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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기 책글문화네트워크 대표0세기 조선이 망했던 과정을 압축해보자. 주변 열강들이 군사적, 경제적 이익을 위해 서로 조선을 차지하려는 가운데 원거리 유럽의 강대국들까지 조선 문제에 끼어들었다.

자강능력을 갖추지 못한 조선은 내부적으로 친중파, 친러파, 친일파 등으로 분열해 대립과 충돌을 벌이면서 에너지를 소모했다. 결국 다국 간 대결에서 승리한 일본이 내부 분열로 에너지가 방전된 조선을 흡수했다. 사실, 이는 한 국가가 멸망하는 일반적 유형이다.
현재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전쟁을 벌이는 가운데 이 과정을 밟는 중이다. 우크라이나의 미래는 장차 좁게는 미국, 러시아 넓게는 유럽, 중국 등 이해가 걸린 강대국끼리 협상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와 푸틴의 앵커리지 회담은 영락없이 조선의 운명을 좌우했던 청일 간 시모노세키 조약이나 미일 간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떠올리게 한다.
우크라이나가 분단이라는 한반도 모델이나 사실상 국가 소멸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피하기 위해서는 온 국민이똘똘 뭉쳐 자강능력을 과시하면서 정부에 힘을 실어주어야 하는데 그렇게 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중국 패권전략』은 중국만을 연구한다기보다 ‘미중 전략경쟁의 미래를 예측함으로써 대한민국 생존의 길’을 찾는 책이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대륙세력(중국)과 해양세력(일본/미국)이 충돌해왔다.
중국은 현재 러시아, BRICS, 글로벌 남반구 국가들과 연대해 국제질서에 새로운 다극화 흐름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서 한국은 지정학/지경학적 특수성을 살려 한미동맹과 한중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아우르는 노력을 해야 한다.
미국과는 일방적 의존에서 상호이익을 주고받는 성숙한 관계로 발전을, 중국과는 막연한 감정과 무지를 넘어 실용적이고 유연한 대중 정책과 외교를 펼쳐야 한다. 그간 한국은 상대적으로 대중 외교를 소홀히 한 측면이 있다. 앞으로는 특히 중국에 파견하는 대사는 정치적 인물보다 대중 외교를 전개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나아가 북한, 일본, 러시아까지 포함해 한반도를 중심으로 다양한 동심원을 그리면서 단·중·장기적 변화를 고려한 다차원적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이렇게 몇 문장 말로는 쉽지만 실행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 리더의 혜안이 절실하다.
저자는 특히 이 시점에서 한국에 필요한 것은 대외정책의 자율성을 확보하는 ‘강대국 마인드’라고 강조한다. 한국은 기존의 북한 중심, 한반도 주변 외교, 미중 사이에서 압박받는 국가의 모습에서 벗어나 세계적 범위의 전략적 시야로 정책을 펼쳐도 되는 국력을 가졌음을 자각하라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당파성에 기반을 둔 대외정책은 지혜, 안정성, 추진동력을 약화시키므로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통합이 ‘매우’ 중요하다. 이 또한 주장은 쉽지만 실행까지는 보통 어려운 문제가 아니므로 탁월한 리더십이 절실
하다. 저자는 ‘자강의 군사전략과 역량 확보’부터 ‘국민통합’까지 ‘7대 정책 채택’을 제안하는데 이는 새롭고 혼란한 시대 ‘한국의 국제 생존 루트’이다.
364페이지를 꽉 채우는 저자의 많은 주장 중 핵무기에 대한 관점이 특히 눈에 띈다. 당장의 핵무장이 어렵다면 ‘핵은 핵으로만 억제가 가능하다는 신화에서 탈피하라. 핵도 군사무기의 일부일 뿐이다. 응징적 보복·타격 능력을 확보해 남북한 균형을 달성하라’는 것이다.
<중국 패권전략>은 ‘중국의 부상과 미중 전략경쟁, 미중 전략경쟁과 중국의 전략, 중국의 군사안보 전략, 중국의 경제통상 전략, 중국의 과학기술 전략’ 등 총 5부로 나뉘는데 관계된 리더들이 책을 직접 읽음으로써 구체적인 전략을 파악해보기를 진심으로 기도한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9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