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경제학’은 ‘유사경제학’이다

[AI 시대, 리더의 생각]경제에 변수 많아, ‘인구로만 분석’엔 예외 존재

글쟁이㈜ 백우진 대표 2026.05.11 09:22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X
편집자주생성형 인공지능(AI)이 여러 업무에 자리 잡고 있다. AI 사용으로 업무 효율이 향상되는 가운데, AI가 생산한 자료를 받은 사람의 검수 역량이 더 중요해졌다. 의사결정의 정점에서 일하는 리더는 특히 최종 검수자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 여기에 활용할 생각법을 공유한다. AI 답변 대용으로 주로 전문가들이 쓴 글을 검수 대상으로 다룬다.
▲백우진 글쟁이㈜ 대표
“복잡한 현상마다 명쾌하고 간단한 설명이 있다. 그것은 틀린 설명이다.”

이 두 문장은 미국 저널리스트 H.L. 멘켄의 어록을 패러디한 것이다. 멘켄은 “복잡한 문제마다 명쾌하고 간단한 해법이 있다. 그것은 틀린 해법이다”라고 말했다.

이 글에서 ‘인구경제학’은 인구 통계로 경제가 현재에 이른 경로를 설명하거나 향후 경로를 예상하는 설명을 가리킨다. 이런 설명은 여러 경제주체의 경제하려는 의지를 비롯해 많은 대내외 변수가 경제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완결성에 어긋난다. 완결성에 위배된 가설을 기각하는 쉬운 방법이 반대 사례를 찾는 것이다.

모든 인구경제학에는 앞으로 살펴보는 바와 같이 반례가 있다. 반례가 있다는 것은 인구 통계가 비슷하더라도 다른 경로를 밟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인구라는 변수 하나가 경제를 좌우하지 않음을 뜻한다.

지면 제약상 많은 인구경제학을 두루 분석하지는 못한다. 이 글에서는 경제예측가 해리 덴트가 쓴 〈2018 인구절벽이 온다〉와 일본 경제분석가 모타니 고스케가 쓴 〈일본 디플레이션의 진실〉, 영국 경제학자 찰스 굿하트 등이 저술한 〈인구 대역전〉을 다룬다.

해리 덴트가 쓴 〈2018 인구절벽이 온다〉는 “한국은 2018년 이후 인구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마지막 선진국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덴트는 “한국은 인구가 정점을 지나는 2018년 이후 수십 년 동안 내수가 계속 하강하게 된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른 대응으로 그는 “부동산을 매각하라”고 조언했다.

한국은 심각한 출산율 하락(최근 반등하고 있지만)을 경험했다는 점에서 인구절벽의 위기에 처했다는 덴트의 경고는 일부 유의미했다. 그러나 다른 주장은 명백하게 틀렸다. 2018년 이후 6년이 지나고 있는데, 내수는 부진하긴 해도 계속 감소하는 추세에 빠지지는 않았다. 

일본의 잃어버린 세월처럼 한국도 장기 불황에 빠진다는 전제 아래 덴트는 부동산을 팔라고 조언했으나, 한국에는 잃어버린 세월이 도래하지 않았고, 한국 부동산 가격은 상승세를 지켰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값은 크게 올랐다

◇한국ㆍ일본에서 모두 크게 빗나간 예측
덴트의 과감한, 그래서 틀린 분석은 일본의 버블에 대해서도 이뤄졌다. 그는 일본의 버블 붕괴에 이은 장기 불황을 인구로 설명했다. 이는 경제적인 분석이 아니다. 대다수 경제학자들은 버블이 붕괴된 이후 일본 당국이 금융 구조조정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고, 그 결과 부실채권을 짊어진 경제가 신용경색에 처하는 바람에 수요가 감소하고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의 늪에 빠졌다고 분석한다.

일본 경제분석가가 쓴 〈일본 디플레이션의 진실〉은 생산가능인구를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로 여긴다. 저자 모타니는 이렇게 설명한다.

“생산가능인구는 생산자이자 가장 왕성한 소비 주체다.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면 그 인구에 비례하는 시장은 규모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내수 시장이 축소돼 일자리가 줄어들고 취업자 수가 적어지며 소득이 감소한다.”

저자는 “전후 일본을 축복해주던 ‘인구 보너스(bonus)’가 1995년 무렵 ‘인구 오너스(onus)’로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라는 대세는 거스를 수 없다며 이는 경기변동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한다고 했다. 이 주장을 반박하는 사례도 바로 일본에서 나왔다.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취업자 수 감소로 직결되지는 않았다. 일본의 생산가능인구는 2010년 약 8170만명에서 2024년 약 7360만명으로 약 810만명 줄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취업자 수는 약 6257만명에서 약 6781만명으로 500만명 넘게 늘었다. 일단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취업자 수가 줄어들기는커녕 반대로 크게 증가했다. 생산가능인구가 독립변수고 경기와 취업자수는 종속변수라는 모타니의 주장이 이 추세에 의해 깨졌다.

〈일본 디플레이션의 진실〉은 정합성도 어겼다. 앞뒤가 들어맞지 않는 대목은,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면 취업자 수도 줄어든다는 주장을 한 다음 대응 방안으로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제시한 부분이다. 이 방안은 앞 주장의 취업자 수 감소를 완화할 수 있고, 그럴 경우 앞 주장이 약해진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앞서 살펴본 것처럼 생산가능인구가 줄었음에도 취업자 수는 늘었는데, 이는 은퇴자의 재취업과 여성 취업 증가 덕분이었다.

