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나이팅게일, 역시 ‘광주다움’

['체험' 세상을 바꾸는 정책]집집마다 방문 돌봄 대상 발굴, 생활 지원에 의료서비스 결합

머니투데이 더리더 광주=신재은 기자 2025.03.05 09:36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편집자주얼마큼 효율적인 정책을 펼치느냐에 따라 주민 삶은 크게 달라진다. 우리 동네에 ‘안심가로등’을 설치하는 것부터 출산과 양육 지원까지 모두 정책의 영역이다. ‘체험 세상을 바꾸는 정책’은 기자가 직접 정책 현장을 찾아가는 코너다.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해당 정책의 실효성을 검증한다. ‘더 좋은 정책’을 위해 대안을 제시, 독자들과 정책 대상자들에게 사랑받는 코너로 자리 잡는 게 목표다.
▲지난 2월 12일 진행된 방문진료에서 윤영애 우리동네의원 간호부장이 혈압을 측정하고 있다./사진=신재은 기자

“매번 드시던 고혈압약, 고지혈증약, 당뇨약 챙겨왔어요. 이 용량으로 약 유지하다가 두 달 뒤에 당화혈색소 검사해볼 거예요.”

지난 2월 12일 광주광역시 광산구의 한 아파트 가정집에 진료실이 차려졌다. ‘광주다움 통합돌봄’ 시스템의 방문진료 현장이다. 방문진료 수행기관인 광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우리동네의원의 이미라 선생님과 윤영애 간호부장은 손동해씨(57·남)의 혈압을 측정하고, 복약지도를 진행했다.

이들의 방문진료는 특별했다. 짧은 시간 동안 병증을 말하고 처방전을 받아가는 ‘공장형’이 아니었다. 의사와 간호사는 집 안을 둘러보며 새롭게 복용하는 약은 없는지, 생활습관은 어떤지 파악했다. 심하다고 했던 변비는 괜찮아졌는지, 임플란트 치료는 잘 받고 있는지 등 환자의 ‘일상생활’을 진단했다.

환자의 상태를 살펴 광주시만의 돌봄서비스 연계도 진행한다. 손 씨는 하지절단으로 인한 지체장애를 앓고 있어 방문맞춤운동과 휴블런스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방문진료를 나온 이 선생은 “손동해 씨는 어렸을 때 사고로 다리를 다쳐 환상통이 남아 있다. 또 상체를 사용해 생활하니 어깨도 많이 아픈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 선생은 ‘광주다움 통합돌봄’의 방문맞춤운동 프로그램을 연계해 스트레칭 등 운동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할 수 있게 했다.

만성질환인 당뇨와 혈압 등으로 약해진 치아 관리를 위해 병원을 연결하고 ‘휴블런스’ 서비스도 안내했다. 휴블런스는 병원 동행이 필요한 취약계층에 병원 진료, 검진 및 약국 이용 등 전 과정을 케어매니저가 함께하는 서비스다. 전용 차량도 지원한다. 윤 간호부장은 “장애인 구강진료센터를 운영하는 전남대치과병원과 연계해 저렴한 비용에 임플란트 치료를 받게 했다”며 “이동은 병원동행서비스인 휴블런스와 연계해 진행한다”고 덧붙였다.

이용자의 만족도는 높다. 손 씨는 “장애인이나 1인가구는 세심하게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큰 도움이 되는데 방문진료를 통해 복약지도, 생활습관 등을 확인해줘서 좋다”며 “임플란트가 필요한 것을 확인하고 전남대치과병원에 연계해준 것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선별주의·신청주의 한계 타파”…돌봄사각지대 놓인 시민 발굴


▲‘광주다움 통합돌봄’의 동행지원 현장 모습/사진제공=광주광역시

광주광역시의 ‘광주다움 통합돌봄’은 선별주의와 신청주의의 한계에 갇혀 돌봄사각지대에 있던 시민들을 발굴해 복지서비스와 연계하는 통합돌봄 시스템이다.

기존 복지서비스는 특정 연령이나 소득 규정에 충족해야만 수혜 대상이 되는 선별주의적 성격이 강했다. 광주다움 통합돌봄은 △연령 △장애 여부 △소득 △재산 △진단서 등의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도 된다. 동(洞) 행정복지센터의 사회복지직·간호직 공무원이 가정을 방문, 평가를 통해 돌봄 대상 여부를 확정한다.

당사자가 직접 복지서비스를 신청해야 하는 신청주의의 문제점도 해결했다. 광주다움 통합돌봄은 ‘돌봄콜’을 통해 이웃과 기관, 병의원 등이 사례자를 의뢰할 수 있다. 부서 간 협업으로 아동학대·자살고위험군 등의 돌봄 신청이 오기도 하고, 병원에서 퇴원환자를 연계하거나 경찰청이 범죄피해자를 의뢰하는 경우도 있다. 시는 주민등록 사회복지 전산망을 활용해 1인가구 및 건강취약계층에 대한 의무방문도 진행한다. 그 결과 2024년 한 해 동안 8595명이 돌봄서비스를 받았다.

