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욱의 더(the) 밀리터리]‘바이퍼·아파치·무장형 마린온'…공격헬기 득실은

해병대 상륙공격헬기 ‘외국산 vs 국내개발' 논란, "성능은 외국산, 항공산업 발전 등 고려하면 국내산"

머니투데이 더리더 서동욱 기자 2020.12.05 08:30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올해 10월 경북 포항시 북구 송라면 인근 해안에서 실시된 2020호국훈련에서 해병대 항공대 마린온 헬기부대가 공중 지원에 나서고 있다./ 사진 = 뉴스1
해병대 항공단에서 운용할 상륙공격헬기 기종 선정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군 안팎에선 성능 면에서 앞서는 수입산 헬기를 도입할지, 아니면 장기적 경제성과 국내 군수산업을 고려한 국산 헬기를 사용할지를 놓고 의견이 갈린다. 

해병대는 2021년 항공단 창설을 추진 중이다. 해병대 항공단은 2개의 상륙기동헬기 대대와 1개의 상륙공격헬기 대대로 구성될 예정이다. 기동헬기는 병력의 수송을, 공격헬기는 적 표적의 타격을 주된 임무로 한다. 해병대는 2023년까지 상륙기동헬기(마린온) 30여 대를, 2026년부터 2029년까지 상륙공격헬기 20여 대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마린온은 다목적 헬기인 수리온을 기반으로 제작된 기동헬기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제작했다. 해병대는 2018년부터 마린온을 전력화하기 시작해 현재 11대의 마린온을 보유 중이다. 상륙기동헬기 2개 대대는 마린온으로 운용할 예정인데, 상륙공격헬기 1개 대대를 마린온 무장형으로 할지 아니면 외국산으로 할지 결정해야 한다. 

마린온 무장형은 아직 개발되지 않은 기체로 마린온 기체에 표적획득시스템(TADS), 공대지 미사일 등을 얹혀 공격헬기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해병대 사령관의 소신(?) 발언=해병대는 본연의 임무인 상륙작전을 위해 상륙공격헬기가 포함된 항공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사업추진 기본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현재 보유 중인 상륙정과 상륙 돌격장갑차만으로 입체적 상륙작전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해병대는 작전지역으로 이동해 전투력을 투사하는 기동군으로, 지상군과는 서로 다른 작전수행개념을 갖고 있다. 지난 10월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선 상륙공격헬기 기종 선택에 대한 해병대 사령관의 발언에 관심이 집중됐다. 

이승도 해병대 사령관은 의원과의 질의답변 과정에서 "기본적으로 해병대가 요구한 것은 공격 헬기입니다. 일부에서는 기동 헬기에다 무장을 장착한 헬기를 얘기하는데, 저희는 기동성과 생존성이 우수한 헬기, 그러다 보면 (KAI의) 마린온에 무장을 장착한 헬기가 아닌, 현재 공격 헬기로서 운용되는 헬기를 해병대에서 원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해병대 공격헬기는 우리나라 항공산업 육성을 위해 국내 개발로 기울면서 빠르면 연내 마린온 무장형이 최종 선정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이런 상황을 모를 리 없는 해병대 사령관이 국정감사장에서 외국산 공격 헬기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이다. 

결국 무기체계 획득 주무 관청인 방위사업청은 상륙공격헬기 기종 선정과 관련한 사업분석 용역을 발주,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용역 이름은 ‘상륙공격헬기 사업분석'으로 방사청은 "국회와 언론에서 국내 연구개발로 할지, 국외 구매로 할지 의견이 양분돼 있고 총사업비 변동 가능성에 대한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용역 발주 배경을 밝혔다. 용역기간은 2021년 3월까지로 이 결과에 따라 해병대 상륙공격헬기 기종이 최종 선정될 것으로 보인다.

2019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개최된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서울 ADEX 2019)' 야외 전시장에 공격헬기 AH-64가 전시돼 있다.
◇‘바이퍼·아파치·마린온 무장형 득실은=해병대 사령관 발언은 정무적 판단이 아닌 전력증강에 방점을 둔 것이다. 그만큼 외국산 공격헬기 성능이 우수하다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공격헬기는 상륙작전 시 적진 상공에서 기동부대를 근접 지원해야하고 기동헬기까지 엄호해야 한다. 

