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경북 인구는 2015년 270만여 명에서 2020년 263만여 명, 2024년 253만여 명으로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망자가 출생아보다 많은 ‘데드크로스’ 현상이 7년 연속 이어진 게 인구 감소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도의 출생아 수는 1만1300명에 불과했지만, 사망자는 2만7800명에 달했다. 도의 자연감소 인구는 1만6500명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많은 수준이다. 이러한 현상이 지목되자 도내 23개 시군 중 15곳이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경북은 귀농·귀촌 분야에서 전국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통계청이 공동 주관해 지난 6월 발표한 ‘2024년 귀농·귀촌 통계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경북 귀농 인구는 1537가구, 1948명으로 전국 1위를 기록했다. 귀농 가구는 도시에서 농촌으로 이주해 농업에 종사하는 가구를 뜻한다.
도의 귀농 가구 수는 2020년을 제외하고 최근 10년간 전국 1위를 지켰다. 지난해 귀농인 규모가 많은 전국 상위 5개 지역 중 3곳이 경북에 속하기도 했다. 전국 상위 5개 지역은 경북 영천시(140명), 경북 상주시(138명), 전남 해남군(123명), 전남 고흥군(120명), 경북 의성군(112명)이다. 도의 대표적인 귀농 선호지는 상주·의성·영천·김천 등이다. 다만 전국 귀농 가구가 1만307가구에서 8243가구로 2064가구(20%) 줄어들면서, 경북 역시 2023년 1911가구(2451명)에서 19.6% 줄었다.
농업 외 직업으로 생활하며 농촌에 거주하는 ‘귀촌’ 인구의 경우, 지난해 3만8782가구, 5만1654명으로 전년보다 14.1% 증가했다. 경기(12만1842가구), 충남(5만4844가구)에 이어 전국 3위를 기록했다. 도에서 귀촌 인기 지역은 포항·경산·칠곡·경주·구미 등이다. 특히 포항은 귀촌 가구가 8345가구로 전년(4933가구) 대비 69% 급증했다.

고소득 작물을 중심으로 한 농업 발전이 도가 귀농·귀촌 대상지로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머니투데이 <더리더>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도는 과수, 시설채소, 축산 등 소득성이 높은 작목 중심으로 농업이 발달했다”며 “농업 환경의 대대적인 변화를 추진해 소득 증가와 청년 유입, 지방소멸 해결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것”이라고 했다.
사과와 포도 같은 고소득 작물 중심의 농업 구조가 발달해 농민들이 정착하기 쉽다는 게 도의 설명. 실제 경북의 농업 소득은 2024년 기준 1670만원으로 전국 2위 수준이다. 아울러 이 지사는 “귀농인들이 도움받을 수 있는 멘토와 선도 농가도 많아 선순환 구조가 형성돼 있는 것도 큰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도의 농지가 전국 평균보다 저렴해 영농 기반을 마련하기 쉽다는 점도 경쟁력으로 꼽힌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국 9개 도의 농지 실거래가는 평당 평균 8만5000원이었지만, 경북 지역은 의성(2만5000원), 상주(2만9000원), 김천(4만9000원), 영천(6만1000원) 등 평균 이하를 기록했다.
◇정착에서 교육·창업까지…다양한 지원정책
도는 귀농인의 안정적인 정착을 돕기 위해 다양한 지원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우선 귀농인의 안정적 정착을 돕기 위해 최대 500만원 범위 내에서 영농 설계에 맞춘 정착 지원금을 지급한다. ‘귀농인 농어촌진흥기금(융자)’을 통해 시설 확충과 운영 자금을 저리로 융자하고, 주택 구입이나 신축 자금도 ‘귀농 창업 및 주택구입 지원사업’을 통해 지원한다.
주소 이전 없이 농촌 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체류형 쉼터’와 ‘농촌에서 살아보기’ 사업도 운영하고 있다. 희망자는 원하는 지역에서 일정 기간 거주하며 교육·실습을 받을 수 있으며, 월 30만원의 연수비도 지원된다.
또한 신규 농업인을 대상으로 ‘선도농가 현장실습교육’을 제공해 이주 5년 이내 귀농인이나 만 40세 미만 청장년층이 영농 기술을 배우고 현장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습에 따른 수당도 지급된다.
도는 귀농·귀촌 홍보를 강화하고, 현재 추진 중인 ‘웰컴팜 교육연구지원센터’ 건립과 연계해 2026년부터 체류형 귀농인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지역 특성에 맞는 창업 프로그램을 확대해 ‘살고 싶은 농촌, 돌아오고 싶은 경북’을 실현한다는 구상이다.

도는 귀농·귀촌 활성화와 고령화·기후변화에 따른 농업 인력 부족 해결을 위해 올해 예산 1조1096억원을 투입한다. 이는 지난해보다 615억원(5.9%) 증가한 규모다.
주요 농업 투자 분야는 △농가 소득·경영 안전망 구축(4839억원) △미래 농업인 육성·농촌융복합산업 고도화(645억원) △스마트·친환경농업 육성(707억원) △원예·특작산업 경쟁력 강화(534억원) 등이다.
스마트·친환경농업에는 △지역특화 임대형 스마트팜 조성(47억원) △노지스마트농업 시범사업(91억원) △토양개량제 공급(89억원) 등이 포함됐다. 원예·특작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과실전문생산단지 기반 조성(175억원) △과수·시설원예 현대화(149억원) △헴프(저환각성 대마) 산업화지원센터 설립(18억원) 등이다.
아울러 농촌 환경 개선과 정주 여건 향상을 위해 농촌개발·기반정비 분야에 2020억원을 배정해 농촌중심지 활성화, 기초생활거점 조성, 농촌공간 정비, 배수개선사업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 지사는 “영주와 영천에만 있던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를 더 많이 신설해 도시민들이 농촌 생활을 미리 경험하고, 맞춤형 농업 창업 및 기술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앞으로도 누구든지 귀농·귀촌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