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사 출신’ 도성훈 인천광역시교육감은 누구보다 현장을 강조한다. 1985년 교직에 첫발을 디딘 그는 30여 년간 교사, 전교조 인천지부장, 교장 등을 거치며 학생 중심 교육을 실천했다. 도 교육감은 2018년 민선 7기 지방선거에서 인천시교육감에 출마해 당선됐다. 2022년 치러진 민선 8기 선거에서도 재선에 성공, 인천 지역에서는 유일하게 연임에 성공한 교육감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지난 4월 17일 머니투데이 <더리더>와의 인터뷰에서 “교사가 근무하는 환경이 어떻게 조성되느냐에 따라 학생의 교육 환경도 달라진다”며 “교사와 학생 모두 교육 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교육청의 책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교육청은 ‘학교 업무 지원단’을 신설해 교사가 수업과 상담, 생활지도 등 본연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원 확충도 추진할 방침이다.
학생들의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읽걷쓰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청에 따르면 이 정책은 단순한 교실 수업을 넘어 학교 안팎에서 이뤄지는 실천 중심의 교육을 지향한다. ‘읽기’는 책에 국한되지 않고 인공지능과 사람의 마음·자연 등 세상과 나를 연결하며 삶을 읽는 과정을, ‘걷기’는 다양한 삶의 현장을 직접 찾아가 일상의 문제와 현상을 온몸으로 경험하는 과정을, ‘쓰기’는 공감과 협력을 바탕으로 실천적인 대화와 소통을 이어가는 과정을 담았다.
도 교육감은 “‘읽걷쓰 교육’은 교과서 중심의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삶을 살아가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돕는 데 목적이 있다”며 “창의적인 문제 해결력을 키우고, 자신과 타인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교육 철학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격화되는 경쟁 시대, 공교육의 역할은…”
과열된 입시 경쟁 탓일까. 사교육 시장이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2월 발표한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초중고 학생 중 79%가 사교육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해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은 27조원에 달했다. 2015년 18조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8년 만에 50%가량이 증가한 것이다.
인천 역시 예외는 아니다. 교육청에 따르면 관내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022년 49만원에서 2024년 58만원으로 9만원 증가했다. 특히 일반고등학생의 경우 월평균 78만원을 지출해 서울, 경기, 대전에 이어 전국 4위 수준을 기록했다. 사교육 시장도 커지고 있다. 인천시 내 등록 학원 수는 2022년 3803개에서 2024년 4500개로 늘었다. 같은 기간 과외교습소도 150여 개 증가해 총 1748개에 달했다.
도 교육감은 공교육이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의 흐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학생들이 사교육에 의존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대기업들은 학벌이나 스펙보다 역량 중심의 ‘블라인드 채용’을 확대하는 추세”라며 “이제는 전문성과 준비된 역량, 그리고 다양한 경험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은 시대에 맞춰 변하고 있지만, 수능 중심의 입시제도는 30년 가까이 그대로”라며 “진짜 공부보다 ‘시험을 위한 공부’에 매몰되는 지금의 평가 방식은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도 교육감은 “공교육이 해야 할 중요한 역할은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교육의 본질은 학생들이 건강한 신체와 정서를 갖추고, 자신을 사랑하듯 타인을 아끼는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데 있다”고 했다. 이어 “교육청은 학생 맞춤형 프로그램과 ‘아침이 행복한 학교’ 운영 등을 통해 학생과 학부모가 만족할 수 있는 공교육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있다”며 “앞으로도 우수한 교육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제공해 공교육의 신뢰를 높이겠다”고 했다.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 실현할 것”
교육청은 디지털 교육도시로의 도약을 목표로 ‘1인 1노트북 보급’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도 교육감은 “젊은 세대에게 스마트폰과 인공지능은 이미 익숙한 도구”라며 “우리는 인간과 AI가 공존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의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성인이 돼 살아갈 10년, 혹은 그 이후의 미래는 지금과는 전혀 다를 것”이라며 “코딩이 필요 없는 시대, 키보드 없이 몸짓과 음성으로 기기를 조작하는 세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교육청은 초등학교 입학준비금 지원을 비롯해 중·고등학교 신입생 체육복 지원, 체험학습비 지원 등 학생과 가정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희귀난치성 질환 학생과 제1형 당뇨병을 앓는 학생까지 지원 대상을 확대하며 돌봄의 폭을 넓혔다. 지난해에는 약 4000명의 학생이 참여한 ‘세계로배움학교’를 개최했다. 이 사업을 통해 550여 명의 학생이 실제 해외 현장을 다녀오는 등 인천 국제교육교류의 대표 사례로 자리 잡았다. 도 교육감은 “차별화된 교육정책을 통해 인천을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 그리고 품격 있는 교육도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도 교육감은 남은 임기 동안 단 한 명의 아이도 배움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돌이켜보면 임기 내내 쉽지 않은 시간의 연속이었다”며 “매번 새로운 파도를 넘기며 더 나은 교육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여러 벽을 마주하겠지만, 지금까지 그랬듯 ‘학생 중심 교육’,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 ‘결대로 성장하는 교육’이라는 철학을 중심에 두고 걸어갈 것”이라며 “학생들이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찾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흔들림 없이 ‘학생 성공시대’를 향해 가겠다”고 덧붙였다.

