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 급 조선시대 불교미술 한 자리에… 337년 만에 서울로 외출나온 온화한 미소의 부처 등

머니투데이 더리더 최정면 기자 2021.12.06 12:54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국립중앙박물관 조선의 승려 장인 특별전 포스터./사진=국립중앙박물관

국보와 보물로 이뤄진 조선의 불교미술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특별전이 7일부터 일반 관람객에 공개된다. 용문사 목각아미타여래설법상(보물)은 전시를 위해 특별히 337년 만에 처음으로 사찰 밖으로 외출했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민병찬)은 오는 12월 7일(화)부터 오는 2022년 3월 6일(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조선시대 불교미술을 조성한 승려 장인의 삶과 예술 세계를 살펴보는 특별전‘조선의 승려 장인’을 개최한다.

특별전은 조선시대 승려 장인 대표작을 한 자리에 국내외 27개 기관의 협조를 받아 국보 2건, 보물 13건, 시도유형문화재 5건 등 총 145건을 일반 관람객에서 선보이며, 15개 사찰에서 54건의 출품작을 선보이고, 전시된 작품의 제작에 관여한 승려 장인은 모두 366명으로 불교미술의 블록버스터 급 전시이다.

7세기 중반부터 18세기 초에 활동한 조각승 단응(端應)이 1684년(숙종 10)에 불상과 불화를 결합하여 만든 보물 <용문사 목각아미타여래설법상>과 아울러 붓의 신선으로 불렸던 18세기 전반의 화승 의겸(義謙)이 1729년(영조 5)에 그린 보물<해인사 영산회상도>, 국보로 18세기 중후반에 활동한 화승 화련(華蓮)이 1770년(영조 46)에 그린 <송광사 화엄경변상도>서울 전시는 처음이다.

▲보물 제989-2호 예천 용문사 목각아미타여래설법상./



4부로 나눈 출가한 승려 장인들의 작품 세계


먼저 제1부‘승려 장인은 누구인가’에서는 종교미술 제작자로서 일반 장인과 구별되는 승려 장인의 성격을 살펴보는데, 1458년(세조 4) 작 경북 영주 흑석사 소장 <법천사 목조아미타여래좌상>(국보)은 도화서 화원(畫員) 또는 관청 소속 장인이 제작한 조선 전기 불교미술의 대표적인 예이다. 이와 달리 1622년(광해군 14)의 <목조비로자나여래좌상>(보물)은 조각승 현진(玄眞)을 비롯한 승려 장인들이 협업하여 만든 기념비적인 상으로서 조선 후기 불교미술의 제작방식과 특징을 잘 보여준다.

아울러, 중국 불화 및 일본 불상의 제작자와 비교하여 승려 장인이 공동으로 불상과 불화를 만든 것은 다른 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조선 불교미술의 특징임을 제시한다.  이어 제2부‘불상과 불화를 만든 공간’에서는 ‘화승의 스튜디오’와‘조각승의 스튜디오’를 연출하여 승려 장인의 공방과 작업과정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1775년(영조 51) 작 <통도사 팔상도> 4점(보물)과 그 밑그림에 해당하는 초본을 나란히 비교 전시하여 스케치가 불화로 완성되기까지의 변화과정을 보여준다.

▲설치 미술가 빠끼(vakki)승려 장인을 기억하며./사진=국립중앙박물관

그리고 컴퓨터 단층 촬영(CT) 결과를 이용하여 기존에 소개된 적 없는 불화 초본과 목조불상의 내부 구조도 공개한다. 제3부‘그들이 꿈꾼 세계’는 이번 전시의 핵심 부분으로서 대표적인 조각승과 화승의 중요 작품들을 집중 조명한다. 조각승 단응이 만든 (1681년)과 (1684년), 화승 의겸이 그린 (1729년),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전반에 활약한 화승 신겸(信謙)의 (1828년) 등이 선보인다.

이 불상과 불화들은 좀처럼 함께 모이기 어려운 명작들로, 관람객들은 한 자리에서 조선 후기 불교미술의 정수(精髓)를 감상할 수 있다. 마지막 제4부‘승려 장인을 기억하며’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을 포함한 조선 후기 불․보살상 7점과 설치미술가 빠키(vakki)의 작품 ‘승려 장인 새로운 길을 걷다’를 함께 전시한다. 이 공간에서는 과거와 현재가 만나 미래로 나아가는 불교미술의 새로운 면모와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불교 미술의 현재적 재해석 그리고 지평의 확장의 의미


▲정병혁 기자 = 6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린 '조선의 승려 장인' 언론공개회에서 관계자들이 통도사 팔상도를 살펴보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번 전시에서는 자칫 어렵게 느낄 수 있는 불교미술을 친숙하게 접할 수 있도록 현대인의 시선으로 재해석하는 다양한 시도가 엿보인다. 먼저 승려 장인이자 통도사 방장(方丈)이신 중봉 성파 대종사를 비롯한 문화예술계 전문가들의 인터뷰에서는 불교미술을 바라보는 관점을 재해석하고 그 지평을 확장시킨다.

도입부 영상 ‘손으로부터’는 나무와 돌, 비단과 삼베 같은 평범한 재료가 승려 장인의 손끝에서 불상과 불화로 완성되는 과정을 그려낸다. 제3부의 실감 영상 ‘화엄의 바다’는 어렵고 복잡한 내용의 <송광사 화엄경변상도>를 선재동자를 주인공으로 삼아 알기 쉽게 풀어낸다.

또, 검색 키오스크를 설치해 전시에 출품되지 않은 여러 승려 장인의 작품들을 찾아볼 수 있게 관람 편의를 제공한다. 현재까지 파악된 조선 후기의 조각승은 1,000여 명이고, 화승은 2,400여 명에 이른다.

이처럼 많은 수의 승려 장인이 활약했던 이 시기는 우리나라 불교미술의 르네상스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특별전이 조선의 승려 장인과 이들이 만들어낸 불교미술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그 가치와 의미를 새롭게 느껴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다만, 전시기관과 관람방식은 코로나19(COVID-19) 상황으로 유동적이라 국립중앙박물관 누리집 공지사항을 확인한 후 관람해야 한다.
choi0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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