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탐방]엘리시안 제주CC & 라온CC, 바람도 잡고 하늘까지 도와줬건만…

[임윤희의 골프픽] 제주 그린 착시에 ‘멘붕’…싱글 도전은 다음으로

머니투데이 더리더 임윤희 기자 2021.06.04 09:57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편집자주골프 열정 넘치는 초보 플레이어의 골프장 탐방기다. 언젠가는 ‘싱글’이 되겠다는 야심 찬(?) 계획과 독자들에게 다양한 골프 관련 소식을 전하겠다는 직업의식이 만났다.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 주말 골퍼들의 ‘애독코너’로 자리 잡는 게 목표다. <편집자주>
▲제주 엘리시안CC/사진출처=엘리시안cc 홈페이지
해외로 가는 하늘길이 막히면서 제주 골프가 각광받고 있다. 제주도 내 골프장 역시 치솟는 그린피 반열에 동참하고 있지만 아직 경기권보다는 양호한 수준이다.

지난달 샷감이 올라왔다며 싱글에 도전해보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언듈레이션(마운드의 고도차)이 넘실대는 경기·강원권의 산악지형 대신 푹신한 양잔디와 널찍하고 평평한 페어웨이로 좋은 스코어를 기대할 수 있는 제주 골프장을 찾았다.

제주 라운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날씨운’이다. 제주까지 비행기를 타고 가서 궂은 날씨를 만나는 것은 최악의 상황이다. 제주는 기온과 바람이 변덕스러워 골퍼들의 애간장을 태우는 것으로 유명하다. 섬 특징상 기본적으로 바람은 내륙보다 강한 편이다.

첫날은 엘리시안 제주CC 둘째 날은 라온CC에서 총 36홀 라운딩을 했다. 제주 골프장은 유독 파랗고 촘촘한 페어웨이가 하늘과 대비되면서 청량감을 더해준다.

두 곳 모두 페어웨이에 캔터키블루그라스(잔디 품종)가 식재돼 있다. 내륙에서도 캔터키블루그라스는 페어웨이에 가장 많이 쓰는 품종이지만 제주에서의 느낌은 사뭇 다르다. 훨씬 더 부드럽고 푹신하다. 중간중간 솟은 오름, 그리고 곳곳에 널려 있는 화산암은 제주의 정취를 물씬 느끼게 한다. 

제주 7대 자연경관 #엘리시안제주CC
엘리시안 제주CC는 제주 국제공항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다.
한라산 중턱 500m 고지에 위치한 엘리시안제주CC는 36홀 골프장(회원제 18홀, 대중제 18홀), 4개의 코스로 구성돼 있다. 제주의 특색 있는 자연과 세계 거장들의 예술혼이 투영된 골프장이다. 품격 있는 클럽하우스와 식사패키지는 제주를 찾은 관광객이 별도의 맛집을 찾지 않아도 될 만큼 다채롭다.
▲엘리시안 제주cc의 봄풍경/사진출처=엘리시안cc홈페이지
넓은 페어웨이와 화산암 그리고 조각처럼 솟아 있는 오름은 제주에서의 골프를 기억에 남게 만든다. 오름에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어 제주 특유의 바람에 대한 방해가 적어 최적의 라운딩이 가능한 것도 특징이다.

엘리시안제주CC는 에스오일 KLPGA가 개최된 곳으로, 자연을 그대로 살린 명품코스로 제주 7대 자연경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호수를 둘러싼 레이크 코스, 소나무로 둘러싸인 파인 코스, 초원을 테마로 한 감포 코스, 애월의 바다를 바라보는 오션 코스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라운드 도중 간혹 노루나 꿩, 두루미 등 야생동물이 출현해 마치 호주나 미국 북서부의 천혜의 자연 속에 위치한 골프장에 와 있는 착각마저 들게 한다.

총 전장은 약 1만4309야드, 36홀 144파 코스로 초보 골퍼들도 부담스럽지 않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것이 엘리시안제주CC의 장점이다. 전장이 짧고 페어웨이가 넓은 편이기 때문에 난이도가 높지 않다.

싱글 도전 ‘폭망’ 첫날 94타
엘리시안제주의 오션-캄포코스에 도전했다. 대체로 짧고 넓은 페어웨이에 날씨까지 도와주는 날이다. 그러나 이곳에서 싱글에 깃발을 꽂아보자던 기세는 어디로 가고 네 번째 홀에서 트리플을 기록하자 김이 빠지기 시작했다. 여섯 번째 홀에서는 벙커에 빠져 3번을 허우적대다가 양파를 기록했다. 트리플과 양파면… 싱글은 생각할 수 없다.

