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권·돈줄 쥐어야 진정한 ‘통합 특별시’

[심층리포트]‘권한 이양과 안정적 재원 마련’이 과제…주민들 지지도 필수

머니투데이 더리더 신재은, 최현승 기자 2026.04.02 09:10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X
편집자주수도권 일극체제와 지방소멸의 대안으로 부상했던 ‘광역행정통합’이 첫발을 뗐다. 전남광주통합이 본격화되며, 통합단체장 선출 및 통합특별시 출범을 앞두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균형발전 전략인 ‘5극3특’의 첫 모델이 되는 만큼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 시선이 쏠린다. 머니투데이 <더리더>는 균형발전의 모델로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안착의 조건’을 살펴본다.
▲지난 3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2회 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에서 ‘전남광주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이 재석 175인, 찬성 159인, 반대 2인, 기권 14인으로 가결됐다./사진=뉴시스
소멸 위기 극복을 위한 지자체 광역행정통합, 그 첫 사례인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현실화됐다. 지난 3월 1일 ‘전남·광주 통합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치권과 양 시·도는 6월 지방선거에서의 통합단체장 후보 선출 및 실무적 통합 절차를 밟고 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광역행정통합의 성공 사례가 될 수 있을까. 이번 통합이 수도권 집중에 대응하는 ‘5극3특’ 전략의 핵심 축으로 기능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전문가들은 행정적 통합을 넘어 권한 이양, 재정 자립을 병행해야 진정한 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조언한다.

◇통합특별시, 산업도시로 부상 기대…특례·재정지원 핵심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 1월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행정통합 인센티브 발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메가시티’로 거듭난다. 인구 320만명, 지역내총생산(GRDP) 150조원, 연 예산 25조원 규모의 ‘국내 1호’ 통합특별시다. 통합특별시는 커진 몸집에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과 각종 특례, 권한 이양을 더해 수도권에 버금가는 지자체로 자리매김한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통합특별시에 4년간 최대 20조원의 재정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방교부세와 별도로 가칭 ‘행정통합교부세’ 및 ‘행정통합지원금’을 신설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전남광주통합특별법에도 각종 특례가 담겼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광역단체장에 태양광·풍력 발전 사업 허가권을 20MW까지 확대하는 내용과 조선 산업 중점 지원 특례가 반영됐다. 아울러 △지방채 초과 발행 허용 △균형발전기금 설치 및 운영 △개발사업 추진 시 지방세 감면 등과 관련한 조항도 포함했다.

전남·광주는 2차 수도권 공공기관 이전 특례에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전남광주통합특별법에 공공기관 우선 배정을 명시하는 조항이 담긴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도 ‘집중’ 배치를 강조해서다.

양 시·도는 지역 특성을 활용하는 한편 지역 간 출혈 경쟁을 방지하는 유치 전략을 수립했다. 광주는 인공지능(AI)·그린에너지·미래차 분야를 선정했으며, 전남은 농협·수협중앙회와 한국공항공사 이전을 정부에 제안했다. 전남이 전국 최대 농·수산 생산지라는 특징과 무안국제공항 활성화 방안이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이 밖에도 두 지역이 발표한 유치 목표 기관은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마사회 등 총 40곳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주요 공공기관 이전 및 유치 가능성도 검토해 산업 기반 확충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양 시·도는 통합특별시를 미래산업도시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핵심은 △광주권 △동부권 △서부권 등 3개의 축으로 구성된 ‘반도체 클러스터’다. 광주권은 인재와 연구개발(R&D)이 진행되는 기술 생태계로 조성하고, 서부권은 첨단 반도체 생산기지로, 동부권은 피지컬AI 생태계와 반도체 팹 중심지역으로 육성하는 내용이다. 아울러 △첨단 모빌리티 △재생에너지 △항공우주산업 △석유화학·철강산업 고부가화 등 다양한 산업에 대규모 투자유치를 통해 권역별 산업 재편을 그린다.

