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성과급 갈등이 5월 한달 내내 쟁점이 됐습니다. 우리동네 일꾼을 뽑아야 하는 지방선거 이슈는 삼성전자 노사의 담판 결과에 가려졌습니다. 지난 5월 20일 밤, 우리는 아슬아슬한 순간을 넘겼습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직접 중재에 나선 끝에, 삼성전자 노사는 파업 개시 불과 몇 시간을 앞두고 2026년도 임금협상 잠정안에 서명했습니다. 창사 이래 최대 규모가 될 수도 있었던 총파업의 파국은 가까스로 피했습니다. 한숨 돌렸다고 해서 이 사태가 남긴 불편한 질문들까지 사라진 건 아닙니다.
노동자의 정당한 보상 요구를 폄훼할 생각은 없습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직원들이 글로벌 경쟁의 최전선에서 쏟아낸 땀과 노력은 충분히 인정받아야 합니다. 문제는 그 요구의 방식과 규모, 그리고 이것이 우리 사회 전체에 미치는 파장입니다.
수많은 사람이 협상 테이블 밖에서 숨죽이고 있었습니다. 삼성전자 협력사 직원들, 생산직 비정규직 노동자들, 파견·용역 형태로 공장을 함께 돌리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이 논쟁의 주인공이 아니었습니다. 정규직 조합원들이 억대 성과급을 놓고 기세 싸움을 벌이는 동안 이들에게 돌아올 몫은 처음부터 계산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조직 노동이 자신들의 이익 극대화에만 몰두할 때, 그것은 진보의 언어를 빌린 또 다른 형태의 기득권 이기주의와 다를 게 없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수십 년째 비판받아온 재벌 대기업의 이윤 독점, 전문직 카르텔의 진입 장벽, 상류층의 교육 사다리 독점 등 이 모든 기득권 이기주의와 이번 삼성전자 성과급 사태가 무엇이 다른지 묻고 싶습니다.
지금 한국 경제는 인공지능(AI) 산업의 폭발적 성장 덕분에 반도체 수출이 호조를 이어가며 겉보기엔 탄탄한 것처럼 보입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이 사상 최고 수준을 갈아치우고 있고, 이것이 이번 성과급 분쟁의 배경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반도체 경기는 언제나 급격한 사이클을 타왔습니다. AI 붐이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는 보장은 아무도 할 수 없습니다.
이번에 봉합한 것은 협상 결과일 뿐이다. 진짜 문제인 대·중소기업 간 불균형,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이중 구조, 성과급 제도의 불투명성은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이 질문들을 외면한 채 다음 협상 시즌을 맞이한다면, 우리는 같은 장면을 반복할 뿐입니다.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 모두가 이 구조적 문제 앞에 진지하게 마주 앉아야 할 때입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6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