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원 참사로 아들을 잃은 유가족 A씨는 1년째 상담 치료를 받고 있지만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불쑥 고개를 드는 불안감은 일상생활을 힘들게 하고, 자꾸 참사 시점이 기억나 반복적으로 수년째 자살 충동이 든다고 호소한다.
자연재해 및 사회 재난에 따른 트라우마 극복을 지원하는 조례가 최근 서울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재난으로 인해 심리적·정신적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 장기적인 정신건강 관리를 지원하는 조례다.
3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심미경 의원(국민의힘·동대문구 제2선거구)이 발의한 ‘서울특별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지난해 12월 본회의를 통과, 지난 1월 공포됐다. 이 조례는 재난 피해자의 심리 지원을 시의 책무로 규정하고, 장기적 관점의 심리 지원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근거를 담았다.
조례에 따르면 시장은 재난이나 각종 사고 발생 시 피해자의 지속적인 심리 회복 및 사회 적응을 위한 지원 시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 시는 심리 회복이 필요한 사람의 현황을 조사하고, 관련 기관과 협조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심 의원은 이번 개정조례안에 심리적·정신적 피해를 입은 시민에 대해선 피해신고 기한을 없애는 내용을 포함했다. 기존 조례에 따르면 사회 재난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은 피해가 발생한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피해 신고를 접수해야 한다. 다만 발의된 개정안에 따르면 재난으로 인해 심리적 피해를 입은 시민은 기간에 제한 없이 심리 회복 지원을 신청할 수 있다.
심 의원은 “산불, 땅 꺼짐, 폭우 등 크고 작은 사회·자연 재난이 발생하고 있지만 재난의 예방, 대비, 대응, 복구 등 물리적 구호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정신건강 및 심리적 피해는 뒤늦게 발현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재난으로 인한 심리적 피해 회복을 지역사회에서 장기적으로 지원하자는 취지로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재난의 그림자’, 4년 이상 지속되는 트라우마
세월호 참사, 포항 지진, 이태원 참사, 아리셀 화재 참사, 무안 참사…. 사회·자연 재난이 반복되며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재난 피해자들은 재난의 직간접 경험으로 인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우울, 불안 등을 호소한다. 2022년 한국사회복지조사연구에 따르면 재난 피해자의 약 26%가 재난 경험 4년 후에도 여전히 PTSD 위험군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속적인 심리 치료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정부는 현재 대규모 재난 발생 시 범부처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다. 중앙재난심리회복지원단이 구성되고, 이때 심리지원 업무를 총괄하는 국가트라우마센터는 심리적 응급처치로 초기 개입, 고위험군을 선별해 지역 기관에 연계한다. 심리지원은 재난 규모에 따라 △보건소 △기초광역 정신건강복지센터 △트라우마센터 △민간 전문학회 등의 협력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정신적 트라우마는 오랜 시간 지속되는 만큼 지역사회 기반의 지원체계 구축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선 평시에 일정 인력과 예산을 유지해 지속적인 심리 치료와 지원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시의회는 조례에 근거해 재난으로 인해 고통받는 시민들에게 지속적인 지원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심 의원은 “전 국민이 주목하는 재난 외에도 크고 작은 재난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시민이 많다”며 “시가 이들에게 조기에 개입해 장기적 관점에서 정신건강 지원 프로그램을 지원한다면 피해자들이 좋은 예후를 보여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