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극3특’, 한반도 방방곡곡이 사는 법

[신년기획②]행정통합 통한 초광역권 지자체 필수, ‘실질 권한’도 옮겨 가야

머니투데이 더리더 신재은 기자 2026.01.05 09:41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편집자주지방소멸과 수도권 집중현상은 장기간 해결되지 못한 국가 난제다. 역대 정부마다 균형발전을 약속했지만 격차는 오히려 벌어지고 있다. 집권 2년 차를 맞는 이재명 정부의 국가 균형발전 의지는 과거 어느 정부보다 선명하고 구체적이다. 머니투데이 <더리더>는 2026년이 균형발전의 ‘新원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짚어봤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2월 23일 부산 동구 해양수산부 청사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현판 제막식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재명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에 속도가 붙고 있다. 정부는 ‘5극3특’ 중심의 균형발전 전략을 재정립하는 한편, 지역균형·지역소멸 대응 분야 예산을 증액했다. 광역지자체의 행정통합 논의도 구체화하고 있다. 지방 거점도시의 위상과 역할을 강화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성이 모이는 분위기다.

이재명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의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강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2월 8일 열린 지방시대위원회 보고회에서 “최근 수도권 집중이 지나치게 강화되면서 이제는 성장의 잠재력을 훼손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분권과 균형발전, 자치의 강화는 대한민국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서 피할 수 없는 국가적 생존 전략이 됐다”고 강조했다.

◇‘5극3특’ 상향식 제안구조…“지역 특성 반영해야”

▲5극3특 설계도/이미지=지방시대위원회

정부의 균형발전 핵심 전략은 ‘5극3특’이다. 전국을 5개 초광역권(수도권·동남권·대경권·중부권·호남권)과 3개 특별자치도(제주·강원·전북)로 재편하고, 권역별 거점도시를 중심으로 수도권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지역의 대표 산업과 거점대학에 집중 투자해 일자리와 정주 여건을 만들어 균형발전을 이끄는 것이 정책의 지향점이다.

지방시대위원회는 ‘권역별 성장엔진’ 발굴과 광역 단위의 ‘메가특구’ 도입을 통한 대기업의 지방 투자 재배치를 강조하고 나섰다. 지역 특화산업과 연계한 메가특구, 규제프리존, 인센티브 확대 등을 결합해 기업의 지방 정착을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메가특구는 기업이 지역에 정착할 때까지 정부가 관리·지원하는 방식으로 설계해 기존 특구보다 범위와 권한이 대폭 확장될 예정이다. 더불어 지방대학 혁신으로 지역-대학 동반성장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이재명 정부의 10대 국정과제인 ‘서울대 10개 만들기’와도 연결된다. 아울러 광역철도와 간선도로망 확충 등을 통해 권역별 단일생활권을 구축하는 것도 포함된다.

전문가들은 ‘5극3특’이 지역의 주체성과 정체성을 존중하는 시스템이라고 봤다. 중앙과 지방의 관계를 ‘성장’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가진 대등하고 협력적인 파트너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이향수 건국대학교 교수(한국지방자치학회 차기회장)는 “‘균형 성장’의 측면에서 지역을 성장의 주체로 인정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다극체제에서 각 권역의 특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정책 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권역별 협의체 구성 등 구체적 방안을 만들기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기획과 예산 배분 방식에서도 이전 정부와 차이점을 찾을 수 있다. 신유호 단국대학교 정책경영대학원 교수는 “이전 정부에서는 시도 중심의 지역발전 전략을 중앙에서 내리는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지방이 권역별 특화산업을 발굴하면 중앙의 다부처가 지원하는 형태”라며 “초광역 경제권이 주체가 된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균형발전 전략의 지속가능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역대 정부가 균형발전을 외쳤지만 17개 시도, 초광역경제권, 지역행정생활권 등 공간에 대한 구분이나 정책 방향성이 계속 변했다”며 “지속가능한 정책 추진이 균형발전 성공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정부 주도의 광역 단위 행정통합…5극3특 기반 마련

▲지난 12월 12일 대전충남 행정통합특별법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대전시민 한마을 대회가 열렸다./사진제공=대전시

