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학교 밖 38만명에게도 관심 가져야”

[기관장 초대석]소속 없는 자퇴 청소년 늘어…가족 등 감안한 장학금 확대 필요

머니투데이 더리더 임윤희 기자 2020.10.06 14:13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사진=한국장학재단 제공
노무현 정부 첫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가 지난 2018년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해 재단을 이끌고 있다. 한국장학재단은 국가 장학사업을 통합 운영하고 학자금 대출과 인재육성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준정부기관이다. 머니투데이 <더리더>는 대구에 위치한 장학재단을 찾아 이 이사장을 만났다. 그에게서 장학재단 운영과 비전을 들었다. 최근의 정국 이슈와 근황에 대한 얘기도 나눴다. 

이 이사장은 1950년 대구에서 태어나 경북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경제학과에서 학·석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를 지냈으며 2003년 대통령 정책실장, 2004~2005년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 2004~2006년 대통령 정책특보, 2005년 한국경제발전학회장을 역임했다. 

이 이사장은 교수 시절부터 장학사업에 관심이 많았다. 경북대 신문에 ‘성적 위주의 장학금제도, 과연 옳은가?’라는 글을 기고하기도 했다. 한국장학재단은 맞춤형 학자금 지원 체제를 구축해 경제적 여건에 관계없이 누구나 고등교육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09년 1월 한국장학재단 설립 등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그해 5월 한국장학재단이 설립됐다.
교육부 산하 정부 기관으로 집행 예산은 8조원 규모다. 대구시 1년 예산과 맞먹는 수준이다. 교육부 산하 공공기관 중 가장 큰 예산을 가지고 있다.
▲경북대 신문에 올렸던 기고문/사진= 한국장학재단


2018년 8월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취임 후 2년이 지났다. 소회를 부탁한다



한국장학재단은 할 일이 많은 곳으로 방향성이 무척 중요하다. 대학생 지원은 국가장학금 제도를 통해 많이 해결됐다. 하지만 초중고생에게는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어린 학생 중 상당수가 어려운 가정환경 때문에 학업에 전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부분을 해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형편이 좋지않은 중고등학생 지원을 위해 취임 이후 관련 부처와 협의했다. 기재부의 복권기금을 재원으로 저소득층 우수 중고등학생을 선발, 대학까지 지원하는 ‘복권기금 꿈사다리 장학금’을 시범사업으로 도입하게 됐다. 선발된 중고등학생에게 매월 25만원(중학생), 35만원(고등학생)의 장학금과 멘토링 등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잠재력은 있지만 경제 형편이 안 좋은 학생을 뽑아 지원한다. 상담 지도 교사가 1:1 멘토링을 한 내용은 기록으로 남긴다. 5년, 10년 뒤에는 어려움을 극복한 중요한 사례로 기록될 수 있다. 중고등학생들에게 혜택을 확대하는 게 옳은 방향이라고 본다. 앞으로 이런 방향으로 정부와 국회에 건의할 계획이다.



취임 이후 장학재단 시스템 중에 가장 중점적으로 변화를 주고자 노력했던 것은 무엇인가



‘4대 열린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이사회에 노동자 대표 참관제도를 도입했다. 일부 공공기관에서도 시범운영하고 있는 제도다. 노동자 대표는 의결권은 없지만 의견 제시는 가능하다.
또 ‘열린 노사협의회’를 통해 재단 운영을 투명하게 하고 있다. 직원 대표가 참여하는 노사협의회를 월 1회 하며, 여기에서 나오는 의견을 수렴해 경영에 반영하고 있다.
‘열린 이사장실’이라는 일종의 신문고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직원들이 기명이나 무기명으로 이사장에게 직접 고충을 얘기하는 제도다.
재단 사옥 1층에 ‘열린 북카페’를 열었다. 주민들에게 개방하고 동화책을 비롯한 다양한 장서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일자리 발굴을 위한 중앙취업지원센터 운영 위탁기관으로 선정됐다. 어떤 준비를 하고 계신지 궁금하다



우리 재단에서 처음 하는 일인데, 매우 중요하고 어려운 과제다. 방향성을 준비하는 단계다. 우선 기업체에게 고졸 학생을 좀 더 많이 선발하도록 권장하는 활동을 할 예정이다. 고졸자들이 취업 후 대학에 진학하면 장학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우리 사회는 대학에 대한 꿈과 높은 기대를 가지고 있는 ‘과잉 교육’의 나라다. 이러한 의식을 바꿔가는 노력도 필요하다.
미국 유학시절 우연히 알게 된 사람과 나눈 대화가 생각난다. 그는 트럭 운전수였다. 내가 하버드 대학에서 공부한다고 소개하니 대뜸 불쌍하다고 하더라. 어려운 공부를 평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은 대단히 행복하다고 말했다. 월급도 많고 시간 여유도 많아서 인생이 즐겁다고 했다. 우리와는 사고 방식이 너무 달라 충격을 받았다.



