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포 삭풍 뚫고 한반도 입맛 녹였네~

[우리 지역 명품 먹거리]영양 듬뿍 고소·쫀득한 겨울 별미, ‘전국구 식도락’ 자리매김

머니투데이 더리더 최현승 기자 2025.12.10 09:34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편집자주보성 녹차, 영광 굴비, 횡성 한우고기…. 지역마다 오랜 역사를 품고 이어져 내려온 식재료와 향토음식이 있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담긴 먹거리는 관광객을 모으고 지역 경제를 살린다. 우리 지역 경제를 살리는 농산물이나 명품 먹거리가 어떤 게 있는지 머니투데이 <더리더>가 살펴본다
▲경북 포항시 구룡포 앞바다에 널려 있는 과메기/사진제공=포항시
입동이 지나고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경북 포항시 구룡포읍 해안가에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줄지어 늘어선 덕장마다 은빛과 푸른빛을 자랑하는 꽁치와 청어들이 해풍에 몸을 맡기고 있다. ‘구룡포 과메기’의 계절이 왔음을 알리는 신호다. 널려 있는 꽁치와 청어는 영하의 날씨 속에서 밤에는 얼고 낮에는 녹기를 반복한다. 과메기는 차가운 공기와 바닷바람이 함께 만드는 겨울의 선물이다.

◇조상의 지혜에서 탄생…영양과 맛 가득한 과메기
실학자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당시엔 청어가 “수억 마리가 떼를 지어 바다를 덮을 정도”로 흔했다고 기록했다. 임진왜란 당시 조선 수군도 전투가 없을 때면 바다로 나가 청어잡이에 몰두했다.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에는 이렇게 잡은 청어를 말려 군사들의 식량으로 활용하거나 농민과 물물교환해 군량미를 확보했다는 기록이 있다.

우리 선조들은 풍부한 청어를 겨우내 저장해두고 먹기 위해 부엌 살창이나 처마 아래에 걸어 말렸다. 이때 청어의 눈을 꼬챙이로 꿰어 말렸다고 하여 ‘관목(貫目)’이라 불렀다. ‘목’이 구룡포 방언에서 ‘메기’로 발음되면서 ‘관메기’를 거쳐 오늘날의 ‘과메기’라는 이름으로 정착됐다. 1960년대 이후 청어 어획량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지금은 꽁치가 그 자리를 대신해 과메기의 대명사가 됐다.

과메기는 가공 방식에 따라 크게 ‘통마리’와 ‘배지기’로 나뉜다. 전통 방식인 ‘통마리(통과메기)’는 내장을 제거하지 않고 통째로 새끼줄에 엮어 보름 정도 그늘에서 서서히 말린다. 깊고 진한 맛이 특징이다. 반면 현대인들이 즐겨 찾는 ‘배지기(편과메기)’는 머리와 내장을 제거하고 뼈를 발라낸 뒤 3~4일간 건조해 만든다.

구룡포는 지형적으로 차가운 북서풍이 영일만과 호미곶의 능선을 넘으며 해풍으로 변한다. 영하 4℃에서 영상 10℃ 사이의 적정 온도가 유지되는 천혜의 건조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 바람과 온도가 과메기를 부패 없이 쫀득하고 고소하게 숙성시키는 핵심 비결이다.

과메기는 영하의 추위 속에서 얼고 녹는 숙성 과정을 거치며 수분은 빠지고 영양분은 농축된다. 원재료인 꽁치나 청어보다 맛과 영양이 훨씬 풍부해진다. 한국식품영양학회 김정애 교수팀 연구에 따르면 과메기 100g에 함유된 DHA와 EPA 등 오메가-3 지방산은 약 7.9g으로 나타났다. 자연 상태의 꽁치(5.8g)와 비교하면 약 36%나 더 많은 수치다. 또한 과메기는 고단백 저칼로리(100g당 178kcal) 식품이다. 칼슘 함량(100g당 120mg)은 소고기 대비 약 12배에 달한다. 풍부한 영양소 덕분에 성장기 어린이의 발육은 물론, 갱년기 여성의 뼈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

◇구룡포의 별미에서 전국이 찾는 과메기로
▲구룡포 과메기 한상 차림/사진제공=포항시
시는 구룡포 과메기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07년 ‘구룡포 과메기 산업특구’ 지정 이후 위생적인 생산 시설 확충과 현대화 사업을 지속해왔다. 소비자 신뢰를 얻기 위해 △과메기 포장재 지원 △수산물 품질 인증 △생산환경개선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했다. 또한 과메기 연구센터와 문화관을 설립해 체계적인 품질 관리와 홍보에도 힘쓰고 있다. 최근에는 혼술·혼밥족을 겨냥한 소포장 제품과 과메기 튀김, 초밥 등 다양한 레시피 개발을 통해 젊은 층의 입맛까지 사로잡고 있다.

또한 ‘포항 구룡포 과메기 축제’도 과메기를 알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 지난 11월 15일부터 16일까지 ‘제26회 포항 구룡포 과메기 축제’가 구룡포 아라광장에서 열렸다. 2만여 명이 방문한 이번 축제는 본격적인 제철을 맞아 과메기 할인 판매를 비롯해 △깜짝 경매쇼 △과메기 김밥 시식 △팔씨름 대회 등 관광객이 직접 참여하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꾸며졌다. 정철영 포항시 수산정책과장은 “많은 분이 축제장을 찾아 포항 과메기의 매력을 즐겨주셨다”며 “겨울의 맛을 더하는 과메기는 이제 시작이니 겨우내 꾸준히 찾아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hs175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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