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팔을 들어서 좌우로, 앞뒤로 뻗어주세요.”
지난 5월 12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의 한 주택에서 흥겨운 트로트 소리가 흘러나왔다. 고잔동에 위치한 보배 노인케어안심주택 1층 커뮤니티 공간에서 ‘체조교실’ 수업이 한창이었다. 노인케어안심주택 입주민과 인근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어르신 15명은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동작을 따라 했다. 팔을 쫙 펴거나 손으로 다리를 두드리는 등 혈액순환을 돕는 운동을 이어갔다. 어르신들은 익숙한 음악이 나오면 함께 한목소리로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했다. 40여분 동안의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 어르신들은 삼삼오오 모여 근황을 나누고 식사 약속을 잡는 등 시간을 보냈다.
안산시의 노인케어안심주택은 돌봄이 필요한 노인에게 주거, 보건의료, 일상생활 돌봄이 가능하게 지원하는 곳이다. 1층에는 커뮤니티 공간을 조성해 지역 어르신 돌봄의 거점 역할을 한다. 보배 노인케어안심주택에서는 매달 10회 이상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체조교실 △도자기 공방 △치매예방수업 △보드게임교실 △터링(볼링과 컬링 방식을 더한 스포츠) 등 다양하다. 혈압이나 혈당 등을 측정하는 건강체험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대부분 인지능력 향상이나 신체활동을 돕는 등 노인 맞춤형 프로그램이다.
3년째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는 윤금년 어르신(75)은 “집에서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이곳에 모여 다 같이 노래를 부르고 운동하는 것이 더 즐겁다”며 “한동네 사람들이다 보니 이곳에 오며 가까워진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노인케어안심주택의 커뮤니티 공간은 입주자끼리 소통이 이뤄지는 공간이기도 하다. 매달 반상회를 진행해 주택의 문제를 논의하고, 공지사항을 전달한다. 보배 노인케어안심주택 운영을 담당하는 선부종합사회복지관의 송한나 사회복지사는 “반상회에서 새로운 입주자를 소개하거나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사전 공지해 우선적으로 신청할 수 있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거주지서 의료와 생활지원, 취미까지 ‘돌봄’
◇거주지서 의료와 생활지원, 취미까지 ‘돌봄’
안산 노인케어안심주택은 안산형 노인 의료·돌봄 통합지원 정책의 대표적인 사업이다. 노인케어안심주택에서 주거는 물론 통합지원서비스와 복지관 사업, 보건소 연계사업, 자체사업 등을 지원한다. 커뮤니티 공간에서는 취미 수업과 돌봄 상담도 진행한다. 현재 안산에는 3곳의 노인케어안심주택에 29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노인케어안심주택은 다양한 특성을 가진 사람이 제약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유니버설 디자인으로 설계됐다. 바닥엔 미끄럼 방지 장치를 설치했고, 복도를 넓혀 휠체어 이용에도 무리가 없다. 턱을 없애고 곳곳에 안전바를 설치해 노인과 장애인이 안전하게 거주할 수 있도록 조성했다. 욕실 세면대는 높이 조절이 가능해 신체 제약이 있는 거주자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위급 상황을 대비해 복지관과 119로 연결되는 응급비상벨도 설치돼 있다. 보배 노인케어안심주택 관계자는 “거주자를 위해 주택 옥상에 작은 텃밭과 휴식공간을 조성하고, 이곳까지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이동편의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거주자들은 높은 만족감을 드러낸다. 2021년에 입주했다는 정기용 어르신(82)은 보배 노인케어안심주택을 ‘살기 좋은 곳’이라고 말했다. 정 어르신은 “화장실이며 생활공간 곳곳이 실생활에 편리하게 돼 있다. 빨래건조대 높낮이도 리모컨으로 조절할 수 있어 사용하기 편하다”고 소개했다.
한 공간에서 다양한 돌봄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의료협동조합의 놀이프로그램, 말벗 지원 사업 등을 커뮤니티 공간에서 진행해 부담 없이 이용 가능하다. 정 어르신은 “다른 곳에 살았으면 사람과 마주할 일이 많지 않은데 여기서는 함께 그림도 그리고,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어 고독하지 않다”고 했다.
임대 주택 형태인 노인케어안심주택에는 관내 만 65세 이상 통합돌봄 대상자가 거주하고 있다. 장기요양재가급여자, 등급외, 퇴원환자, 노인맞춤중점군 등 다양하다. 일시적으로 거주와 돌봄을 받는 ‘중간집’ 형태가 아닌 장기 거주가 가능한 형태다. 2년 계약 후 재계약이 가능하다. 보증금 400~500만원에 월 임대료 25~27만원 선이다.
노인케어안심주택은 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경기안산지역본부가 협업해 탄생했다. LH가 재건축 비용을 부담하고, 시는 입주자 모집과 운영기관 선정, 커뮤니티 공간 운영 예산을 부담했다. 김경철 안산시 지역통합돌봄팀장은 “노인케어안심주택은 사업 규모가 작고 초기 투자 비용이 커 민간에서는 추진하기 어려웠지만 LH와 협력해 진행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의료·주거·생활지원까지 촘촘한 돌봄망 구축
안산은 통합돌봄 선도 지자체로 알려져 있다. 2019년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을 시작으로 2023년 노인 의료돌봄 통합지원 시범사업에 선정됐다. 노인케어안심주택과 전국 최초의 재택의료센터, 방문의료센터를 운영하며 노하우를 쌓았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23년과 2024년엔 지역복지평가 의료요양분야 장관상을 수상했고, 2024년 의료요양 통합돌봄사업 유공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시는 통합돌봄 시스템 안에서 정부의 지원 정책과 지역 특화서비스를 촘촘히 제공하고 있다. 단순 지원을 넘어 돌봄 공백을 최소화하고 위기 상황을 조기 발견하기 위해서다.
시의 지역특화서비스는 △보건의료 △주거복지 △일상생활돌봄 등 총 9가지다. 보건의료 영역에서는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물리치료사가 한 팀이 돼 방문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의사나 약사가 가정에 방문해 한의 진료와 약물복약상담 등을 지원하는 사업도 있다. 병원 환자 지원팀이 퇴원 환자를 대상으로 의료·돌봄 욕구를 포괄적으로 들여다보는 퇴원환자 지원사업도 운영한다.
이 밖에도 주거환경 개선이나 도시락 제공 사업, 방문가사 지원 사업 등 일상생활돌봄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거동 불편 대상자에게 요양보호사와 차량을 지원해 동행하는 등 일상생활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김 팀장은 “예방과 건강관리 중심의 방문의료 사업을 운영하고, 공공 및 민간자원과의 연계를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는 앞으로 예방 중심 건강관리와 AI·디지털 기반 모니터링, 지역 주민 참여 확대와 통합 플랫폼 구축 등 정책 고도화에 나선다. 아울러 65세 미만 지체·뇌병변 심한 장애인을 위한 통합돌봄도 확대할 계획이다. 공적 서비스로 대응이 어려운 일상 지원은 ‘이웃링크’를 통해 지역 내 이웃 활동가와 연계하고, 필요시 전문 인력과 연결해 대상자 상황에 맞는 맞춤형 지원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제도 밖 돌봄 공백을 줄이고 지역 기반 상호돌봄 체계를 강화할 방침이다. 김 팀장은 “개인 맞춤형 지원과 지역사회 관계망을 결합해 지속 가능한 돌봄 체계를 시민들께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6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