◇지역 목소리 빠진 특별법…특례 반토막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도지사와 지역 국회의원들이 지난 2월 8일 오후 전남 무안군 국립목포대 남악캠퍼스 컨벤션홀에서 전남광주통합특별법 제정 간담회 직후 ‘과감한 재정·권한 특례 진짜 통합특별법’ 제정 촉구 결의문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특별법 통과로 통합특별시의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지만, 지역의 요구를 담은 핵심 특례는 특별법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다. 시·도가 핵심 특례로 분류한 31건 중 12건은 법안 심사 과정에서 빠졌고, 수용된 19건 중에서도 대부분이 일부 반영된 데 그쳤다. 하혜영 국회입법조사처 선임연구원은 “이번 법안은 비교적 빠르게 추진되면서 충분한 검토와 협의가 부족했던 측면이 있다”며 “그 과정에서 일부 특례가 반영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통합특별시는 특례를 활용해 지역 현안을 해결하려 했지만 무산됐다. 대표적인 것이 ‘광주 군공항 무안 이전’이다. 소음 피해와 개발 제한을 이유로 시작된 광주 군공항 이전 논의는 2007년 무안국제공항이 개항하면서 본격화됐다. 

이후 공항 이전 방식을 둘러싼 광주·전남의 이견과 적합지로 거론된 무안군의 반대가 이어지며 지역의 최대 갈등 현안으로 자리 잡았다. 양 시·도는 ‘군사시설 이전사업에 관한 특례’를 통해 군공항 이전에 필요한 초과 예산을 국비로 충당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 했으나 최종안에는 수록되지 못했다. 이 밖에도 △영농형 태양광 지구 지정 권한 이양 △광주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국비 지원 명문화 △500만㎡ 미만 개발제한구역 해제권 등도 반영되지 않았다.

특례 범위가 축소된 법안도 있다. 전남도는 ‘국립의과대학과 부속병원 설치 특례’를 요구했으나, 2030년까지 입학정원 100명의 국립의대 설립 내용만 반영됐다. 부속병원 설치 내용은 제외됐다. 전남·광주는 태양광(40MW)·풍력(100MW) 발전허가권 이양 특례를 요구했지만, 특별법에는 그 절반인 태양광 20MW, 풍력 50MW만 담겼다.

통합특별시 핵심사업의 추진 동력인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내용도 특별법안에 담기지 못했다. 특별법 초안에는 △인공지능 메가클러스터 조성 △반도체산업 특화단지 기반시설 조성 △첨단전략산업 및 국가기간산업 육성 △철도·도로 사업 등에 대한 예타 면제 특례가 포함됐으나 최종안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지역에서는 통합특별시 출범 초기 핵심 전략사업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광주전남행정통합실무준비단 관계자는 삭제된 특례 조항들에 대해 “특별법에 포함되지 못한 특례들은 총리실 산하 지원위원회를 통해 지속적으로 건의하겠다”며 “개별법 추진이나 정책·제도로 보완하는 등 현재 마련된 특별법 내 근거들을 바탕으로 후속 반영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할 수 있다’에 갇힌 권한 이양 조항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와 전용기 원내소통수석부대표, 백승아 원내대변인이 지난 1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충남·대전 통합특별법’과 ‘전남·광주 통합특별법’을 제출하고 있다./사진=뉴스1
권한 이양의 실효성을 둘러싼 우려도 있다. 특별법에는 ‘서울시에 준하는 지위를 부여한다’는 내용이 담겼지만, 권한 이양 조항 중 상당수가 ‘할 수 있다’는 재량 규정에 머물러 있다. 실제로 특별지방행정기관 사무 이관을 규정한 조항에서는 ‘특별지방행정기관의 사무를 협의를 거쳐 통합특별시에 이관할 수 있다’고만 명시해 강제성을 부여하지 않았다.

