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로 다리가 아파서 병원 가기 불편했어요. 요즘엔 날이 추워서 시내까지 나가기 더 어려웠는데, 경로당에서 진료도 보고 약도 가져다주니까 정말 편해요.”
지난 2월 9일 전북 남원시 감동경로당에서 비대면 진료를 앞둔 조길명씨(83)가 진료 수첩을 보여주며 말했다. 조씨는 한 달에 한 번씩 비대면 진료를 통해 △혈압약 △고지혈증약 △위장약 등 만성질환과 관련된 처방을 받는다. 남원시는 ‘어르신 행복공간 스마트 경로당 구축 사업’의 일환으로 비대면 진료를 진행하고 있다. 고령층이 많은 응급의료 취약지 중 16개 거점 경로당을 선정해 시범 운영 중이다.
비대면 진료에 앞서 사업 전담 간호인력은 조씨의 혈당, 혈압, 체온 등을 측정했다. 수치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에 저장돼 담당 의사가 확인할 수 있다. 비대면 진료 시간이 되자 조씨는 독립된 공간에서 태블릿PC 앞에 앉았다. 병원 관계자가 화상 통화로 조씨의 신분증을 확인한 후 진료가 시작됐다.
남원내과의원 원장은 화상 연결로 조씨의 얼굴과 건강 수치를 다시 한번 확인했고, 평소 생활 습관과 불편한 점은 없는지 물었다. 태블릿PC 이용이나 건강 수치 확인, 의사소통 도움 등은 비대면 진료 담당 간호사가 도왔다. “아버님, 혈압이나 고지혈 수치는 잘 유지되고 있으니 약은 드시던 그대로 한 달 치 처방해드릴게요. 한 달 뒤에 봬요”라며 담당 의사가 말했다.
비대면 진료가 끝나자 태블릿PC에는 처방전이 담당 약국으로 전송됐다고 표시됐다. 비대면 진료팀은 해당 약국에서 약을 수령한 뒤 조씨에게 전달했다. 약에 대한 설명과 복약 지도도 잊지 않았다.
감동경로당에서 비대면 진료를 받는 어르신은 총 3분이다. 비대면 진료로 혈압약과 위장약을 처방받는 이복남씨(76)는 “병원에 직접 가려면 버스 기다리고 병원에서도 기다려야 해서 힘든데, 직접 가지 않아도 되니 편하다”며 “약도 타다 주고 설명도 친절하게 해주니 만족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어르신의 건강지킴이, 스마트 헬스케어 서비스
비대면 진료가 있던 지난 9일 감동경로당에는 20여 명의 어르신이 모여 있었다. 스마트 헬스케어 기기를 활용해 간단한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서다. 사업 전담 간호인력은 어르신 한 분씩 눈을 맞추며 혈당과 체온을 측정했다. 스마트 헬스케어 기기로 △혈압 △맥박 △자율신경계 △산소포화도 △스마트 청진 등을 측정하고,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무기력 지수와 스트레스 지수, 번아웃 지수 등 정신건강을 확인할 수 있다.
비대면 진료 담당 간호인력인 김민수 간호조무사는 “어머님은 심장음이나 폐음도 정상이고 혈관지수도 좋다고 나와요. 무기력 지수가 좀 높은데 이건 겨울이라 잠을 잘 못 자서 그럴 수 있으니 걱정 마세요”라며 친절하게 설명했다.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통해 만성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기도 한다. 이날 기본 건강 수치를 측정한 김옥자씨(76)는 혈압이 높아 추가 진료를 권고받았다. 김 간호조무사는 “혈압이 좀 많이 높게 나왔어요. 수첩에 수치 적어드릴 테니 병원 가서 의사 선생님께 보여주세요”라고 말했다. 비대면 진료팀이 올 때마다 스마트 헬스케어 기기 측정을 받는다는 이순례씨(77)는 “챙겨 먹는 약은 없지만 매번 건강을 확인하고 안심할 수 있어서 마음이 놓인다”고 웃었다.
◇ICT 기반 스마트경로당의 자랑 ‘비대면 진료’
남원시의 스마트경로당 구축사업은 대표적인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스마트 돌봄 서비스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시는 2023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스마트빌리지 보급·확산’ 공모에 선정된 뒤 2024년 설계, 2025년 정책 구축 과정을 거쳐 지난해 11월 본격적인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스마트경로당 사업은 크게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스마트 화상회의 서비스 △생활안전 서비스로 나뉜다.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의 비대면 진료는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응급의료 취약 지역 어르신에게 촘촘한 돌봄망을 제공하기 위해 기획됐다. 관내 7개 의료기관과 22개 약국이 함께하고 있다. 지난 2월 10일 기준 총 25명의 어르신이 비대면 진료를 받았다.
시의 비대면 진료는 다른 지자체가 노하우를 배우러 올 정도다. 비대면 진료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데엔 전문간호인력의 역할이 주효했다. 간호사 1명과 간호조무사 2명으로 구성된 전담팀이 매일 16개의 거점 경로당을 돌며 어르신들의 활력징후를 측정하고,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 신청부터 의약품 대리 수령 전달까지 전 과정을 보조한다. 어르신은 건강을 돌봐주고 대화할 상대가 있다는 점에 만족하고 있다.
시는 비대면 진료를 위해 의료지원차량을 마련했다.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를 차량에 구축해 추후 거점 외 경로당 순회까지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스마트 화상회의 서비스는 경로당(496곳)과 통합운영실(5곳), 행정복지센터(23곳)를 연결하는 실시간 화상회의 시스템 구축 사업이다. 전국 최초로 시의 496개 경로당 전체에 시스템을 설치했다. 화상회의 플랫폼을 통해 어르신들은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하지 않아도 정책 정보를 알 수 있다. 시 관계자는 “화상회의 시스템을 통해 노래교실, 건강체조 등 여가복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경로당 간 화상 경연대회도 개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생활안전 서비스는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화재감지기를 각 경로당마다 설치해 어르신을 화재 위험성으로부터 보호하는 사업이다. 경로당에 설치된 화재감지기는 CCTV 통합관제센터와 연결돼 경로당 내 화재 및 연기 발생 시 119, 112에 신고된다.
최경식 남원시장은 “스마트경로당은 단순한 디지털 방식으로의 전환이 아닌 의료 사각지대 해소와 고립감 감소, 안정 강화를 모두 아우르는 남원형 복지 모델”이라며 “지역사회의 협력 속에 새로운 의료체계 구축을 실현하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존엄한 노년을 준비하는 남원
인구 소멸 지역인 남원시는 노인복지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3월 ‘통합돌봄지원법’ 시행에 따른 통합돌봄사업을 본격화한다. 70세 이상의 어르신과 장애인을 대상으로 △방문진료 △병원동행 서비스 △방문재활 서비스 △주거환경 개선사업 △식사지원 서비스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스마트 돌봄체계도 강화한다. 응급안전안심서비스 대상자를 관리하는 장비를 개선하고, 24시간 상시 모니터링을 실시한다. 또한 AI 안부전화 서비스, 스마트돌봄플러그 사업 및 남원 복지안전119 앱 운영을 통해 고독사 예방과 일상 안전관리 수준을 한층 강화할 예정이다.
최 시장은 “의료와 돌봄 통합 지원부터 스마트 안전망 등 모든 영역에서 어르신이 지역사회 안에서 존엄한 노년을 보내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