놀랍게도 인공지능(AI)의 답변은 두 인간 전문가보다 더 분석적이다. 다음 한 문단은 인구구조와 성장률에 대한 AI의 분석이다.

“인구구조로 성장률을 설명하는 주장은 직관적이지만, 인과관계를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한계를 갖는다. 생산가능인구가 늘면 성장하고 줄면 둔화된다는 도식은 평균적으로는 맞을 수 있으나, 실제 성장률은 노동 투입보다 생산성, 자본 축적, 기술 혁신에 더 크게 좌우된다. 같은 인구 감소 상황에서도 자동화, 교육 수준, 노동시장 변화, 산업 구조에 따라 성장 경로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들 변수는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업과 정부 등 경제주체가 바꿔나가는 것이다. 따라서 인구는 ‘가능한 범위’를 제약할 뿐, 실제 성과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라고 보기는 어렵다.”

〈인구 대역전〉은 고령화가 구조적인 인플레이션을 낳는다고 내다본다. 이 책은 노동자들은 소비하는 것보다 더 생산하는(디플레이션적) 반면, 피부양자들은 생산하지 않고 소비만 한다고(인플레이션적) 전제한다. 이런 구조에서 고령화가 진행되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은 필연적이라고 주장한다.

◇고령화 인플레는 여태 도래하지 않았다
저자들은 이 전망에 가장 적합한 사례(나라)를 하나도 제시하지 않는다. 완결성은커녕 주장이 설 근거가 전혀 없다. 희한하게도 이들은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가 앞섰는데 왜 물가가 오르지 않는지, 자신들의 주장과 반대되는 이 사례에 대한 변명을 길게 늘어놓는다.

AI는 선입견도 편견도 없다. 인구구조와 물가에 대한 AI의 답변을 들어봤다. 긴 답변을 세 문단으로 요약해달라고 부탁해 다음 설명을 받았다.

“고령화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한 방향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 한편에서는 고령화가 소비 감소와 총수요 약화를 통해 물가를 낮추는 디플레이션 압력을 만든다고 본다. 반대로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노동 부족을 낳고 임금 상승으로 이어져 물가를 끌어올린다는 인플레이션 논리도 존재한다. 후자의 입장은 〈인구 대역전〉에서 대표적으로 제시된다.

현실에서는 이 두 메커니즘이 동시에 작동한다. 노동 부족이 임금 상승 압력을 만들 수 있지만, 동시에 고령화로 소비가 위축되면 수요가 약해진다. 따라서 어느 효과가 더 강하게 나타나는지에 따라 물가 방향이 달라진다.

일본은 이러한 충돌을 보여주는 사례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됐지만 물가 상승은 제한적이었다. (중략) 결국 인구구조는 물가를 설명하는 하나의 요인이지만, 단독으로 방향을 결정하지는 못한다.”

이 책은 2020년에 나왔다. 이후 6년이 지났지만, 일본은 물론이고 다른 고령 선진국 어디에서도 구조적인 물가상승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인구경제학 중 대부분은 인구를 독립변수로, 거시경제를 종속변수로 본다. 생산가능인구나 경제활동인구가 늘고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수록 취업자가 늘고 경제가 활발하게 돌아간다고 본다. 이는 수레를 말 앞에 놓는 격이다. 

일본의 사례에서 확인한 것처럼, 경제가 활기를 띠면 취업자가 증가하는 것이지, 생산가능인구나 경제활동인구가 증가한다고 해서 취업자 수가 저절로 느는 것은 아니다. 이는 인구가 역동적으로 증가하면서 청년층 비중이 높은데도 저개발을 벗어나지 못하는 여러 국가에서 확인된다.

지금도 인구경제학 책은 꾸준히 발간되고 있다. 국내 저자가 쓴 책도 있고 번역서도 있다. 그런 책을 읽을 때면, ‘이 책은 다면체로 살아 움직이는 경제의 한 면을 살펴봤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제하면 좋다. 그리고 반례를 떠올려보는 정확한 독서를 해야 한다.

인구경제학이 어필하는 데에는 쉽다는 특징도 작용한 듯하다. 세상은 복잡한데, 사람들은 쉬운 설명을 선호한다. 찬찬하고 꼼꼼한 분석보다 간명한 스토리를 좋아한다. 영국 태생 그래픽 노블 작가 앨런 무어는 “이 세상에 진실이 있다면 그것은 세상이 혼란스럽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무어는 사람들은 이런 진실을 꺼리고, 그래서 더 쉬운 설명을 찾다가 심지어 음모론에까지 빠진다고 설명했다. 경제는 복잡다단하고, 경제학은 인구경제학처럼 단순하지 않다.

현실의 문제는 대개 복잡하고, 우리는 각 문제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다각도로 대응해야 한다. 공공 부문 보고서 제목에 ‘종합 대책’이라는 문구가 자주 들어가는 데에는 이런 이유가 있다. 경제에서도 여러 요인을 함께 분석하고 다양한 측면에서 개선 방안을 마련해 실행해야 한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thelead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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