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광 사라진 그곳, ‘미래산업’ 불 밝힌다

[이슈인사이드]태백·삼척에 ‘자원·의료 클러스터’ 조성, 전담 기구와 재원 마련 시급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2025.06.23 09:51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지난해 6월 폐광된 강원도 태백시 장성동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사진=뉴시스
국내 마지막 국영 탄광인 강원도 삼척 도계광업소가 폐광되면서 석탄산업 100년의 역사가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됐다. 폐광 이후 일자리 감소와 지역경제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지역사회에서는 ‘대체 산업을 하루라도 빨리 추진해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3일 정부와 각 지자체에 따르면 2023년에는 전남 화순광업소가, 2024년에는 강원 태백의 장성광업소가 폐광됐다. 정부는 마지막 국영 탄광인 도계광업소의 폐쇄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광업소를 운영해온 대한석탄공사도 이달 중에 공식적으로 문을 닫는다.

탄광이 하나둘씩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배경에는 시대 변화에 따른 에너지 산업 구조의 전환이 있다.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연탄을 비롯한 석탄은 국내 주요 에너지원이었다. 1988년 기준 전국에는 347개의 탄광이 운영되고 있었다. 그러나 이후 국가 에너지 정책이 석유와 천연가스를 중심으로 한 ‘주유종탄(主油從炭)’ 기조로 바뀌면서, 탄광은 점차 폐쇄 수순을 밟았다.

탄광이 문을 닫으면서 해당 지역의 인구 감소도 불가피해졌다. 1995년 ‘폐광지역 개발 지원에 관한 특별법’(폐특법) 제정 당시만 해도 태백, 영월, 정선, 삼척 등 주요 폐광지역의 인구는 26만9000명이었으나, 현재는 16만9000여 명으로 10만 명 가까이 줄어든 상태다.

폐광지역의 경우 다른 지역보다 인구소멸 위험도가 높을 정도로 상황은 심각하다. 강원연구원이 개발한 ‘강원도 소멸경고지수’ 분석 결과, 접경지역보다 폐광지역의 소멸 위험도가 더욱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강원도가 지난해 실시한 ‘탄광지역 폐광 대응 연구용역’에 따르면, 장성·도계광업소가 폐광될 경우 삼척에서 1685명, 태백에서 876명 등 총 2561명의 실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 탄광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면 지역 상권 붕괴 등 경제 전반에 미치는 충격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22년 2월 4일 대한석탄공사 도계광업소 광장에서 열린 대정부 투쟁./사진=뉴시스
◇“산업의 쇠퇴가 개인의 쇠퇴로 이어지지 않도록…대책 마련해야”


지역사회에서는 정부의 새로운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대체산업쟁취·대한석탄공사 폐광반대 공동투쟁위원회’는 지난 17일 강원 삼척 도계역 광장에서 시민 2000여 명과 함께 ‘폐광 저지 삼척시민 총궐기대회’를 열고 정부의 대응을 강하게 촉구했다.

전국 폐광지역 시장·군수 행정협의회는 일찌감치 폐광지역에 대한 체계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해왔다. 이 협의회에는 태백시, 삼척시, 영월군, 정선군, 보령시, 화순군, 문경시 등 전국 7개 시·군이 참여하고 있다. 협의회는 2023년 결의문을 발표, 정부 차원의 조직과 폐광지역 개발사업 전담기구를 설치하고 별도 재원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정부와 탄광 지역 지자체들도 폐광지역의 새로운 활로 모색에 나서고 있다. 폐광지역 대체 핵심산업인 ‘폐광지 경제진흥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가 오는 7월 발표될 예정이다. 총 7000억 원 규모의 이 사업은 태백에 청정메탄올 생산·물류기지 및 핵심광물 산업단지 등 ‘미래자원클러스터’를, 삼척에는 중입자가속기를 활용한 ‘의료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사업이 최종 통과될 경우 향후 30년간 최대 7만여 명의 직·간접 고용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폐광지역이 전환점을 맞기 위해서는 대체산업 육성이 필수라고 강조한다. 임재영 강원연구원 탄광지역발전지원센터장은 “폐광이 진행되면 지역 일자리가 줄고, 인구 유출로 인해 지역 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현재 태백과 삼척에서 관련 사업 예비타당성 조사를 앞두고 있는데, 탄광이 사라진 자리에 새로운 산업이 들어선다는 상징성을 지닌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이 원활히 추진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있지만, 해당 사업들은 폐광 이후 지역이 미래를 설계해 나가는 데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semi4094@mt.co.kr

정책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