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재보선 ①]서울, ‘집’을 잡지 못하는 자는 집으로…

박영선 ‘반값 아파트’로 표심 공략, 오세훈은 ‘재건축·재개발’ 카드

머니투데이 더리더 편승민 기자 2021.04.02 09:56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위)박영선 후보가 4·7 재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3월 25일 서울 구로구 구로디지털단지 지플러스타워 앞에서 열린 유세 출정식에서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아래)오세훈 후보가 3월 25일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시청역 거점유세에서 연설을 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사진=뉴스1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의 양자대결로 압축됐다. 민주당은 정권 재창출에,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정권 탈환을 위해 이번 선거에 사활을 걸고 있다. 4·7 재보선 결과는 문재인 정부의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내년 3월 9일 치러지는 20대 대선을 좌우할 기폭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재보선은 전국 21개 선거구에서 진행된다. 관심 선거구는 단연 서울과 부산시장 선거다. 대한민국 1, 2대 도시의 수장을 뽑는 선거이니만큼 대선을 방불케 할 만큼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임 시장의 성 비위로 인해 보궐선거가 이뤄지는 만큼 젠더이슈가 가장 크게 부각될 것이라는 선거 초반 예상이 깨지고 있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신도시 땅 투기 사태 등이 터지면서 부동산 이슈가 전면에 등장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다보니 두 후보의 공약 역시 주택공급 문제에 방점이 찍혔다. 공급 방식에선 차이가 있다. 박영선 후보는 공공부지를 활용한 반값아파트 공급, 오세훈 후보는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통한 민간 공급 확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박영선 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프로필/그래픽=뉴시스



박영선의 키워드-첫 여성·4선의원·MB저격수


박영선 후보는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면서 “여성 최초 메인앵커, 해외특파원, 경제부장, 정책위의장, 법사위원장, 원내대표를 거쳐 첫 여성 서울시장이 되겠다”는 포부를 강조했다.
박 후보는 헌정 사상 첫 여성 법제사법위원장(2012~2014년), 첫 여성 교섭단체 원내대표(2014년 새정치민주연합)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 ‘첫 여성 서울시장’ 타이틀 도전도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보인다.
MBC 앵커와 기자 출신인 박 후보는 정동영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의 권유로 2004년 MBC에서 퇴사하고 정치권에 입문했다. 그는 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열린우리당 비례대표 9번으로 당선됐고, 이후 서울 구로을에서 내리 3번을 선거에 이기면서 4선 중진에 올랐다.
2007년 17대 대선에서는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BBK 의혹’을 집중 공격하는 데 앞장서면서 ‘MB 저격수’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약 1년 10개월간 제2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직을 수행했다.
국회의원 시절에는 재벌 개혁의 소신이 뚜렷한 강성 이미지가 짙었지만, 중기부 장관 시절에는 중소기업·소상공인 정책을 펼쳤다는 호평을 받았다.
박 후보는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세 번째 도전이다. 2011년 서울시장 재보선 민주당 후보로 나섰지만 야권 단일화 경선에서 故 박원순 변호사에게 고배를 마셨고,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3선에 나선 故 박원순 시장에 다시 도전장을 냈지만 민주당 경선에서 탈락했다.
박 후보는 박 전 시장 사건과 관련해 수차례 사과하며 “이런 죄송한 일이 서울시에서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첫 여성시장으로서 두 배로 더 겸손하게 서울시민을 모시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희롱 사건의 피해자가 보궐선거를 3주 앞두고 지난 3월 17일 사건 발생 이후 처음으로 공개석상에서 목소리를 내며 박 후보의 사과에 대해 “진정성도 현실성도 없는 사과”라고 지적했다.
피해자는 “(민주당이) 투표율 23% 당원투표로 서울시장 후보를 냈는데 지금 (박 후보) 선거 캠프에는 저에게 상처줬던 사람이 많이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박 후보와 민주당은 다시금 ‘박원순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원죄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처지가 됐다.



첫 번째 공약, 21분 컴팩트 도시 서울


박영선 후보가 1월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사진=뉴스1
박 후보는 지난 1월 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21분 안에 모든 생활시설에 접근할 수 있도록 서울을 21개 권역으로 재구성하는 ‘21분 컴팩트(함축) 도시’ 공약을 소개했다.
서울을 인구 50만 명 기준으로 21개 구역으로 나누고, 각 구역에서 21분 안에 직장과 교육·보건·문화시설에 도달할 수 있도록 공간을 재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박 후보는 서울 시민의 일상은 도심에 집중돼 있다며 “서울을 분산형,
자족형 도시로 전환해야 지속가능한 시민의 삶을 보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박 후보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디지털경제로의 대전환 △아이 돌봄과 교육을 서울시가 책임지는 대전환 △생애맞춤형 복지로의 대전환 등을 제시했다.



