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 교실, 학교 찾아 삼만리’는 그만

[주목! 서울시의회 조례]과밀학급, 원거리 통학 등 사각지대 해소 제도적 근거 마련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2025.09.01 16:10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편집자주정책은 정부만의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 전 영역에 입법의 영향이 커지면서 지방의회의 위상과 역할도 날로 커지고 있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행정과 정책을 감시하는 서울시의회에 더 많은 시선이 가는 이유다. ‘더 나은 서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전국 지방의회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의원들이 어떤 조례를 발의하는지 알아본다. 시의회 의원 비율에 맞춰 각 정당이 발의한 조례를 소개한다.
▲서울 마포구 아현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사진=뉴스1
서울시의회가 분교 형태의 학교인 ‘도시형캠퍼스’ 설립을 위한 제도적 근거를 마련했다. 앞으로 도심 내 과밀학급이나 학교 부재 문제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원거리 통학을 하고 있는 학생들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1일 시의회에 따르면 김규남 의원(국민의힘·송파1)이 대표 발의한 ‘서울시교육청 도시형캠퍼스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가 지난 6월 27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조례에는 도시형캠퍼스 설립의 목적과 용어를 정의하고 교육감 책무를 신설했다. 아울러 도시형캠퍼스 설립 기본계획 수립과 주민·교육청·전문가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협의체는 교육감 또는 교육장이 지역 주민의 의견을 반영해 구성하며, 실질적 자문 기능도 수행한다.

조례를 대표 발의한 김규남 의원은 “그동안 과밀학교, 학교 부재 등으로 아이들이 먼 거리를 오고, 가야 했다”며 “교육 사각지대의 현실을 더는 외면할 수 없어서 이 같은 조례를 발의했다”고 했다.

◇인구 구조 변화로 소규모·과밀학교 동반 급증

서울시에서는 학령인구 감소와 도심 공동화로 인해 소규모 학교가 급증하고 있다. 시의회에 따르면 2014년 초·중·고 소규모 학교는 35곳에 불과했지만, 2024년에는 169곳으로 10년 사이 134곳 늘었다. 소규모 학교는 초등학교는 240명 이하, 중·고등학교는 300명 이하인 곳을 뜻한다.

반면 학군지 이주와 도시개발사업 영향으로 과대학교·과밀학급 문제도 심화되고 있다. 2013년 초·중·고의 과밀학교와 과밀학급은 각각 27곳과 129개였으나, 2024년에는 30곳과 142개로 증가했다. 시는 올해 과밀학교와 과밀학급이 각각 30곳과 166개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에서는 학교 통·폐합으로 통학 거리가 길어지는 불편이 발생하고, 재개발·재건축 등으로 인구가 급증한 지역에서는 학생 수 과다로 교육 여건이 악화되는 상황인 것. 문제가 발생하는 지역에서는 신규 학교 설립 요구가 잇따르고 있지만, 학생 수 증가가 법적 설립 기준에 미치지 못해 무산되는 경우가 많다.

▲김규남 서울시의회 의원/사진제공=서울시의회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교육청은 2023년 10월 ‘도시형캠퍼스 설립 및 운영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국회에서도 ‘도시형캠퍼스 설립·운영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돼 분교 형태의 학교를 설립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다.

시의회에서도 특별법에 따른 위임사항과 서울의 특성을 반영한 도시형캠퍼스 설립·운영 세부 기준을 규정하는 내용이 담긴 조례안을 발의해 제도적으로 뒷받침한다는 계획이다.

김규남 의원은 “조례를 통해 도심 내 과밀학급이나 학교 부재 문제에 유연하게 대응, 소규모 학교의 장점을 살리는 학교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교육청과 적극 협력해 조례안 통과와 서울지역 교육 여건 개선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9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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