“쉬운 구장이라고 좋은 스코어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엘리시안 제주CC/사진=임윤희 기자
오늘 도전은 폭망이다. 보기플레이어 체면도 못 지켰다. 세컨드샷의 정확도가 떨어졌다. 어프로치 역시 전부 길었다. 한클럽 짧게 잡고 어프로치로 붙이는 플레이를 했어야 했다. 거기에 늘 나를 괴롭히는 퍼터까지 삼박자를 이루니 스코어는 최악이다.

엘리시안제주CC는 봄철 그린 관리(에어레이션 작업) 때문에 모래를 뿌려놓은 상태였다. 그린의 경도도 단단한 편이어서 퍼팅은 통통 튀면서 굴렀다. 게다가 그린은 착시가 많아 여러 번 퍼팅을 했다. 골프장의 컨디션에 맞춘 정교한 플레이 대신 줄줄이 터졌던 트리플과 양파에 멘탈이 무너졌다.

부담 없고 편안한 #라온CC
두 번째 제주 라운딩을 위해 찾은 라온CC는 대체로 평이하다. 스코어에 대한 스트레스 없이 좋은 추억을 만들고자 제주 골프를 계획했다면 한번 방문해봐도 좋을 골프장이다. 라온CC만의 시그니처가 명확한 홀들이 기억에 남을 장면을 연출해준다. 특히 레이크 3번 홀은 멀리 보이는 풍력발전기가 티잉그라운드 앞쪽으로 펼쳐진 호수와 어우러지며 골퍼들에게 힐링 뷰를 선사한다.

라온CC는 스톤, 레이크, 파인 3개의 코스 27홀로 구성됐으며 부담 없는 코스로 제주의 핸디캡인 눈, 안개, 바람의 영향이 가장 적은 골프장을 자부한다.

2004년 10월 개장과 함께 열린 MBC 라온건설 인비테이셔널대회는 타이거 우즈와 콜린 몽고메리, 최경주, 박세리가 참가해 세기의 샷 대결로 주목을 받았다. 당시의 추억을 기리는 기념비를 클럽하우스 앞쪽에 설치해 골퍼들을 설레게 한다.
▲ 라온 건설 인비테이셔널대회에 참가한 타이거 우즈와 콜린 몽고메리, 최경주, 박세리의 기념비가 라온CC에 설치되어 있다./사진=임윤희 기자
다만 클럽하우스와 식당, 로커룸이 노후한 편이니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가는 것이 좋다. 페어웨이 상태와 그린의 컨디션은 양호한 편이다.
콜린 몽고메리의 세심한 손길이 닿은 3개의 코스는 자연훼손을 최소화하면서 자연이 주는 편안함, 그리고 힘과 부드러움으로 14개 클럽을 모두 사용해야 하는 전략적인 코스 레이아웃을 갖고 있다.

세계적인 극상림 지대의 천연 난대림 속에 위치해 코스 설계부터 시공에 이르기까지 원시자연 그대로 살아 있다. 27홀 3개의 코스는 저마다 돌, 호수, 소나무에 의해 독특하고 개성 있는 풍광을 자랑한다.

굿샷 없이, 85타
라온CC 플레이는 전날보다 훨씬 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제 실패 이유를 생각하며 샷을 할 때 생각이 많았다. 자신감 없는 스윙에 뒤땅을 치든가 볼의 윗부분만 치는 토핑이 많았다.

전날의 긴장이 그대로 플레이에 묻어났다. 백스윙이 완벽하게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몸을 많이 쓰면서 다운스윙을 끌어내리면서 타점이 원래보다 앞쪽에 미리 형성돼 뒤땅이 발생했다.

특히 이전 라운딩까지 기가 막히게 맞아주던 3번 페어웨이 우드가 고장났다. 제주에서 2번의 라운딩에서 단 한 번도 제대로 볼을 띄우지 못했다. 대부분 토핑성 볼이 나오는 것을 볼 때 클럽을 떨궈주지 못했다는 생각이다. 

