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 주도를 위한 음식과 맛 스토리

[리더를 위한 북(book)소리]

책글문화네트워크 최보기 대표 2025.08.11 13:55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최보기 책글문화네트워크 대표
리더(Leader)가 훌륭한 리더(Reader)이도록 꼭 필요한 책을 소개해야 한다는 강박은 본의 아니게 공부하는 책, 딱딱한 책을 고르게 한다. 그런 책일수록 잘 안 읽게 되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여서 이번 호에는 애써 말랑말랑하고 촉촉한 책을 골랐다. 단맛과 짠맛이 적당히 어우러지는 ‘단짠단짠’ 음식이 인기인 것처럼 책도 여러 부류를 섞어 읽는 것이 독서의 습관화에 유리하니까.

치열한 육아와 맞벌이로 서로 피곤했던 과거에 아내가 차린 밥상머리에서 겁도 없이 “제철 나물 한 가지는 반찬으로 올라와야 하는 거 아닌가?” 했다가 된통 혼난 적이 있다. 나물의 수고가 계란프라이처럼 간단치 않거늘 1인2역으로 힘든 아내의 역린을 건드린 탓이다. 그럼에도 ‘제 철 나물은 보약’이라는 말은 빈말이 아니다. 

오래전 읽었던 ‘암을 이긴 의사 홍영재 박사’의 건강 비결은 ‘엄청난 가지나물 편식’이었다. 박사는 ‘가지의 보라색 껍질에 들어 있는 식물활성 영양소 피토케미컬이 항암효과가 뛰어나다’고 했다. 그때부터 무조건 가지 요리를 편애하는 중이다.

마늘 또한 식사 자리에서 대화의 소재로 자주 쓰이는 식재료다. ‘마늘이 만약 산삼만큼 귀했다면 산삼보다 백 배는 더 비쌀 것이다. 그만큼 면역력 강화 성분이 뛰어나다’는 어떤 식품영양학자의 말부터 ‘마늘과 쑥이 오죽 몸에 좋으면 곰이 먹고 사람이 됐겠느냐’는 단군설화까지 재미있는 이야기가 풍부하다. 

리더의 점심과 저녁식사는 약속의 연속, 박찬일 요리전문가(셰프)의 『망할 토마토, 기막힌 가지』는 밥상머리 주도를 위한 음식 스토리텔링이 가득 찬, 가벼운 책이다. 약속장소에 따라 미리 예상되는 음식의 스토리를 챙겨간다면 부드러운 대화와 품격 관리에 상당한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것을 저자는 ‘맛의 인문학’이라고 말한다.

토마토는 왜 ‘망할 토마토’일까. 저자가 요리를 배웠던 이태리는 토마토의 나라다. 그곳의 유명한 요리전문가 페란 아드리아가 ‘토마토만 이해하는 데도 평생이 필요하다’고 했을 만큼 토마토의 종류와 요리가 수없이 많고, 각 요리마다 쓰이는 토마토가 서로 다르기에 이태리 요리전문가에게 토마토는 망할 식재료다. 

다행히 한국은 ‘방울토마토와 토마토’ 두 종류밖에 없다. 그리하여 저자는 ‘토마토 소스 제조법’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는다. 간단하다. 복잡한 것은 다 포기하고 가장 잘 익은 토마토를 믹서에 간 뒤, 부피가 절반이 될 때까지 졸이면 끝이다. 더 맛있게 하는 온갖 요리법이 없는 것은 아니나 결국은 열을 가해 토마토 부피를 줄이는 것, 이것이 핵심이다.

가지 역시나 마찬가지다. 박찬일 셰프는 또 자신 있게 말한다. ‘가지는 밭에서 나는 홍합, 싸고 맛있으며 아직 흔해서 진가를 모르는, 그래서 더 흥미로운 채소’라고. 우리의 가지 요리는 단순해졌지만 이태리, 일본, 중국(연변)의 다양한 가지 요리가 빚는 ‘천부적 단맛’은 예민한 요리전문가라도 소주 두어 병은 순식간에 비우게 한다. 

이 밖에도 닭은 왜 ‘껍질과 내장의 고기’인지, 여수에 가면 왜 ‘연등천 45번집’인지, 공평동 골목 열차집과 충무로 백반집 잊지마식당에 얽힌 박찬일의 ‘음식열전’은 계속된다.

참고로 라면은 수분함량이 낮아 방부제를 넣을 필요가 없고, 라면 먹으면 얼굴이 붓고 비만을 유발한다는 말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 다만 짜게 먹어 물을 많이 먹으면 다음날 얼굴이 부을 수는 있다. 

<음식은 추억에 색채를 입힌다>는 멋진 제목의 글은 베트남 닭전과 어렸을 때 아버지께서 사 왔던 전기구이 통닭에 얽힌 이야기다. 어쨌거나, 음식이 바뀌면 몸이 바뀐다지만 음식을 알면 대화의 품격이 올라간다.
▲『망할 토마토, 기막힌 가지』/ 박찬일 지음 / 창비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8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hs175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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