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레터] 민주주의는 저절로 지켜지지 않는다

머니투데이 더리더 서동욱 기자 2026.07.01 09:21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X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사태로 인해 6·3 지방선거는 우리 헌정사의 오점으로 남게 됐습니다.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가 오히려 우리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심을 키우고 있습니다. 선관위는 뒤늦게 외부 인사 6명으로 구성된 진상규명위원회를 출범시켰고 지난 6월 19일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조사 결과는 충격적입니다.

서울시선관위가 중앙선관위의 보고나 논의 없이 독단적으로 투표 시간 연장을 결정하고, 송파구선관위는 일부 투표소 마감 전 개표를 시작하는 등 심각한 규정 위반을 저질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선거 당일 오전 11시 40분쯤 이미 투표용지 부족 상황이 예상됐음에도 중앙선관위와의 공동 대응은 오후 5시가 넘어서야 시작됐다는 치명적인 대응 지연도 확인됐습니다.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단순한 행정 실수가 아닙니다. 국민의 가장 신성한 권리인 참정권을 국가 기관이 스스로 침해한 사건입니다. 헌법이 보장하는 선거권은 어떠한 행정 편의나 예산 절감의 논리로도 훼손될 수 없습니다. 투표용지 최소 인쇄 기준을 내부 지침으로 60%에서 50%로 낮추면서 그 어디에도 공개적 논의와 검토가 없었다는 점은 선관위가 얼마나 국민의 권리를 가볍게 여겼는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두 가지가 반드시 이뤄져야 합니다. 명백한 진상규명을 통해 책임자들에게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검경 합동수사본부의 수사와 여야가 합의한 국정조사는 누가, 언제, 왜 인쇄 기준을 낮췄는지, 선거 당일 보고 체계는 왜 마비됐는지를 한 점 의혹 없이 밝혀내야 합니다.

근본적인 제도 개혁이 필요합니다. 투표용지 인쇄 기준을 유권자 수의 100%로 법제화하고, 선관위 감사원 직무감찰 대상 포함, 실시간 투표율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해야 합니다. 중앙선관위원장 상근제 도입 등 진상규명위가 권고한 개혁 과제들을 하루빨리 제도화해야 합니다.

이번 사태를 보면 '민주주의는 저절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습니다. 선거에 대한 신뢰는 민주주의의 핵심입니다. 정치권이 이번 사태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선거 시스템의 신뢰 회복울 위해 머리를 맞대길 기대합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7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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