▶인천은 지난해 주민등록 인구 300만 명을 넘으며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출생아 수도 1만5242명으로 17개 광역 시도 중 1위를 기록했다. 찾아오는 도시, 아이 낳는 도시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모두 시민과 우리 교육청에서 근무하는 공직자들이 이뤄낸 성과다. 그러나 우리도 장기적으로 볼 때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학생 수가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점차 학생 수가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아이를 낳고 잘 키울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마련되지 않아서다. 현재 교육 현실은 여전히 사교육 의존도가 높고, 이로 인해 경제적 부담이 생긴다. 이는 출산 기피의 한 요인이 되기도 한다. 사회는 이렇게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수능 중심의 입시제도는 30년 넘게 제자리다. 이를테면 네이버 같은 국내 대표 IT기업은 이제 학벌이나 스펙보다는 전문성, 준비된 역량, 그리고 다양한 경험을 더욱 중요하게 본다. 삼성도 사내 평가에서 더는 상대평가를 하지 않는다. 진짜 공부보다 ‘시험을 위한 공부’에 집중하라고 요구하고, 인성을 중시한다고 말하면서도 결국 학원으로 가라고 하는 현실이 참 안타깝다.
-공교육이 어떻게 자리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나
▶공교육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는 것이다. 교육의 본질은 학생들이 건강한 신체와 정서를 갖추고, 자신을 사랑하듯 타인을 존중하는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데 있다. 이를 위해 교육청은 ‘읽걷쓰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이 책은 물론 세상을 읽고, 다양한 삶의 현장을 온전히 경험하며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정책이다. 아울러 관찰과 질문, 탐구와 행동 중심의 깊이 있는 수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각종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공교육 중심의 수시·정시 맞춤형 진학지도를 강화해 학생과 학부모가 학교 교육만으로도 안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다.
-‘읽걷쓰 교육’이 어떻게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는지
▶‘읽걷쓰 교육’은 즐겁게 읽고, 온전히 경험하며,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교육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약화된 학생들의 문해력, 관계성, 신체 건강 문제를 회복하고,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나다움’과 ‘인간다움’을 키우기 위해 시작됐다. 학생이 책은 물론 세상을 읽고, 직접 걷고, 자신만의 언어로 쓰는 것이 이 교육의 핵심이다. 이는 우리 교육청이 추구하는 철학이기도 하다. 이를 바탕으로 기존의 ‘앉아 있는 수업’에서 벗어나 관찰, 질문, 탐구, 행동이 중심이 되는 ‘움직이는 수업’으로 전환하고 있다. 앞으로도 질문하고 상상하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정책을 지속해, 인천이 품격 있는 교육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겠다.
-이 외에 어떤 지원책을 펼치고 있나
▶1인 1노트북 보급을 비롯해 초등학교 입학준비금, 중·고등학교 신입생 체육복 지원, 체험학습비 지원 등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희귀난치성 질환을 앓는 학생과 제1형 당뇨병 학생까지 지원 대상을 넓히며 교육복지의 사각지대를 줄이고 있다. 특히 약 4000명의 학생이 참여한 인천 국제교육교류 프로그램 ‘세계로배움학교’는 큰 주목을 받았다. 이 중 550여 명의 학생은 실제 해외 현장을 다녀오며 폭넓은 교육 경험을 쌓았다.
