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주민이 건강수명에서 전국 1위에 오르도록 도서관을 대거 늘리겠습니다. 인구당 도서관 좌석 수가 전국에서 가장 많게 하겠습니다.”
이 공약에 당신은 몇 점을 줄 의향이 있는가. 얼마나 현실적인 구상이라고 생각하는가. 또는 도서관의 건강수명 효과가 어느 정도라고 판단하는가.
우선 도서관과 건강수명의 인과관계가 국내에 널리 확산되어 있음을 살펴본다. 지난해 10월 방송된 EBS ‘다큐멘터리 K - 독자생존(讀者生存)’은 노화 속도를 늦추는 비결로 독서를 조명했다. 이 다큐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장수국인 일본에서도 건강수명 1위를 자랑하는 야마나시현 주민은 스포츠 참여율은 일본 최하위지만 도서관과 서점 숫자가 1위라는 사실을 소개했다.
이 프로그램은 독서가 정신 건강에는 물론이고 신체 활력에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로 2주 동안 5곳의 도서관에서 100권의 책을 대출하는 것이 취미인 76세 노인과 106년 된 순코도 서점의 아침 독서모임을 들었다.
사회학자가 쓴 〈베이비부머가 노년이 되었습니다〉는 일본 공영방송 NHK가 2018년 내보낸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NHK는 ‘건강 수명을 좌우하는 생활습관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노인 40만 명을 대상으로 10년 이상 추적한 생활습관 등 다양한 빅데이터를 모아 분석했다. 조사 결과 건강한 노인들이 공통으로 가장 많이 가진 생활습관은 운동이나 좋은 식습관이 아닌 독서였다.
이 방송은 책을 좋아하는 노인들은 책읽기 모임에 참석하느라 몸을 많이 움직이고 도서관에 드나들며 일정한 운동량을 유지한다고 풀이했다. 지역으로는 야마나시현을 들었다. 일본에서 건강수명이 가장 긴 이 지역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인구당 도서관 수와 학교 사서 배치율이 전국 1위라고 설명했다.
NHK는 빅데이터를 어떻게 분석했나? 2023년 한 일간지에 실린 칼럼이 전했다. NHK는 자체 개발한 ‘AI 히로시’에게 분석을 맡겼다. 일본 전역의 65세 이상 41만 명의 10년여 생활 데이터와 학술논문 5000만 건, 25년간 뉴스 250만 건 등을 AI 히로시에 제공했다. 그 결과 ‘건강수명에 가장 좋은 비결은 운동, 식생활이 아니라 독서’라고 AI 히로시가 답한 것이었다.
◇AI 답변으로 찾은 야마나시현
도서관과 건강수명의 인과관계 주장은 AI의 답변을 근거로 했다. AI의 분석은 전문가의 검증을 거쳐야 하지만, 방송사인 NHK는 그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AI는 NHK가 이 주장을 전한 2018년 이후에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아직도 오류와 환각을 종종 내놓는다.
도서관이 가장 많은 야마나시현이 건강수명 1위라는 ‘사실’도 사실과 다르다. 야마나시현이 건강수명 1위를 한 적이 있지만, 부분적이었다. 당시 남성 건강수명은 1위였고, 여성 건강수명은 3위였다. 게다가 야마나시현은 계속해서 1위를 차지하지도 않았다. 이후 다른 조사에서는 나가노현이 1위에 올랐다. 그래서 야마나시현이 아니라 나가노현을 일본 최고의 건강수명 지역으로 꼽는 기사와 칼럼도 많다.
희한한 대목은 야마나시현의 건강수명이 길다고 전제한 뒤 독서를 강조한 칼럼 중 이 지역의 건강수명을 일본 평균과 비교한 내용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필자가 검색한 결과 한 기사에서만 평균과 비교했다. 그 기사에 따르면 일본의 2016년 건강수명은 남성이 72.14세, 여성이 74.79세였다.
NHK는 빅데이터를 어떻게 분석했나? 2023년 한 일간지에 실린 칼럼이 전했다. NHK는 자체 개발한 ‘AI 히로시’에게 분석을 맡겼다. 일본 전역의 65세 이상 41만 명의 10년여 생활 데이터와 학술논문 5000만 건, 25년간 뉴스 250만 건 등을 AI 히로시에 제공했다. 그 결과 ‘건강수명에 가장 좋은 비결은 운동, 식생활이 아니라 독서’라고 AI 히로시가 답한 것이었다.
◇AI 답변으로 찾은 야마나시현
도서관과 건강수명의 인과관계 주장은 AI의 답변을 근거로 했다. AI의 분석은 전문가의 검증을 거쳐야 하지만, 방송사인 NHK는 그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AI는 NHK가 이 주장을 전한 2018년 이후에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아직도 오류와 환각을 종종 내놓는다.