평당 1000만원 반값 아파트 고품질 공공주택 30만호 공급


부동산 정책으로 박 후보는 5년 안에 공공 분양주택 30만 가구를 건설해 주택난을 해결할 수 있고, 토지임대부 방식이나 시유지·국유지를 활용해 아파트 값도 절반으로 낮출 수 있다고 봤다.
박 후보는 “내가 제일 먼저 개발하고 싶은 건 강북에 있는 공공임대주택 가운데 30년 이상된 낡은 임대주택으로 (재개발을) 바로 착수할 수 있다”며 “이걸 평당 1000만원의 반값 아파트로 분양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후보의 부동산 공약은 공공 주도로 주택을 공급하는 정부의 정책과 결을 같이하는 셈이다. 이밖에 경부고속도로를 지하화하고 그 위에 아파트를 지어 공급하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10년 만에 부활한 오세훈, “정권 교체 시민 명령 받들겠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범야권 단일화 후보로 확정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3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국회를 나서며 환호하고 있다./사진=뉴스1
지난달 23일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서울시장후보 단일화 경선 결과 오세훈 후보가 승리했다고 공동 발표했다. 전날인 22일 서울시민 3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른 것이다. 정확한 득표율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오 후보는 오차범위를 벗어난 격차로 안철수 후보를 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시장직을 걸었다 중도 사퇴한 오 후보는 10년 만에 다시 서울시장에 도전하게 됐다. 오 후보는 발표 직후 연 기자회견에서 “지난 10년을 무거운 심정으로 살았다”며 “단일화로 정권을 심판하고, 정권교체의 길을 활짝 열라는 시민 여러분의 준엄한 명령을 반드시 받들겠다”며 울먹였다.

안 후보는 “야권의 승리를 위해 (오 후보를) 열심히 돕겠다”며 국민의힘에서 서울시장 보선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민주당은 오 후보의 ‘내곡동 셀프 보상 의혹’과 시장직 사퇴 전력을 더욱 부각한다는 전략이다. 박 후보는 단일화 결과 발표 직후 “이제 구도는 확실해졌다”며 “서울의 미래 박영선 시장이냐, 낡고 실패한 시장이냐의 구도”라고 말했다.



오세훈의 키워드-최연소 서울시장·무상급식·대권잠룡


환경 전문 변호사 출신의 오 후보는 2000년 16대 총선을 통해 정치권에 입문했다. 그는 정치자금법 등 이른바 ‘오세훈 3법’을 통과시키면서 젊은 보수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총선 불출마 선언 직후인 2006년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오 후보는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을 꺾고 45살에 역대 최연소 서울시장 자리에 올랐다.
2010년에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누르고 서울시장 재선에 성공하면서 차기 대권주자로 급부상했다. 그러나 2011년 시장직을 걸고 무상급식 찬반 주민투표를 강행했다가 투표율 미달로 개표가 무산되면서 결국 시장직에서 자진 사퇴하는 수모를 겪었다.
그 여파로 2016년 총선, 2019년 자유한국당 당 대표 선거에서도 연이어 고배를 마셨으며, 지난 21대 총선에서조차 서울 광진구에서 정치 신예인 고민정 민주당 후보에게 패하면서 정치적 재기가 어려울 듯 보였다.
하지만 이번 서울시장 재보선 당내 경선과 단일화 대결에서 대이변을 연출하면서 10년 만에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 대선 전초전이라고 할 수 있는 재보선에서 박영선 후보와의 본선 대결에서 이겨야 재기가 완성되지만, 이미 대권주자인 안 후보를 한 차례 꺾으면서 대선 경쟁력도 어느 정도 갖추게 됐다는 평가다.



1순위 공약, ‘스피드 주택공급 2탄’


오 후보는 서울시장 재직 때 경험을 바탕으로 신속하게 부동산 문제해결에 나서겠다며 ‘스피드 주택공급 2탄’을 공약 1번으로 내세웠다. 용적률을 완화하는 등 신속하게 규제를 없애 재개발·재건축을 정상화하고 민간 공급을 활성화 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오 후보는 ‘신규주택 36만호 공급’을 발표하면서 “공급의 핵심주체는 민간이 돼야 한다”며 “스피드는 민간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오 후보는 재개발·재건축을 정상화해 18.5만호, 민간토지를 임차해 짓는 상생주택 7만호, 도심형 타운하우스 모아주택 3만호, 기존 서울시 공급계획을 계승해 7.5만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오 후보는 “서울시장으로 취임하면 일주일 안에 재건축, 재개발 규제를 풀겠다”며 양천구 목동, 영등포구 여의도, 노원구 상계동, 강남구 압구정동, 광진구 자양동 등 구체적인 지역명까지 언급했다.
이 밖에도 오 후보는 주거지역에 대한 7층 고도제한 폐지와 용적률 상향을 추진하고, 한강변 35층 층고제한도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뒤바뀐 지지층…취약층 잡기 나선 朴·吳
-2030은 오세훈, 40대는 박영선 지지