‘창업지원형 기숙사사업’이 있는데…


▲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사진=한국장학재단 제공

대학생들에 대한 교육과 지원도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그간 내실을 다져온 주거지원 기능과 멘토링 기능을 결합했다. 대학생의 취·창업 지원공간인 학생종합복지센터를 개관했다. 서울, 대전, 대구, 부산, 광주 등 5개 권역에 250여 명의 창업대학생을 무료로 입주시킬 예정이다.
공간적 기능을 넘어 가치 창출을 할 수 있는 교두보로 활용할 계획이다. 창업에 관심이 있거나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주거와 함께 사무공간, 창업지원 프로그램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창업’이라는 공통된 관심사로 모인 학생들이 서로 교류하고 소통하는 과정을 통해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방점을 두고자 한다.
250명 중에 10명만 성공해도 미래의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가 나올 수 있다고 본다. 창업은 워낙 성공 확률이 낮다. 이곳에서 실패하더라도 다른 데 가서 성공의 씨앗이 되는 경우도 있다. 장학재단의 이름으로 투자 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다.


장학금은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받는다. 명확한 기준이 중요한데



취임 이후 장학금 제도를 자세히 들여다봤다. 아쉬운 점은 장학금 지급에 가족 수에 대한 고려가 없다는 것이다. 대가족일 경우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이런 부분을 바로잡기 위해 교육부, 기재부와 계속 협의 중이다.



취임 기간 동안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학교를 다녀야 하는 10대 청소년들이 자퇴하면서 소속이 없어지는 현상이 최근 늘어나고 있다. 이런 학교 밖 청소년이 무려 38만 명 정도라고 한다. 심각한 국가 사회적 문제다. 이 청소년들을 올바르게 지도해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게 하는 것이 국가적 과제라고 본다.
장학 재단도 관심을 가지려고 한다. 대구에서 먼저 합창단을 만들었다. 훌륭한 지휘자 선생님과 함께하도록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어려움이 있지만 내년쯤 멋진 공연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프로그램을 전국적으로 확산할 계획이다.
일반 중고생뿐만 아니라 학교 밖 청소년들을 포함하는 청소년 장학사업으로 확장시키고 싶다. 사춘기 방황하는 어린 학생들에게는 멘토가 되어주고 격려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이들을 위한 제도적 개선점을 확립하려고 한다.



<불평등 한국, 복지국가를 꿈꾸다>라는 책에서 불평등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신 바 있다



당시 내 글의 제목이 ‘한국은 왜 살기 어려운 나라인가’였다. 그 이유를 3가지 꼽았다. 부동산 문제, 자산의 불평등 그리고 복지 빈약을 이유로 들었다. 정부에서도 이런 부분에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순탄하지만은 않아 보인다.
부동산 문제는 처음부터 보유세를 강화하지 않은 게 아쉽다. 부동산 정책 실패의 원인이라고 본다. 뒤늦게 강화했지만 시행이 늦춰지면서 불신이 쌓였다. 10번째 제시된 부동산 정책에서 보유세 강화 방안이 나오다 보니 국민들이 아예 믿지 않는 수준이 됐다.



한국사회를 과거 보수의 과잉, 진보의 전멸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지금의 정치지형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하다



해방 75년이 지나면서 사회가 많이 정화됐다. 부패가 줄고, 젊은 세대들이 진보를 지지하고 올라오면서 좌파 전멸의 시대는 끝났다. 지난 총선은 진보의 압승이었다.
그러나 앞으로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진보나 보수가 아닌 ‘도덕적 양심’이다. 이에 바탕을 둬야 살아남는다. 이런 면에서 우리나라의 보수와 진보는 갈 길이 아직 멀다고 본다.



코로나19로 인한 재난지원금 문제로 정치권이 들썩였다.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 논란이 여전하다. 어떻게 보고 계신지 궁금하다



북유럽은 보편 복지, 영미는 선별 복지를 추구한다. 우리나라는 영미형보다 더 강화된 선별 복지를 실현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선별주의를 줄이고 좀 더 보편주의로 가야 한다. 무상급식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나타난 보편복지 운동이었고 성공적이었다. 같은 맥락에서 재난지원금 역시 가급적 보편주의가 낫다. 우리는 선진국과 달리 소득 파악이 정확하지 않다. 선별주의는 정확한 분석이 따르지 않으면 불공평의 온상이 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1차 재난지원금 100만원을 전 국민 70%에게 선별로 지급하려다 70만원을 보편 지급했는데 이 부분은 잘했다고 본다.


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1950년 8월 대구 출생/서울대학교 경제학과 학사·석사 /하버드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박사 /경북대학교 명예교수/경북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대통령 정책특보 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대통령 비서실 정책실장/대통령 자문 빈부격차차별시정위원회 위원장/경북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0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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