도서관이 가장 많은 야마나시현이 건강수명 1위라는 ‘사실’도 사실과 다르다. 야마나시현이 건강수명 1위를 한 적이 있지만, 부분적이었다. 당시 남성 건강수명은 1위였고, 여성 건강수명은 3위였다. 게다가 야마나시현은 계속해서 1위를 차지하지도 않았다. 이후 다른 조사에서는 나가노현이 1위에 올랐다. 그래서 야마나시현이 아니라 나가노현을 일본 최고의 건강수명 지역으로 꼽는 기사와 칼럼도 많다.
희한한 대목은 야마나시현의 건강수명이 길다고 전제한 뒤 독서를 강조한 칼럼 중 이 지역의 건강수명을 일본 평균과 비교한 내용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필자가 검색한 결과 한 기사에서만 평균과 비교했다. 그 기사에 따르면 일본의 2016년 건강수명은 남성이 72.14세, 여성이 74.79세였다.
이는 일본 후생노동성이 3년에 한 번 실시하는 국민생활기초조사에서 나온 연령이다. 건강수명은 ‘건강상의 문제로 일상생활에 영향이 없다’고 답한 사람의 비율이나 연령별 인구 등으로부터 산출된다.
야마나시현 남성의 건강수명은 73.21세였다. 여성 건강수명이 가장 긴 곳은 아이치현으로 76.32세였다. 남성 건강수명이 가장 짧은 곳은 아키타현으로 71.21세였다. 여성은 히로시마로 73.62세였다.
분석적인 접근이라면 빠드릴 수 없는 비교가 야마나시현 남성의 건강수명이 평균보다 얼마나 길었나이다. 이 지역의 건강수명은 평균보다 12개월 정도 길었다. 일본 광역 지자체는 47개로 구분된다. 이들 지자체의 평균수명은 골고루 분포되었다고 추정할 수 있고, 그렇다면 20개 넘는 지자체의 평균수명이 평균보다 높다.
야마나시현 남성의 건강수명은 73.21세였다. 여성 건강수명이 가장 긴 곳은 아이치현으로 76.32세였다. 남성 건강수명이 가장 짧은 곳은 아키타현으로 71.21세였다. 여성은 히로시마로 73.62세였다.
분석적인 접근이라면 빠드릴 수 없는 비교가 야마나시현 남성의 건강수명이 평균보다 얼마나 길었나이다. 이 지역의 건강수명은 평균보다 12개월 정도 길었다. 일본 광역 지자체는 47개로 구분된다. 이들 지자체의 평균수명은 골고루 분포되었다고 추정할 수 있고, 그렇다면 20개 넘는 지자체의 평균수명이 평균보다 높다.
즉, 평균 건강수명과 야마나시현의 건강수명 사이 12개월에 20여 개 지자체의 평균수명이 분포한다. 그렇다면 1위 야마나시현과 2위, 3위 등 상위권의 건강수명 차이는 한 달 남짓일 것이다.
◇새로운 가설은 기존 분석 위에 세워야
여기서 잠시 건강수명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깨끗한 공기를 비롯한 자연 환경과 식생활, 운동, 의료 접근성 등이 기본적이고 타당하며 누구나 동의할 주요 요인이다. 따라서 나가노현의 건강수명이 높은 이유를 설명하는 다음 분석은 설득력이 있다.
건강수명의 대명사가 된 일본 나가노현이 대표적인 사례다. 칼슘이나 비타민 D가 풍부한 우유나 유제품, 해산물, 콩류 등을 적극적으로 섭취하도록 하는 식생활 개선과 함께 노인을 대상으로 체조와 스트레칭, 근력운동 등을 쉽게 할 수 있는 환경과 프로그램을 제공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거기에다가 지자체의 주민센터, 보건소, 복지시설, 시민단체 등이 참여해 노년기에 흔히 나타나는 골다공증 등 건강 예방 캠페인을 벌이고, 산책로, 둘레길, 체육시설 등에 ‘맞춤형 운동’을 집중적으로 보급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출처: 경북매일, 건강수명 연장, 나가노현에서 배운다, 2023.12.18.) 일본 오키나와는 세계 최장수 지역으로 꼽히다가 일본 건강수명 순위에서 하위로 밀렸다. 그 원인에 대한 다음 분석도 일리가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2021년 평균 수명을 보면 오키나와 남성의 평균 수명은 80.27세로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중 36위이다. 오키나와인 80대 기대여명은 여전히 일본 최고 수준이지만 식생활의 변화가 심한 50대~70대들은 밑바닥으로 떨어졌다. 조사 결과 오키나와는 미군의 장기 주둔과 맥도날드, KFC 등 서구식 식문화 영향으로 전통생활 방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또한 자동차 보급의 증가로 운동부족이 나타났다.
(중략) 식이와 생활습관이 나쁘게 바뀌면 건강수명이 급격하게 줄어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새로운 가설은 기존 분석 위에 세워야
여기서 잠시 건강수명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깨끗한 공기를 비롯한 자연 환경과 식생활, 운동, 의료 접근성 등이 기본적이고 타당하며 누구나 동의할 주요 요인이다. 따라서 나가노현의 건강수명이 높은 이유를 설명하는 다음 분석은 설득력이 있다.