광주다움 통합돌봄은 동(洞) 행정복지센터의 공무원이 돌봄매니저 역할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사례자를 발굴한 후 돌봄매니저가 개개인의 필요에 따라 국가 복지서비스와 시의 ‘광주돌봄’ 서비스를 안내한다. 광주시 돌봄정책과 관계자는 “기존의 복지 제도는 많지만 시민들이 복지 정책을 직접 찾아가며 신청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특히 돌봄이 필요한 시민은 정보취약계층이 많기 때문에 복지 서비스를 이용하기 힘들다. 광주다움 통합돌봄은 담당자가 1:1로 복지 서비스를 연계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복지사각지대의 시민을 발굴한 사례는 다양하다. 이웃의 악취 신고로 1인가구이자 치매노인을 찾아 통합돌봄을 제공한 경우가 있다. 78세 할아버지는 연금을 수령하는 전직 군인이었다. 수급자나 기초연금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기존 복지망에 있지 않았다. 치매가 온 할아버지는 1인가구였던 탓에 본인의 병을 인지하지 못했고, 노인장기요양등급도 신청할 수 없는 상태로 방치돼 있었다.

광주다움 통합돌봄 시스템을 통해 발굴된 할아버지에게는 △청소 지원 △방역 방충 △방문목욕 서비스 △식사지원 △재가서비스 등이 제공됐다. 광주시 관계자는 “수혜자 발굴부터 돌봄서비스 지원, 사후 관리까지 온 동네가 함께 이뤄낸 결과물”이라며 “주민과 담당 공무원, 민관기관들의 협업이 빛나는 사례”라고 말했다.

광주다움 통합돌봄은 보완적이고 일시적인 서비스를 지향한다. 장기적인 복지서비스 제공보다는 사각지대에 머물던 시민을 발굴하고 국가 돌봄서비스와 연계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기존 복지 영역의 틈새를 ‘광주 돌봄’ 서비스로 보충한다. 광주 돌봄서비스는 광주시만의 돌봄서비스로 △일시재가 △방문목욕 △식사지원 △병원동행 △방문간호 △방문구강교육 △방문맞춤운동 △방역방충 등 13개 서비스로 구성돼 있다. 기준중위소득 90% 이하 소득자는 연간 150만원 한도에서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해당 서비스는 전액 시비로 운영된다.

광주다움 통합돌봄이 특별한 이유는 △기초 지자체 △광역 지자체 △의회 △민간 △공공 △학계 등 주체와 세심한 협업을 통해 구상했다는 점이다. 최일선에 있는 동 행정복지센터부터 시스템을 운영하는 광주시 관계자 등이 유기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시의회는 조례 제정, 예산 확보 등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광주다움 통합돌봄은 선진 돌봄시스템으로 각광받고 있다. 지자체, 지방의회를 비롯해 정부기구와 국회의원 등이 벤치마킹을 위해 광주를 방문했다. 보건복지부는 광주다움 통합돌봄 모델을 본떠 긴급돌봄 지침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 결과 세계지방정부연합 국제도시혁신상 최고상을 수상하고, 지난해 정부혁신 왕중왕전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의료돌봄 영역까지 확장…개인별 의료돌봄 매니저 배정


▲지난해 9월 2일 국회에서 열린 ‘지역돌봄 통합지원 토론회’에서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이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광주광역시

올해 시행 3년 차를 맞은 광주다움 통합돌봄은 생활지원에 의료서비스를 결합했다. 시 및 5개 구 통합돌봄과의 의료돌봄 매니저와 보건소 통합건강센터의 공동관리가 이뤄지는 것이 특징이다. 시가 전국 최초로 도입한 의료돌봄 매니저 시스템은 시민이 먼저 찾기 전에 시민의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능동형 서비스다. 담당 공무원이 의료돌봄 매니저가 돼 수혜자의 건강 상태와 돌봄 필요 정도를 확인한 뒤 보건소·병원·의료단체 등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재택 의료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안내한다.

의료돌봄 서비스의 양적 확대도 이뤄진다. △방문간호 △방문구강교육 등의 ‘광주다움 방문의료 서비스’를 신설한다. 방문진료 및 방문간호 서비스는 ‘광주다움 방문의료지원센터’를 통해 운영된다. 1차 의료기관의 의사가 가정 내 진료를 통해 △약물 처방 △복약 관리 △기본 검사 등을 진행하고, 간호사는 의사의 지시에 따라 △진료보조 △간호 △상담 △건강교육을 진행한다. 광주시의 대표 방문의료지원센터가 광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우리동네의원이다.

시는 방문구강교육 서비스를 새롭게 선보인다. 치과위생사 등 전문 인력이 대상자의 구강 상태를 점검하고 치아관리 교육 및 정보를 제공한다. 구강건강이 전신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구강 위생관리 교육을 실시하고, 입 체조 등 구강 건강 증진을 유도할 계획이다. 광주시 통합돌봄 관계자는 “구강관리가 면역력, 영양소 섭취 등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에 치위생사의 방문구강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방문맞춤운동 사업은 확대한다.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등이 건강상태에 따른 낙상 방지 교육, 일상생활 훈련 등 맞춤 운동을 지도한다.

올해 3세대 광주다움 통합돌봄을 맞은 광주시는 의료돌봄 확장으로 통합돌봄 체계를 완성하고자 한다.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은 “광주다움 통합돌봄은 작은 복지정책이 아닌, 시민의 존엄과 권리를 지켜내는 큰 정책이자 더 정의롭고 더 민주적인 돌봄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정책”이라고 밝혔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jenny091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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