이 때문에 많은 무장을 하고 빠른 속도로 비행할 수 있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유력하게 거론되는 외국산 공격헬기는 미 해병대가 운용하고 있는 바이퍼(AH-1Z)와 미 육군의 주력 공격헬기인 아파치(AH-64) 2개 기종이다. AH-1Z은 현재 우리 육군도 보유하고 있는 코브라(AH-1)헬기의 최종 버전이다. 

코브라는 세계 최초로 실용화된 공격헬기로 육군은 적의 기갑 및 기계화부대를 공격하고 지상부대를 지원하기 위해 1976년에 처음 AH-1J 8대를 도입했다. 1988년 이후에는 성능이 향상된 AH-1S를 배치했다. 대전차미사일, 로켓, 기관포 등을 장착하고 있는데 2000년대 들어 최신 개량형인 ‘AH-1Z'가 개발되면서 미 해병대의 주력 공격헬기로 운용 중이다. 

아파치(AH-64))는 미 육군의 주력헬기로 세계 최강의 공격헬기로 평가받는다. 우리 육군이 보유한 기종은 최신예급인 AH-64E다. 육군은 2016년부터 총 36기의 아파치 헬기를 인수해 아파치 대대를 운용하고 있다. 이 헬기는 전투반경이 360km에 이른다. 주 무장은 30mm 기관포, 헬파이어 미사일 등이다. 18대로 구성된 아파치 1개 대대가 1회 출격하면 1개의 적 기갑여단을 괴멸시킬 수 있다. 

무장형 마린온은 해병대와 함참(합참?)이 요구한 작전요구성능(ROC)은 충족했지만 경쟁 기종에 비해 수직상승속도와 순항 속도가 느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장형 마린온은 애초에 공격헬기가 아닌 기동헬기로 설계된 것이어서, 무장과 방탄 능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경제성은 무장형 마린온이 낫다는 평가가 나온다. 

바이퍼의 경우 도입 가격은 대당 370억원 미만이지만 무장형 마린온은 37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30년간 운영·유지비를 고려하면 무장형 마린온을 운용하는 것이 경제적이다. 국내 산업파급 효과, 일자리 창출 효과를 얻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특히 헬기 전력증강사업과 국내 항공산업 발전을 연계해 생각하면 마린온 무장형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지난 2017년 통합화력 격멸훈련에서 AH-1S 코브라 헬기가 로켓을 발사하고 있다./사진=뉴스1
◇왜 공격헬기인가 =현대 전장에서 공격헬기는 지상전 승리의 필수 무기체계로 불린다. 공격헬기는 보병부대와 합동으로 적의 핵심시설을 무력화한다. 미국·영국·프랑스 등 다국적군이 이라크를 상대로 벌인 ‘걸프전'에서 이라크의 주요 레이더기지와 방공시설을 파괴한 ‘제1의 임무'는 고정익 폭격기가 아닌 공격용 무장헬기였다. 저공비행 헬기가 선제 타격을 하고 나서야 전폭기·미사일 등으로 폭격에 임할 수 있었다. 

유도기술이 발전하고 무장능력이 강화되면서 헬기는 지상전의 ‘게임체인저'로 부상하고 있다. ‘육군항공'으로 대변되는 한국군 헬기 전력은 주변 군사 강국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국방부가 지난해 발간한 2018 국방백서에 따르면 우리 군(육해공)이 보유한 헬기는 680여 대다. 이 중 80% 이상이 공격·기동(수송)헬기로 육군이 보유한 전력이다. 중국의 경우 육해공군 보유 헬기가 1130여 대, 일본은 600대 수준이다. 군사 강국들은 헬기전력 강화와 첨단 헬기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미국은 군 주도의 미래형 수직 이착륙기 사업을 추진 중이며 유럽은 민간 주도의 친환경 고속 헬기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러시아도 군 주도하의 고속 헬기개발에 나선 상태다. 공격헬기는 유·무인 복합체계를 구축해 생존성과 작전운용성을 대폭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공격헬기는 더욱 강력한 엔진으로 이륙중량을 높여 무기장착능력을 높이고 저소음과 스텔스 기술을 접목시켜 적지 종심에서의 작전수행 능력을 높이는 추세로 발전하고 있다”면서 "유인헬기와 무인기가 결합한 유무인 복합체계가 미래 헬기전력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sdw7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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