건강수명의 대명사가 된 일본 나가노현이 대표적인 사례다. 칼슘이나 비타민 D가 풍부한 우유나 유제품, 해산물, 콩류 등을 적극적으로 섭취하도록 하는 식생활 개선과 함께 노인을 대상으로 체조와 스트레칭, 근력운동 등을 쉽게 할 수 있는 환경과 프로그램을 제공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거기에다가 지자체의 주민센터, 보건소, 복지시설, 시민단체 등이 참여해 노년기에 흔히 나타나는 골다공증 등 건강 예방 캠페인을 벌이고, 산책로, 둘레길, 체육시설 등에 ‘맞춤형 운동’을 집중적으로 보급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출처: 경북매일, 건강수명 연장, 나가노현에서 배운다, 2023.12.18.) 일본 오키나와는 세계 최장수 지역으로 꼽히다가 일본 건강수명 순위에서 하위로 밀렸다. 그 원인에 대한 다음 분석도 일리가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2021년 평균 수명을 보면 오키나와 남성의 평균 수명은 80.27세로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중 36위이다. 오키나와인 80대 기대여명은 여전히 일본 최고 수준이지만 식생활의 변화가 심한 50대~70대들은 밑바닥으로 떨어졌다. 조사 결과 오키나와는 미군의 장기 주둔과 맥도날드, KFC 등 서구식 식문화 영향으로 전통생활 방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또한 자동차 보급의 증가로 운동부족이 나타났다.
(중략) 식이와 생활습관이 나쁘게 바뀌면 건강수명이 급격하게 줄어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출처, 기호일보, 장수의 비결 음식에 답이 있다, 2024.08.27.)
설령 독서가 건강수명 연장에 미미하나마 효과가 있을지라도, 지역의 도서관 수를 주민 독서의 대체 지표로 활용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도서관이 많으면 책을 더 접하기 쉬워지지만, 이는 필요조건이고 충분조건은 아니다. 도서관이 많더라도 이용 연령층이 어린이 자녀를 둔 학부모이거나 청소년에 집중되어 있고, 노년층 중 이용 비율이 낮다면 도서관은 건강수명의 변수로 넣기에 적합하지 않다.
만약 도서관의 건강수명 효과가 신뢰할 만하다면, 그동안 국내 많은 지자체에서 도서관을 많이 개관하고 적극 운영하는 정책을 펴왔을 것이다. 실효가 의심스러운 관광·경제 정책을 앞다퉈 추진하는 지자체의 행태를 고려할 때, 당연히 나타났을 현상이다.
도서관 수가 건강수명에 기여하는 효과의 분석은, 만약 가능하다면, 이 같은 분석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건강수명 1위의 차이 약 1개월에 식생활과 운동, 의료 접근성, 도서관이 각각 얼마나 기여했을지 상상해보자. 식생활과 운동, 의료 접근성이 4주 가까이 차지하고, 도서관의 기여도는 기껏해야 하루 정도에 그치지 않을까? 설령 독서가 건강수명 연장에 미미하나마 효과가 있을지라도, 지역의 도서관 수를 주민 독서의 대체 지표로 활용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도서관이 많으면 책을 더 접하기 쉬워지지만, 이는 필요조건이고 충분조건은 아니다. 도서관이 많더라도 이용 연령층이 어린이 자녀를 둔 학부모이거나 청소년에 집중되어 있고, 노년층 중 이용 비율이 낮다면 도서관은 건강수명의 변수로 넣기에 적합하지 않다.
만약 도서관의 건강수명 효과가 신뢰할 만하다면, 그동안 국내 많은 지자체에서 도서관을 많이 개관하고 적극 운영하는 정책을 펴왔을 것이다. 실효가 의심스러운 관광·경제 정책을 앞다퉈 추진하는 지자체의 행태를 고려할 때, 당연히 나타났을 현상이다.
그러나 국내 지자체에서 도서관 붐은커녕 미풍도 불지 않았다. 도서관은 지역사회의 학습과 여가활동에 불가결하고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건강수명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아니라는, 상식적인 판단을 벗어난 유권자와 지자체장이 거의 없는 덕분이다.
사람은 단순화의 유혹에 약하다. 그동안 중요하게 거론되지 않아온 한 변수가 큰 역할을 한다는 서사는 대중의 관심을 끈다. 게다가 도서관과 건강수명의 인과관계는 AI가 분석했다는 점에서 더 주목받았다. 그러나 그런 분석을 접할 때마다 우리는 다음 경구를 되새겨야 한다. ‘복잡한 현상을 설명하는 단순 명쾌한 주장이 있다. 그것은 틀린 주장이다.’
사람은 단순화의 유혹에 약하다. 그동안 중요하게 거론되지 않아온 한 변수가 큰 역할을 한다는 서사는 대중의 관심을 끈다. 게다가 도서관과 건강수명의 인과관계는 AI가 분석했다는 점에서 더 주목받았다. 그러나 그런 분석을 접할 때마다 우리는 다음 경구를 되새겨야 한다. ‘복잡한 현상을 설명하는 단순 명쾌한 주장이 있다. 그것은 틀린 주장이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9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