행정통합도 정부 차원에서 주도하고 있다. ‘5극3특’이 자리 잡기 위해선 ‘행정통합’을 통한 초광역권 지자체가 필수적이어서다. 지난 12월 18일 이 대통령이 대전·충남 지역 여당 국회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대전·충남 행정통합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피력하며 논의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다가오는 지방선거에 통합된 자치단체의 새로운 장을 뽑을 수 있게 중앙정부 차원에서 실질적이고 실효적인 행정조력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선지방자치 이후 행정통합은 기초지자체 단위에서만 진행됐다. 2010년 출범한 통합창원시(마산·창원·진해 통합)와 2014년 통합청주시(청주시·청원군 통합)가 대표적이다. 비수도권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대전·충남 △광주·전남 등 지자체 수준에서 통합 논의가 진행됐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혀 번번이 좌초됐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국회가 광역지자체 단위의 행정통합에 관심을 두고 추진한다는 점에서 이전 행정통합과 차이가 있다고 봤다. 신 교수는 “정부가 나서는 광역 간 행정통합 추진은 노무현 정부의 행정수도 이전이 품은 상징성을 이어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며 “최근 논의가 활발해진 대전·충남 통합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반면 행정통합 논의 과정에서 지역민의 목소리가 적극 반영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와 충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지난 12월 19일 공동 성명을 통해 “주민들에게 충분한 설명과 선택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며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미래가 정치적으로 소비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가능한 지역부터 행정통합을 진행하되 기본적으로 지역민들의 의견이 최우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지역민의 더 나은 삶을 만들 수 있는 방향으로 행정통합을 이끌기 위해선 주민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며 “정치적 구호에만 그치지 말고 타 지역이 벤치마킹할 수 있는 우수 사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행정수도 완성·공공기관 이전…수도권 역할 분산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해 5월 31일 오후 세종시 나성동 나무그늘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이해찬 상임고문과 함께 ‘세종 행정수도 완성 추진’이라고 적힌 패널을 들고 있다./사진=뉴시스

정부는 ‘행정수도 완성’을 강력히 추진 중이다. 현재 정부는 2030년까지 대통령 세종집무실 준공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다. 국회세종의사당 건립은 국회사무처 주도로 2033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한다. 이에 이 대통령은 2030년 준공은 너무 늦다며 ‘임기 내’ 세종집무실 준공을 위해 일정 단축을 주문했다.

세종시의 행정수도 기능 완성을 두고 여야도 초당적 입법에 나섰다. 복기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2월 22일 세종 행정수도 이전을 지원하기 위한 특별법을 공동 대표 발의했다. 여야가 국회의사당과 대통령 집무실 등 주요 헌법기관과 수도권에 남아 있는 중앙행정기관의 세종 이전을 명시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또 법안에 행정기능 이전을 넘어 정주 여건과 도시 기능을 종합적으로 갖춘 ‘완성형 행정수도’ 구축 방안이 담겼다. 국회의사당의 상임위원회 및 상설기구 중심 이전을 시작으로, 대통령 제2집무실의 상시 운영을 제도화한다는 구상이다. 이후 주요 행정기능을 세종으로 집적해 실질적 행정수도 기능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신 교수는 헌법 개정과 특별법 제정이라는 ‘투트랙 전략’을 통해 세종시가 행정수도로서 정당성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4년 관습헌법을 이유로 헌법재판소가 신행정수도특별법에 위헌 결정을 내렸지만, 헌법적 논란을 해소하고 행정수도 지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별법 제정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세종시가 진정한 행정수도로 기능하기 위해선 대통령실과 국회의 ‘완전 이전’을 목표로 해야 한다”며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은 충청권 전체의 동반 성장 전략과 연결하고, 더 나아가 5극3특 성장거점의 중심으로 역할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는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당선 직후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을 강력 추진해 완료했다. 지정학적 위치를 활용해 부산을 동북아의 대표적 경제·산업·물류 중심도시로 만들겠다는 구상에서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월 23일 개청식을 갖는 해수부 부산 임시청사에서의 현장 국무회의 자리에서 “해양수산부 이전은 국토 균형발전과 부산 도약의 중대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2027년부터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거론되는 이전 대상 공공기관 숫자는 350곳에 달한다. 올해 상반기 중에는 구체적인 공공기관 이전 로드맵이 제시될 전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공공기관 이전에 따른 주민 체감 효과가 크지 않다는 비판도 있다. 일시적 인구 증가에는 기여했으나 낮은 가족동반 이주율, 교육·문화·의료 등 질적 정주여건을 갖추지 못해 지역발전의 거점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신 교수는 “5극3특의 지역별 특장점과 궤를 같이하는 공공기관 이전이 추진돼야 한다”며 “더불어 60분생활권 구축 등 정주여건을 마련해야만 공공기관 이전의 성과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균형발전 측면에서 공공기관 이전보다 기업 유치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 교수는 “기업 유치는 일자리 증가, 청년 유입, 지역 경제 활성화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므로 획기적인 규제 완화 등을 통해 기업 이전에 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질적 권한 이양 필요”

정부는 ‘모두가 잘사는 균형성장’을 국정 목표 중 하나로 꼽으며 임기 내 국가 재편을 약속했다. 지방재정 확충으로 자치권을 강화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다. 대표적으로 지역사랑상품권 예산 확대를 추진했다. 지역사랑상품권 국비 지원 의무화에 따라 올해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지원 예산은 1조1500억원으로 확대됐다. 정부는 열악한 재정으로 지역화폐 발급에 어려움을 겪는 지자체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진정한 균형성장을 위해선 지방정부의 안정적 재원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현 정부는 국세-지방세 비율을 7:3 수준으로 상향하고 지방교부세율의 단계적 인상도 추진하겠다는 기조다.

이 교수는 “중앙정부의 과감한 권한 이양을 통해 지방에 자율성을 강화하고, 지역은 권한에 따른 책임을 갖고 지역 활성화 로드맵을 그려야 한다”며 “지방교부세율 인상에 따른 재정확보로 지방정부는 기업 규제 완화 및 기업 유치 등의 과감한 정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jenny091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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