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구, '100가정 보듬기 사업' 11년 간 722가정 지원

[지자체 정책돋보기]복지 사각 가구에 도움, 누적 지원금 39억5000만원

머니투데이 더리더 편승민 송민수 기자 2021.09.14 14:32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나는 결코 대중을 구원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한 번에 단지 한 사람만 껴안을 수 있을 뿐입니다. 당신도 시작할 수 있고, 나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마더 테레사 수녀가 남긴 말이다. 우리는 새로운 복지 패러다임을 짜면서 이 말이 가지고 있는 정신에 주목했다. 그 정신에서 시작한 것이 100가정 보듬기 사업이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지난 8월 머니투데이 <더리더>와의 인터뷰에서 서대문구의 나눔 복지 시스템인 '100가정 보듬기 사업'에 대해 이렇게 소개했다.

복지현실의 가장 큰 문제점은 늘어가는 복지수요를 감당할 수 없는 한정된 복지예산이다. 2011년 시작된 100가정 보듬기 사업은 공공자원만으로는 복지수요를 감당할 수 없고,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이웃들이 지속적인 도움을 받으려면 민간자원을 활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사업이다.

◇ 100가정 보듬기 사업이란?

100가정 보듬기 사업에서 100의 의미는 숫자 100의 의미도 있지만 '모든'을 뜻하는 'ALL'의 의미도 있어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모든 가정을 의미한다.

2011년 1월 시작된 100가정 보듬기 사업은 당초 지역사회 내 종교단체나 기업, 개인후원자를 발굴해 한 가정씩 모두 100가정만 보듬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당초 목표를 훨씬 뛰어 넘어 2021년 9월 현재 722호 가정에 누적 지원 금액이 총 39억 5000여만 원에 이르고 있다.

서대문구 100가정 보듬기 결연식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위해 손가락 하트 모양을 만들고 있다./사진=서대문구 제공

결연 대상은 각종 복지제도의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한부모, 조손, 청소년, 다문화, 홀몸노인 가정 등이다. 결연 가정은 독지가로부터 생활 실태에 따라 매월 기초생활유지와 자립, 진학 등을 위한 후원금으로 10만원에서 최대 50만원까지 받는다.

후원기간은 결연을 맺은 시점부터 자립할 때까지며, 1년 단위로 재결연 여부가 결정된다. 사업 초기에는 후원자로 기업과 단체, 종교기관 등이 주로 참여했지만 사업이 활성화되면서 개인 후원자도 늘었다.

수혜가정은 동 주민센터, 복지기관, 이웃 등의 추천과 자격심사를 거쳐서 정해진다. 특히 100가정 보듬기 후원액은 자동이체로 사회복지 공동모금회를 거쳐 대상 가정에 바로 전해져 그 과정이 매우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

◇ 100가정 보듬기, 효과는 어땠나

100가정보듬기는 11년여 동안의 전체 결연 722가정 중 186가정에 대해 지금도 후원이 진행 중이다. 나머지 가정들은 후원이 종결됐는데 '생활환경 호전'이나 '사망 등 자연발생적 요인'이 전체 종결 사례 중 7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연가정 현황은 한부모(모자, 부자) 가정과 조손가정이 56%로 절반 이상 차지했으며, 노인가구가 13%, 다문화가정이 3%, 기타 저소득가정이 27%였다. 후원자는 사업체가 51%, 단체가 22%, 개인이 15%, 종교기관이 12%였으며, 월 후원금액은 10만 원대 45%, 20만 원대 44%, 30만 원대 9%, 50만 원이 2%였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사진=머니투데이 김휘선 기자

문 구청장은 "100가정 보듬기가 평범한 시민들도 참여해 서민이 서민을 돕는 사업으로 거듭나고 있다"며 "기부자에게는 사회공헌의 기회를, 결연가정에는 생활과 학업에 도움을 주는 이 사업을 꾸준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타 자치구 70대 시민, 익명으로 1년간 25가정 후원

지난해에는 서대문구가 아닌 다른 자치구 주민인 70대 남성이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에 놓인 취약계층 이웃을 위해 '100가정 보듬기' 참여 뜻을 밝혀 귀감이 되기도 했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길 희망한 익명의 이 기부자는 100가정 보듬기 사업을 통해 작년 9월부터 1년간 매월 640만원을 25가정에 나눠 후원했다. 후원을 받은 25 결연가정 중 홀몸노인이 4가정, 한부모 13가정, 일반 저소득 8가정이었다. 이 가운데에는 만성질환으로 일을 할 수 없어 자녀 교육비가 부족한 주민, 배우자 사망 후 혼자 생활하며 병원 진료비가 필요한 주민 등이 포함됐다.

구 관계자는 "기부자가 코로나19 상황 가운데 더욱 어려워진 이웃들을 돕고 싶어 했으며, 서대문구민은 아니지만 관내 북아현동에 거주하는 자신의 가족을 통해 '100가정 보듬기'에 대한 얘기를 듣고 사업의 뜻에 공감해 기부를 결심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carriepy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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