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생교육은 개인의 삶에 변화를 주는 것을 넘어 사회와 일터에서 필요한 역량을 키우는 중요한 수단이 돼야합니다.”
오후석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장의 지론이다. 특히 기술 발전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평생교육의 역할이 더욱 커진다는 것이 오 원장의 설명이다.
지난 2일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이하 진흥원) 원장실에서 진행된 머니투데이 <더리더>와의 인터뷰에서 오 원장은 “평생교육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것’”이라며 “단순히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변화 속에서 스스로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진흥원이 구조를 만들고 모든 도민에게 닿게 하겠다”고 밝혔다.
◇“평생교육과 인적자원개발의 통합적 접근 필요”

오 원장은 평생교육과 인적자원개발(HRD)의 연관성을 강조했다. 그는 평생교육과 HRD가 분리된 영역이 아닌 상호보완적인 구조로 봤다. 서로 다른 영역처럼 보이지만 결국 ‘삶과 일의 전환’이라는 같은 목적을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 원장은 “평생교육 프로그램에 학점제, 자격증 획득 등 제도화된 기능을 부여해 사회·조직 내에서 역량을 펼칠 수 있게 하는 등 평생교육과 HRD 연결점은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했다.
기술과 산업, 노동환경이 급변하는 이 시대에 평생교육과 HRD의 통합적 접근은 더욱 강조된다. 오 원장은 “학습은 개인의 성장을 넘어 사회 전체의 전환을 설계하는 자원이 돼야 한다”며 “진흥원이 평생교육과 HRD를 연계하고 구조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먼저 정책 및 제도 정비에 나서고 있다. 진흥원은 평생교육, 인적자원개발, 노동정책이 따로 움직이지 않도록 제도 정비를 추진 중이다. 또 두 영역이 함께 작동하는 프로그램을 시범 운용해 실효성을 검증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학습 결과가 개인의 이력에 반영되고 조직이나 지역 운영에 연계되도록 성과 구조를 설계하고 있다.
◇GLLC, 평생교육-HRD 연계 방향성 논의…“실행 전략까지 다뤄”
평생교육과 HRD와의 연계에 대한 고민은 오는 23일 진행하는 ‘2025 경기 글로벌 평생학습 리더십 컨퍼런스(GLLC)’에 고스란히 담겼다. 평생교육과 HRD를 함께 다루는 것은 국내에서 처음 시도하는 주제다. 오 원장은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평생교육과 HRD가 어떻게 함께 지역과 사회의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구체적 모델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 원장은 GLLC는 단순한 학술대회가 아닌 정책·현장·학문을 연결하는 실행형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양한 연령대의 국내외 학자, 국제기구까지 참여해 학문적 논의가 실행 전략 구상까지 이어질 예정”이라며 “신진 학자들이 새로운 평생교육 담론을 제시하고, 동아시아와 유럽·미주의 전문가들이 서로 다른 경험과 시각을 공유하는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GLLC의 기조강연이 평생교육과 HRD 연계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조강연을 맡은 캐나다 빅토리아대학교의 버드 홀 명예교수는 유네스코 ‘지역사회 기반 연구 및 고등교육의 사회적 책임’ 공동의장으로, 지식민주주의와 지속가능발전목표 분야의 국제적 연구를 선도해 온 인사다. 버드 홀 교수는 이번 기조강연에서 대학과 지역사회가 가진 지식이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지식이 이어질 때 사회적 문제에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할 예정이다.