문제는 이러한 표현이 중앙정부의 지원과 권한 이양을 법적 의무가 아닌 정책적 선택의 영역으로 남겨둘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통합특별시가 출범하더라도 실제 권한 이양의 속도와 범위는 향후 정권의 기조나 각 부처의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혜수 경북대학교 행정학부 교수는 “권한 이양이 명문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 권한 이양은 정권의 지방분권 기조와 소관 부처의 협조 수준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통합특별시가 제도의 효과를 입증하며 후속 권한 확대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일시적 인센티브만으로는 한계”…자치 재정 필요
안정적인 재원 마련 또한 숙제로 남았다. 정부는 통합특별시에 연간 최대 5조원, 4년간 최대 20조원을 지원하는 방안을 발표했으나 재원이나 지급 방식에 대한 기준은 뚜렷하지 않다. 통합특별시는 인센티브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해 지방교부세 비율 상향과 국세 일부 지방세 전환, 보통교부세 직교부 등의 내용을 주장했지만 특별법에 담기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지원금이 국가보조금 중심이라면 통합특별시가 자율성을 갖고 사용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하 선임연구원은 “재정 부분이 이번 법안에 충분히 담기지 못한 부분이 아쉽다”며 “안정적인 재정 기반을 위한 후속 제도 논의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이번 특별법의 향후 과제로 ‘지방재정 구조 개편과 지속가능한 재원 마련’을 언급했다. △국세·지방세 비율의 단계적 조정 △보통교부세 장기 지원과 같은 항구적 재정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하 교수는 “정부의 재정 인센티브는 정권의 의지에 달려 있어 지속가능성과 자율성이 떨어진다”고 우려했다. 그는 “일시적인 지원보다는 지방이 스스로 재원을 조달할 수 있는 항구적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방정부가 실제로 수행하는 지방사무 비율에 맞춰 국세와 지방세율을 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방의원 정수·시청사 위치…“실질적 통합 뇌관 산적”
▲지난 2월 6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광주·전남 행정통합 찾아가는 타운홀 미팅이 열렸다. 왼쪽부터 김이강 광주 서구청장, 김영록 전남도지사, 임택 광주 동구청장, 박병규 광주 광산구청장 /사진=뉴시스
지역 갈등으로 확대될 수 있는 문제들도 산적해 있다. 민감한 사안 중 하나는 특별시청사 주 소재지다. 특별법에는 ‘전남동부청사(순천)와 무안청사, 광주청사 등 3곳에서 균형 있게 활용·운영한다’는 내용만 담았을 뿐 소재지를 적시하지 않았다. 주청사 문제가 지역의 실질적 통합을 방해하는 갈등 요소로 남았다는 우려가 나온다.

통합특별시장 예비경선 후보들은 지역 내 민감 현안인 주청사 위치에 대해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순천과 무안, 광주 청사를 고루 활용해야 한다거나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등 소극적인 입장의 후보가 대부분이다.

전문가들은 주청사 문제가 행정적 관점을 넘은 정치적 문제라는 설명이다. 이향수 한국지방자치학회장은 “이번 행정통합 과정에서 주민 의견을 직접적으로 수렴하는 과정이 부족했다”며 “주청사 위치는 단계적 의견 수렴 과정을 통해 지역 구성원의 목소리를 듣고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회의 의원 정수 불균형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인구에 비해 의원 정수 차이가 커 대표성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광주시의회는 현재 시의회 정수가 인구 비율에 맞지 않아 ‘과소 대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인구 139만명인 광주는 시의원이 23명인 반면, 인구 177만명인 전남은 도의원이 61명으로 2.6배가량 차이가 난다.

의원 정수 문제는 ‘전남과 광주의 인구 비례와 지역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내용으로 특별법 부칙에 담기는 데 그쳤다. 이 내용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인구에 비례해 의원 정수를 조정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대가 있지만 구체적인 방법을 두고는 여당 안에서도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다.

◇통합 성공의 3요소…‘협력·성과·주민 지지’
▲지난 1월 16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광주·전남 행정통합 추진 범시도민협의회 발대식이 열리고 있다. 발대식에 참여한 내빈들이 퍼포먼스와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전문가들은 광역행정통합의 성패가 외형이 아닌 과정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하 교수는 “이번 통합은 견고한 중앙집권 구조에 균열을 내고 실질적인 지방분권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권한 이양은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일이 아닌 만큼, 중앙정부와 통합특별시가 협력 체계를 갖추고 이양된 권한을 실제 성과로 연결해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통합특별시가 성공적인 모델이 되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지지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추후 법 개정을 통해 중앙정부로부터 더 많은 권한을 이양받으려면 주민 지지가 필수적이어서다. 법안에 담긴 ‘할 수 있다’는 임의규정을 실제 특례로 구체화하는 과정에서도 주민 여론은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하 선임연구관은 “통합특별시가 안정적으로 안착하고 추가 권한 이양까지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주민 지지 기반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법의 실효성은 후속 개정과 보완 과정에서 구체화될 수 있는 만큼, 7월 출범 이후에도 주민 설득과 공론화 노력을 꾸준히 이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jenny091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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