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주 4.5일 근무' 실험…'워라밸 vs 업무공백' 딜레마

[이슈인사이드]일부 지자체 시범 도입 … "제도 보완 뒷받침 돼야"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2025.08.11 09:59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서울 종로구 광화문네거리에서 직장인들이 출근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일부 지자체가 '주 4.5일 근무제'를 시범 도입하고 있다. 제주도와 울산 중구는 지난해부터 전직원을 대상으로, 경기도는 공공기관과 민간 기업을 대상으로 제도를 진행 중이다. 제도를 도입한 지자체에서는 ‘워라밸이 지켜진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있지만, 제대로 안착되기 위해서는 예산 편성 등 개선돼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11일 제주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해 7월부터 ‘13시의 금요일’이라는 이름으로 주 4.5일 근무제를 도입했다. 도에서 근무하는 전직원을 대상으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하루 8시간 외에 추가로 4시간 이상 근무하고, 금요일은 오후 1시에 퇴근하는 방식이다. 도는 앞으로 시·도, 공공기관 산하 직원까지 '주 4일 근무제'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7월 1일부터 도와 행정시, 공공기관이 합동으로 유연근무제를 활용해 주 40시간 근무를 유지키로 했다.

울산 중구청은 지난 1월부터 '주 4.5일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하루 1시간을 추가 근무해 금요일 오후에 퇴근하는 방식이다. 지난 1월부터 4월 11일까지 전체 직원 719명 중 164명(22.8%)이 이 제도를 활용했다. 주민들에게 안정적인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정원의 25% 범위에서 운영하고 있다. 

경기도는 산하 공공기관과 도내 민간 기업을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주 4.5일 근무제를 운영 하고 있다. 도에 따르면 민간기업 및 공공기관 등 총 68곳이 참여하고 있고, 지난달 15일 47곳이 추가로 선정됐다. 참여 기업에는 직원 1인당 최대 26만 원의 장려금이 지원되며, 기업 사정에 따라 주 35시간 근무나 격주 4일제 등 유연한 형태로 운영 가능하다. 시범 사업은 3년간 진행되고 이후 노사 합의를 통해 상시제도로 전환할 수 있다.

서울과 대전시, 충남, 충북, 전북도 등은 자녀를 둔 직원을 대상으로 '주4일 근무제'를 진행하고 있다. 우선 서울시의 경우 지난해 8월부터 8세 이하 자녀를 둔 직원을 대상으로 '주1회 재택근무 의무화'를 도입했다. 대전시에서는 임신한 직원에게 주 4일 출근을 보장하는 ‘육아기 단축 근무제’를, 충남도 역시 2세 이하 자녀를 둔 직원을 대상으로 주 4일 출근을 도입했다. 충북도는 2세 미만 자녀를 키우는 직원을 대상으로, 전북도 역시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를 둔 공무원을 대상으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7월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창립 제65주년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주 4.5일 시대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뉴시스
◇“주 4.5일 ‘좋아요”…공백은 어떻게?

‘주 4.5일 근무제’를 도입한 지자체들은 직원들의 근무 만족도 향상과 업무 효율 증대를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자녀 돌봄 시간을 확보해 일과 가정이 조화를 이루는 근무 환경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실제로 근로자들은 대부분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울산 중구는 주 4.5일제를 활용한 직원 164명 중 절반가량인 80명을 대상으로 대면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0%가 자녀 돌봄은 물론 자기계발 활동에 실질적인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지자체들은 저출산 문제 해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가 2007년~2014년 여성관리자(대리급~임원급) 333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기혼여성의 주당 평균 총 근로시간이 1시간 증가할 때마다 1년 이내 임신확률은 0.34%포인트 줄어들었다. 특히 첫째 아이를 가질 확률은 1%포인트나 떨어졌다.

일각에서는 제도가 안착되기 위해서는 개선해야 하는 부분도 많다고 지적한다. 우선 모든 공무원을 대상으로 제도를 전면 적용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이다. 민원 창구처럼 대면 업무를 수행하는 부서는 근무자 부재 시 민원 대응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주 4.5일제를 사용하는 인력이 늘어날 경우 남은 인력의 업무 부담이 가중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아울러 주 4.5일 근무 시행에 따른 임금 공백을 세금만으로 보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주 4.5일 근무 제도 참여 기업에 지원금을 제공하고 있는 경기도는 매년 약 100억 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3년간의 시범 사업 이후에는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주 4.5일제를 도입하길 기대하고 있으나, 실제 자율 도입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근무일 단축과 함께 제도적 보완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혜수 경북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주4.5일 근무 제도가 실제로 직원들의 삶에 변화를 가져온다면, 주4일 근무까지도 충분히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워라밸’을 정책의 핵심 목표로 삼는다면 보다 과감한 제도 도입도 가능하다”며 “지금은 다소 물리적인 근무일 단축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듯 하다”고 덧붙였다.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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