오 원장은 “버드 홀 교수는 교육과 학습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이어지는 생태계로 여긴다”면서 “평생교육과 HRD가 힘을 합쳐 새로운 학습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평생교육과 HRD 분야의 원로·후속세대가 함께하는 특별대담도 진행된다. 학습사회에서 일·학습·여가의 관계가 주제다. 오 원장은 “특별대담은 단순한 세대 교류가 아니라 학문적 동행이 다시 이어지는 장이 될 것”이라며 “세대 간 차이가 드러날수록 그 차이 속에서 더 큰 통찰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재설계 가능한 삶의 구조 제공”…세대·대상 맞춤형 프로그램 운영

오 원장은 평생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역량을 ‘AI·디지털 활용 능력’과 ‘전환 능력’으로 꼽았다. 급변하는 우리 사회에서 스스로 길을 찾는데 필수적 자질이라는 것이다. 진흥원은 이 두 가지 역량 교육을 바탕으로 세대별 맞춤형 교육 구조를 재설계하고 있다. 청년층의 글로벌 챌린지, 중장년의 재도전학교와 행복캠퍼스, 노년층의 밀착형 문해교육, 장애인과 경계선지능인을 위한 음악·미술 융합형 특수교육 등 다양하다.
오 원장은 “진흥원은 경기도민 중에서도 학습에 소외를 가장 먼저 경험하는 계층의 학습권 보장에 집중하고 있다”며 “학습권을 제도화된 형태로 보장하기 위해 연구활동을 활성화하고 이슈페이퍼 발간, 국제학술대회까지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진흥원은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인생 2막을 준비하는데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오 원장은 “재도전학교와 행복캠퍼스 프로그램은 경력 전환·사회 참여·자아실현까지 도움을 줄 수 있게 구성했다”며 “궁극적으로 ‘재설계 가능한 삶의 구조’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재도전학교는 실패 경험이 있는 도민에게 다시 설 수 있도록 돕는 재도약 프로그램이다. 교육 뿐 아니라 상담, 컨설팅, 네트워킹까지 통합 지원해 재도전의 기반이 되도록 했다. 오 원장은 “재도전학교에 참가자들은 대부분 능력이 부족해서라기보다는 실패에 대한 상실감을 가진 이들이다. 재도전학교에서 실패 경험을 함께 나누고 치유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크게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도내 베이비부머 세대를 위한 실천형 학습 플랫폼인 행복캠퍼스도 있다. 이 프로그램은 취·창업뿐 아니라 다양한 삶의 가능성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 모델이다. 2025년 현재 2278명이 참여했으며, 연말까지 4000명 이상의 도민이 혜택을 받을 예정이다. 오 원장은 “진흥원은 배움을 통해 도민의 전환을 가능케 하는 설계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오 원장과의 일문일답.
-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장으로 취임한지 4개월이 지났다. 그동안의 소회는 어떤지
▶취임 후 도민들께 더 많은 평생학습 기회를 드리기 위해 달려온 시간이었다. 특히 장애인이나 경계선지능인, 베이비부머 세대로 불리는 중장년층처럼 학습의 기회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도민들께 다가가고자 했다. 그 과정에서 진흥원 핵심 사업인 평생교육이용권 보급, 경기도민 독서포인트제 출범, 찾아가는 배움교실 운영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했다.
- 평생교육이 더 많은 도민에게 닿기 위해 진흥원은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정책을 실행하는지
▶평생교육은 단순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도민이 자신의 삶을 설계할 수 있도록 구조를 만드는일이다. 학습의 영역이 학교와 일터 밖, 은퇴 이후로 확장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진흥원은 △지역 중심 평생교육 체계 구축 △디지털 기반 교육 전환 △생애 전환기 지원이라는 세 가지 방향에 집중하고 있다.
- AI를 비롯한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모든 세대에 다양한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진흥원은 이 흐름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AI와 디지털 전환은 교육의 구조와 방법론 자체를 바꾸는 흐름이다. 예전에는 평생교육 영역에서 읽고 쓰는 문해교육을 진행했다면 이제는 디지털 문해 교육이 필수다. 우리 원은 이에 대응해 도민 대상 사업에도 AI를 본격적으로 접목하고 있다. 평생교육연수센터의 ‘전문가 양성과정’에서는 AI 기반 데이터 분석과 콘텐츠 설계 훈련을 접목해 교육 중이다. 또 진흥원 디지털 플랫폼에 개인 맞춤형 콘텐츠 추천 기능을 적용해 도민 개개인의 학습 이력에 맞춘 개인화된 학습 경험을 지원하고자 한다. 내부 역량 강화를 위해 직원들을 대상으로 AI 활용 교육을 정기적으로 운영하고, 생성형 AI 실습 중심 툴도 함께 다루고 있다.
