물 친화도시를 만들기 위해 산책로를 조성했다. 2023년 안산에 반려견 산책로 및 쉼터·놀이터를 설치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는 천연동부터 안산에 이르는 약 2km 구간의 산책로도 만들었다.
서대문구가 건강한 반려동물 문화 정착에 앞장서는 이유는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이 ‘애견인’이어서다. 현재 집에서 진돗개 5마리, 치와와 1마리를 키우고 있고, 한국애견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이러한 경험이 반려인과 비반려인이 공존할 수 있는 정책을 낳았다.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은 “사람과 반려동물이 함께하며 두 배의 기쁨을 나눌 수 있는 행복 200%의 반려동물 정책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9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