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드]특례시 지위 흔들…청년들은 일자리 찾아 ‘탈창원’

[르포]인구 100만명 밑으로 떨어진 창원특례시…빈자리는 외국인 근로자가 채워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2025.02.20 14:19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성산구 상남동에 위치한 정우상가에 임대 문의 표시판이 붙어있다./사진=홍세미 기자
지난 13일 성산구 상남동 일대는 적막감이 돌았다. 창원시청이 자리한 이 일대는 산단 근로자들과 20대~30대의 젊은층이 많이 찾는 지역이다. '불이 꺼지지 않는 도시'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북적이던 상남동이지만 예전만큼 화려한 분위기가 사라졌다. 창원 청년들에게 ‘만남의 장소’로 여겨진 정우상가의 일부 점포는 임대 문의 표시판이 붙어있었다. 

창원 성산구에서 20년 동안 부동산 중개업을 했다는 김모씨(52)는 “시 전체적으로 상가 공실률이 높은 상황”이라며 “코로나 펜데믹 이후로 회식 문화도 사라져 산단에서 오는 단체손님도 거의 없다. 지금은 좀 회복했지만 한창 분위기가 좋을 때보다 매출은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창원시가 특례시 출범 3년 만에 지위 상실 위기를 맞았다. 20일 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창원의 주민등록인구(내국인)는 99만9858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11월 100만693명에서 835명이 빠지면서 99만명대 인구로 진입한 것이다. 창원 인구가 100만명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0년 7월 통합 창원시 출범 이후 처음이다.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인구가 2년 연속 100만명 이하일 경우 특례시에서 제외된다.

인구 감소 추이를 감안하면 2029년 창원시는 특례시 지위를 잃을 수도 있다. 시는 특례시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비수도권은 인구 기준이 수도권과 달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는 인구 감소의 가장 큰 원인으로 ‘청년 유출’을 지목한다. 이는 지표로도 나타난다. 시 청년 인구(19세~39세)는 10년(2014~2024년)간 32만 1963명에서 23만 2800명으로 8만9163명(27.6%)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60·70대는 11만 명에서 23만 명으로 12만 명 늘었다.

정우상가 앞에서 만난 취업준비생 이모씨(25)는 "주변 친구들을 보면 절반 정도가 좋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수도권이나 부산, 김해로 갔다"고 말했다. 이씨는 "여자의 경우 창원에서 일자리를 찾기 어렵고, 좋은 일자리가 아닌 경우가 많다“고 했다.

청년들이 시를 떠나자 창원국가산단 내 중소기업들을 중심으로 인력난도 심화하고 있다. 창원국가산단의 경우 청년 근로자 비중이 전국에서 최하위권이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이 2020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창원국가산단 전체 종사자 대비 청년 종사자 비중이 10.4%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국 주요 국가산단 26곳 중 하위 네 번째인 수치다. 이 중 남성이 85.3%(10만 2492명)를 차지하고 나머지 14.7%(1만 7714명)만 여성이다.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일대/사진=홍세미 기자
◇“상가는 공실, 원룸은 가득…청년 떠난 빈자리 외국인이 채운다”

시에서 외국인은 빼놓을 수 없는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시에 따르면 외국인은 2024년 12월 기준 2만 1540명이다. 2014년 1만8673명과 비교하면 약 3000명가량 늘었다. 창원국가산단을 중심으로 외국인 근로자 수요가 많아진 결과다.

외국인이 지역 인구 감소를 둔화시키는 완충 역할을 해왔던 것이다. 더욱이 지난해 1월 특례시 출범 이후 지위 유지 인구를 산정할 때 외국인 수를 포함하도록 해 그 중요성이 커졌다.

외국인은 성산구의 중앙동과 반지동 인근에 많이 거주한다. 이곳에서는 외국인들이 생필품을 구매할 수 있는 ‘아시아마켓’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반지동에 위치한 용지초등학교는 전체 학생의 30%가 다문화학생이다. 경남교육청에 따르면 용지초등학교는 공동화현상과 저출생으로 학생 수가 줄어드는 추세였지만, 2018년부터 외국인과 다문화가정 자녀가 입학하면서 학생 수 자체는 늘었다.

시의 상가 공실률은 높은 편이지만 외국인이 거주하는 원룸과 오피스텔은 대부분 차있다는 게 부동산 중개업 관계자의 설명이다. 부동산 중개업자인 김모씨(50대)은 “원룸은 없어서 거래가 안될 정도”며 “외국인 손님이 많은 편이다. 산단에 근무하는 외국인과 청년들이 이 지역 원룸과 오피스텔에서 거주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청년·외국인 잡으려 안간힘"…“치안 신경 써야” 목소리도
▲성산구 중앙동에는 외국인이 생필품을 구매하는 '아시아마켓'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사진=홍세미 기자
전문가들은 외국인 유입으로 일단 인구 감소 속도는 늦출 수 있다고 진단한다. 구본우 창원시정연구원 창원학연구센터장은 “단순 추계를 했을 때 2028년에 외국인 포함한 전체 주민이 100만명 밑으로 떨어져 2030년 특례시 지위를 잃는다”며 “코로나 펜더믹이 끝난 이후부터 외국인이 많이 증가하고 있고, 여러 가지 변수를 고려했을 때 앞으로 외국인이 좀 더 늘어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이 유입되면 시 전체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앞으로는 단순히 생산가능인구를 대체하는 인력으로 본다기보다 도시 발전방향과 잘 맞는 외국인이 유입되면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에서도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해 각종 청년정책과 외국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 시는 올해 청년이 정착하는 시를 만들기 위해 주거와 함께 일자리, 교육, 문화 정책을 펼친다고 밝혔다. 아울러 시는 지난해 인구정책담당관 내 외국인주민팀을 신설했다. 외국인주민팀은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과 정착 지원을 담당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외국인 인구가 많아지는 만큼 치안 정책도 같이 펼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상남동 일대에서 만난 최모씨(24)는 “외국인이 많아지는 만큼 시에서 치안 부분 신경을 많이 써줬으면 좋겠다”며 “외국인이 많은 동네는 밤에 지나가기 무섭다”고 말했다.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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