- 오는 23일 진행하는 ‘2025 경기 글로벌 평생학습 리더십 컨퍼런스(GLLC)’에서 평생학습과 인적자원개발(HRD)의 연계를 다루는 것으로 안다. 두 분야를 함께 논의하는 이유는
▶진흥원은 설립 초기부터 공공·민간 HRD 경험을 갖춘 전문가가 초대 원장을 맡으며 지역 기반 평생교육에 HRD의 언어와 구조를 내재화했다. GLLC 첫 해의 주제를 정할 때 ‘평생교육이 어떤 분야와 전략적 접점을 만들어야 하는가’를 고민했고, HRD를 떠올렸다. 평생교육과 조직 내에서의 교육이 상호 영향을 주고 받으면 개인의 삶을 넘어 지역과 사회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 두 영역이 어떻게 함께 지역 전환을 실행할 수 있을지 구체적 모델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 이번 컨퍼런스 특별세션 B에서 텍사스 A&M대학의 김정환 교수와 공동 좌장으로 참여하는데,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이번 세션에서는 진흥원장으로서 ‘왜 지역이 중요한가’라는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싶다. 지역이 어떻게 하면 성장할 수 있는지, 지역에서 출발한 평생교육이 어떻게 사회와 세계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함께 논의할 예정이다. 전문가보다는 학습자의 눈으로 논의 과정을 지켜보고 동시에 정책을 책임지는 기관장으로서 그 통찰을 어떻게 실행으로 옮길지 연구하겠다.

- 경기도는 31개 기초자치단체를 둔 전국 최대 광역지자체인만큼 각 지역의 여건과 수요도 다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춰 진흥원이 추진 중인 정책이 있다면 무엇인가
▶경기도는 31개 시·군의 규모와 재정, 정책 역량이 매우 이질적인 구조다. 때문에 각 지역의 상황을 구조적으로 진단하고 차등화된 접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도민 누구나 사는 곳에 상관없이 동등한 학습기회를 보장받도록 하기 위해서다. 우리 원은 ‘평생학습 기회특구’를 통해 지역 특성에 맞는 평생교육을 컨설팅하고 지역이 발전할 수 있도록 맞춤형 지원을 하고 있다. 평생교육을 통해 주민들이 지역사회에 참여하고 지역 변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
- 그간 경기도 문화체육관광국장, 용인시 행정1부시장, 경기도 행정2부지사 등을 역임했다. 이 경력이 현재 진흥원을 이끄는데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지
▶행정은 결국 복잡한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석하고 실행가능한 해법을 만드는 일이다. 그동안 정책 설계와 조정, 실행 과정의 전체 구조를 읽는 눈을 갖게 됐다. 또 지금 돌아보니 몸담았던 행정 각 분야에서 평생교육 관련 정책을 진행했다. 다양한 기관이 해당 영역 안에서 독자적으로 평생교육 관련 활동을 하고 있는데 진흥원 프로그램에 그 기관들의 사업을 연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재취업 프로그램에 신보의 창업자금지원 사업을 연계하든지, EBS와 MOU를 통해 평생교육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공유하는 등이다.
- 임기 내에 이루고 싶은 사업이나 비전이 있다면
▶평생학습은 결국 삶을 다시 설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각 시군이 가진 역량이나 인프라에 맞춰 지역 기반의 학습생태계를 구축하고, AI를 활용해 개개인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싶다. 재취업 및 재창업 관련 교육을 개발해 생애 전환기를 지원하는 플랫폼이 되고 싶다. 진흥원은 도민 누구나 동등한 학습 기회를 갖도록 지원할 것이다.
오후석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장
1967년 출생
고려대학교 행정학 학사
워싱턴대학교 행정학 석사
연세대학교 도시공학 박사
경기도 문화체육관광국장
경기도 용인시 행정1부시장
행정안전부 생활안전정책관
경기도 행정2부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