스코어가 나쁘지 않았던 이유는 이 때문이다. 뒤땅과 토핑은 거리는 짧지만 방향성은 나쁘지 않다. 마무리로 아이언의 정확도가 높았고, 전날 고전한 퍼팅도 적응했다.
▲ 레이크 3번 홀은 멀리 보이는 풍력발전기가 티잉그라운드 앞쪽으로 펼쳐진 호수와 어우러지며 골퍼들에게 힐링 뷰를 선사한다./사진=임윤희 기자




제주 골프 tip➊ 그린 위의 착시…한라산을 찾아라


제주에서 골프를 칠 때 알고 가면 좋은 팁을 하나 공개한다. 기자도 이 사실을 모르고 골프장에 갔다가 몇 타는 더 나왔다. 첫 티샷 후 그린에 올라서는 순간 놀랄 만한 착시에 동공이 흔들렸다. 분명 오르막인데 캐디는 내리막이라고 말해준다. 한라산 중턱에 위치한 골프장은 그린에서의 착시가 심하다. 제주 명물 ‘도깨비 도로처럼’.

섬 가운데 한라산이 우뚝 솟은 제주도의 골프장은 그린에서 착시 현상이 종종 일어나는데, 이를 ‘마운틴 브레이크’라고 한다. 평지처럼 보여도 사실은 한라산 쪽이 조금 높기 때문에 공은 한라산 반대 방향으로 흐른다. 내리막처럼 보이는 퍼트 라인이 실제로는 오르막인 경우도 있다. 산이 어느 쪽인지를 살핀 뒤 퍼트나 샷을 해야 낭패를 보지 않는다. 당연히 한라산 쪽이 높고 바다 쪽이 낮다.

사전 지식 없이 찾은 제주에서 캐디를 못 믿은 대가로 스리펏과 포펏을 얻었다. 더 솔직하게 캐디를 믿고자 했지만 눈대중으로 퍼터를 하기 때문에 보이는 대로 칠 수밖에 없었다는 표현이 적절하겠다. 퍼터도 한 타, 드라이버도 한 타인데 그린 위에서는 왜 그렇게 쉽게 몇 번의 샷을 날리고 마는지


골프 tip❷ 멘탈 잡는 법


제주에서 붕괴된 멘탈을 다잡아보고자 프로들의 멘탈 관리법을 준비했다.

마스터스에서 5번 우승컵을 들어 올린 타이거 우즈는 지난해 디펜딩 챔피언으로 대회에 참석해 최악의 기록을 남겼다. 그러나 위기 극복 능력이 탁월한 그의 멘탈 관리는 이런 순간에 더욱 빛이 났다.

마스터스가 열린 오거스타 내셔널 12번홀, 파 3홀에서 우즈는 무려 10타를 기록했다. 볼을 물에 3번이나 빠뜨렸다. 155야드, 8번 아이언으로 친 첫 티샷에서 볼은 그린을 맞았지만, 스핀을 먹고 그린 앞쪽의 물로 들어갔다. 1벌타를 먹은 후 70야드에서 친 3번째 샷도 그린을 맞혔지만, 다시 물로 들어갔다. 

또 1벌타를 먹고, 친 5번째 샷은 그린을 넘어 벙커로 들어갔다. 벙커 안 급경사 바로 밑에 볼이 있어 우즈는 매우 불편한 자세로 6번째 스윙을 해야 했다. 그것이 너무 세서 볼은 그린을 맞고 다시 그린 앞 물로 들어갔다. 

거기서 1벌타를 또 받았다. 벙커 같은 자리에서 그린에 올려서 2퍼트를 하고서야 마무리됐다. 하지만 이어 남은 6개의 홀에서 5개의 버디를 잡아내며 세계 톱 프로다운 멘탈 관리를 보여줬다.

골프는 다른 스포츠와 달리 일단 시작하면 끝까지 선수 교체를 하거나 물러날 수 없다. 상황을 받아들이고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만 생각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멘탈이 중요하다.

프로선수들조차 어려워하는 운동인데 주말에 가끔 연습하고 한 달에 한두 번 라운딩하는 주말 골퍼가 일관되게 볼을 잘 치기란 쉽지 않다. 이 점을 잊지 말고 멘탈을 관리해서 즐기는 골프로 바꿔야 한다. 좋은 스코어에 대한 무리한 욕심은 금물이다. 멘탈을 관리하는 방법을 리마인드하면서 플레이를 즐겨보자.

첫째, 아이언 샷이 생크가 나거나 드라이버가 슬라이스가 나더라도, 결코 위축돼서는 안 된다. 동반 플레이어들도 걸어온 길이라는 생각으로 자신을 위로해야 한다.

둘째, 좋지 않은 샷의 기억은 잊어버리는 것이 좋다. 지난 안 좋은 경험을 계속 생각하면 자신감 있는 스윙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또 이런 습관은 다음 샷에 집중할 수 없게 한다.

셋째, 베스트 샷을 스스로 선정해 복기하는 것도 자신감을 끌어올리는 좋은 방법이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6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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