-3월부터 초등학교 1~2학년생을 대상으로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을 통합한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전면 시행하고 있다. 차별화된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인천형 늘봄학교는 원도심과 신도시가 공존하는 지역의 특성을 반영해 운영 방식을 차별화하고 있다. 원도심 학교에는 프로그램 운영 지원을, 신도시 학교에는 공간 개선 지원을 중점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또한 초등학교 1~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대학 및 지역 기관과 연계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아침이 행복한 학교’와 연계해 학생과 학부모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질 높은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학생 안전 역시 중요한 과제로 보고, 돌봄 프로그램 전반에 출결관리시스템을 의무 도입해 학부모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있다.
-대전 초등학생 피살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국회에서 이른바 ‘하늘이 법’을 추진 중이다. 법안에 어떤 내용이 담겨야 한다고 보나
▶‘하늘이 법’은 위기 교원의 교육 활동을 일정 부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세부 내용이 구체화되지 않아 보완이 필요하다. 우선, 긴급 상황 발생 시 학교장이 신속하게 학생과 교원을 분리 조치할 수 있도록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 교원의 직무수행 적합성을 판단하는 ‘교원직무수행적합성위원회’에 대한 법적 근거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이와 함께 특정 질환을 앓는 교원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인식을 개선하고, 교원의 마음 건강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 역시 병행돼야 한다. 이러한 내용들이 법안에 포함돼야 실효성 있는 예방책이 될 수 있다.
-지난해 10월 인천의 한 초등학교 특수교사가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교육청에서는 어떤 대응책을 마련했나
▶먼저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특수교사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 교육청은 지난 2월 19일, 교원단체와 장애인단체 등 15개 단체와 함께 공동 대응 방안에 합의했다. 합의안에는 특수학급 과밀 해소, 특수교사의 업무 경감 및 교권 보호, 중도·중복장애학급 운영 개선 등이 포함돼 있다. 특히 특수학급 공간을 확대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중도·중복장애 학생이 있는 학급에는 협력교사를 배치해 수업 부담을 줄이고, 의료지원 인력도 추가로 지원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교육부 차원의 실질적인 교원 지원이 절실하다. 특수교사 법정 정원의 충원은 지속적으로 교육부에 요청하고 있으며, 신설이 승인된 영종과 계양 지역의 특수학교 개교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

▶‘미등록 이주아동 구제 대책’은 당초 올해 3월 종료될 예정이었으나, 수도권교육감협의회 등 여러 기관의 지속적인 요청과 노력에 따라 법무부가 이를 3년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만약 해당 대책이 종료됐다면, 학생들은 학교생활 전반에서 신분 증빙에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에는 체류 자격이 없어 강제 출국 대상이 되는 상황에 놓였을 것이다. 현재 저출산과 지역 소멸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주민 유입이 꼽히기도 한다. 이를 위해 범부처 차원의 막대한 예산과 정책이 투입되고 있다. 이런 흐름에 맞춰, 미등록 아동을 제도 안으로 포용할 수 있는 법과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
-올해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
▶올해 정책 방향 슬로건은 ‘학교를 삶으로, 일상을 배움으로’로 정했다. 학교를 삶으로 잇겠다는 것은 학교가 학생들의 실제적 삶을 담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뜻이다. 아울러 일상을 배움으로 만들겠다는 것은 학생들이 평생학습 실천자로 자라도록 돕겠다는 뜻이다. 이런 뜻을 살려 올해도 교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임기가 1년여 남았다.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임기를 마무리할 생각인지
▶돌이켜보면 임기 내내 쉽지 않은 시간의 연속이었다. 늘 새로운 파도를 넘어야 했고, 그 과정 속에서 더 나은 교육을 만들기 위해 쉼 없이 달려왔다. 앞으로도 여러 벽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그래왔듯 ‘학생 중심 교육’,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 ‘결대로 성장하는 교육’이라는 철학을 중심에 두고 나아가겠다. 학생들이 저마다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발견하고, 스스로의 삶을 주도하며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학생 성공시대’를 실현하는 데 남은 임기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
도성훈 인천광역시교육감
1960년 출생
중앙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인천 인제고·부개고·동인천고 교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천지부장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부회장
인천광역시교육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