야권 단일화 이후 처음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오세훈 후보가 55.0%의 지지율로 36.5%를 기록한 박영선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크게 따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24일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806명에게 물은 결과다.(95% 신뢰수준에 ±3.5%포인트)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두 후보의 지지층 차이다. 여론조사 결과 18~29세 응답자의 60.1%가 오 후보를 지지한다고 답했고, 박 후보를 지지한다는 응답은 21.1%에 불과했다. 30대에서도 오 후보를 지지한다는 응답은 54.8%, 박 후보 지지율은 37.8%로 나타났다. 2030은 보수정당 후보인 오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전 연령대 중 유일하게 40대는 박 후보에 더 많은 지지를 보냈다. 박 후보의 40대 지지율은 57.9%를 보였으며 오 후보에 대한 40대 지지율은 34.7%에 그쳤다. 50대에서는 오 후보가 47.1%, 박 후보가 45.2%로 접전 양상을 나타냈다.

2030 세대에서 오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급상승한 데 대해 전문가들은 공정의 가치가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배철호 리얼미터 전문위원은 “부동산 문제가 세대별, 계층별로 다르게 해석되겠지만, 20대에서는 공정하지 못하다고 보는 것”이라며 “LH 사태에서 땅 투기해서 돈 벌었다는 것보다 LH 직원이 ‘너희도 이 안에 들어오면 되는 거 아니냐’고 한 말 등에서 분노가 폭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4.7 재보궐선거 공식 선거 운동이 시작된 3월 25일 자정 서울 마포구 CU 홍대센타점에서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4·7 재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3월 25일 새벽 서울 성동구 서울메트로 군자 차량기지를 방문해 전동차 코로나19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두 후보는 공식 선거 유세가 시작된 첫날인 3월 25일 상대적으로 취약한 계층을 공략하는 데 나섰다. 박 후보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유세를 시작했고, 오 후보는 지하철 방역 업무로 유세 일정을 시작했다.

박 후보는 편의점 아르바이트 청년과 만난 자리에서 “서울시에서 20만원씩 월세를 지원해주는 정책을 할 생각”이라며 청년 공약을 소개하기도 했다.

지하철 방역 업무 유세 일정 후 강북지역 전통시장 5곳을 돌며 광폭 행보를 한 오 후보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집값 자신 있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4년 동안 우겼다”며 “박 후보가 시장이 되면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을 그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 박원순 시즌2”라고 말했다.




우리도 있어요! 거대양당 맞서는 군소정당 후보들


서울시장 재보선의 스포트라이트가 거대 양당의 맞대결로 집중된 가운데 조용한 유세를 펼치고 있는 군소정당 후보들이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는 총 13명이다. 박영선 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비롯해 기본소득당 신지혜, 국가혁명당 허경영, 미래당 오태양, 민생당 이수봉, 신자유민주연합  배영규, 여성의당 김진아, 진보당 송명숙, 무소속 정동희, 이도엽, 신지예 후보(기호 순) 등이다.
신지혜 기본소득당 후보는 ‘매달 25만원 기본소득’을 주 공약으로 걸었다. 신 후보는 서울형 기본소득·서울 재난기본소득·토지세 기본소득·탄소세 기본소득 등 이른바 ‘4대 기본소득’으로 서울시민에게 연 300만원 안정된 소득을 보장하겠다고 공약했다.

4.7재보궐선거 공식선거운동 첫 날인 3월 25일 허경영 국가혁명당 서울시장 후보가 서울시청 인근에서 출정식을 갖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사진=국가혁명당 제공
앞서 두 차례 대선 출마 이력이 있는 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대표도 후보로 나섰다. 허 후보는 미혼자에 매월 연애수당 20만원을 주는 연애공영제와 결혼·주택자금 1억5000만원 지급, 출산수당 3000만원 등 파격적인 공약을 내걸었다. 허 후보는 박영선·오세훈 후보에 이어 지지율 3위를 달리고 있다.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는 지난달 19일 후원자 모집을 시작한 지 하루 만에 무소속 후보 등록 조건인 ‘서울시민 2000명 추천 서명·기탁금 5000만원’을 달성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신 후보는 성평등 정책에서 성폭력과 혐오범죄에 무관용 원칙, 서울시민인권헌장 발표 및 동반자 등록 조례 제정, 서울시 임금격차해소 및 여남동수제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carriepy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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