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전북 전주시에 따르면 청년들의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전주 청년만원주택 청춘★별채’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전주에 살거나 살기를 원하는 만 19~39세 무주택 미혼 청년에게 보증금 50만원, 월세 1~3만원의 임대주택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시는 사용승인 15년 이내 다가구주택을 매입해 리모델링한 뒤, 시세의 40% 수준보다 더 낮은 임대료로 공급한다. 기본 2년 계약에 최장 10년이다. 입주 후 혼인 시 최장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청년이 곧 전주의 미래”…1300여 명 몰린 파격 임대주택
신청자 구성도 눈에 띈다. 관내 청년 비율이 72%로 높지만, 파주·제주·당진 등 외지 청년도 28%를 차지했다. 직업군은 직장인이 48%로 가장 많고, 대학생(23.1%), 취업준비생(12.9%), 아르바이트 등 기타(16%) 등으로 다양했다. 김미애 청년주거금융팀장은 “지방소멸 위기에서 청춘별채가 전주 청년의 정착을 돕는 동시에 외부 청년들이 들어오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다양한 청년들이 모여 새로운 전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김 팀장은 “청춘별채의 가장 큰 차별점은 저렴한 임대료와 장기 거주가 가능하다는 점”이라며 “시가 직접 매입해서 운영하기에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아직 부족한 부분도 있다. 높은 경쟁률이 보여주듯 수요에 비해 공급 물량이 턱없이 부족하다. 시는 내년 평화동에 신축 청춘별채 24호를 공급하는 것을 시작으로 국토교통부 청년 특화주택 공모에도 도전해 공급 확대를 추진할 방침이다.
◇주거비 걱정 덜고, 고향 정착 더했다
황씨는 독립을 고민하던 중에 SNS에서 청춘별채 홍보물을 보고 신청, 입주하게 됐다. 그는 “입주 후에 만족도가 더 높아졌다”며 “무엇보다 집 문제만큼은 크게 걱정하지 않게 된 점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본가에서 통근할 때보다 직장이나 도심 접근성이 좋고, 주변 생활 인프라도 웬만큼 갖춰져 있다”며 “청춘별채 담당자가 하자 보수나 시설 개선에 적극적으로 움직여줘 주거 환경에 대한 불만도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황씨의 고향에 대한 인식과 정착 의지도 더 단단해졌다. 그는 “고향이라 계속 살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언젠가는 수도권으로 가야 하나’ 걱정을 했다”며 “시가 청년을 위한 주거 제도를 만든 걸 보고 계속 정착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의 주변 친구들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황씨는 “다들 이런 제도가 있는지 몰랐다며 앞으로 공급 호수가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말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황씨는 2년 기본 계약 이후에도 “당연히 연장할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현재 퇴사 후 취업을 준비 중”이라며 “주거 문제가 해결됐으니 취업 준비에 더 집중할 것”이라며 “청춘별채에서 기반을 다져 전주에서 자리잡고 살아가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여행지에서 정착지로…제주 청년 품은 ‘청춘별채’
취업 준비생 신분으로 월세를 감당하기란 불가능했다. 공씨는 “월세가 저렴한 청년주택을 검색해보기 시작했고, 여러 기사와 SNS에서 청춘별채를 만났다”며 “다른 지역 청년주택보다 보증금과 월세 조건이 많이 저렴해 신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공씨는 “제주에 살 때 부산과 전주 딱 두 곳만 국내 여행을 가봤는데, 전주 한옥마을이 유독 인상 깊었다”며 “언젠가 전주에서 살아보면 어떨까 막연히 생각했는데, 청춘별채가 현실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첫 자취인 만큼 걱정도 많았다. 공씨는 “안전과 치안, 주변 편의시설, 집 상태 등 모든 게 신경 쓰였다”며 “하지만 막상 전주 생활을 시작해보니 첫 독립에 딱 맞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집 내부가 깔끔하고 혼자 살기에 좁지도 넓지도 않은 적당한 크기고 빌라 청소도 주기적으로 해주셔서 전체적으로 깨끗함이 유지된다”며 “집 근처에 편의점, 식당, 빨래방 같은 기본 시설이 다 있어서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주변의 반응도 많이 달라졌다. 공씨가 전주로 이사 간다고 했을 때는 대부분 “왜 하필 전주야? 수도권이 더 낫지 않아?”라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친구들이 집들이를 와서 동네를 직접 걸어본 뒤에는 생각이 바뀌었다고 한다. 그는 “치안도 좋고, 동네 분위기도 단정해서 ‘혼자 살기 딱 좋은 곳’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어떤 친구는 내년에 아예 전주로 이사 오고 싶다고 할 정도라 요즘 제가 전주 홍보대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청춘별채가 전주 정착의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공씨는 “솔직히 이 가격이 아니었다면 전주에 정착할 생각은 못했을 것 같다”며 “청춘별채라는 시스템 안에서 살다 보니 안전망이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설명했다. 또 “입주자 커뮤니티도 조금씩 만들어지고 있어서 타지에서도 외로움을 덜 느끼게 해준다”며 “요즘은 ‘여기서 정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진지하게 든다”고 말을 이었다.
공씨는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회사에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앞으로는 전주를 더 많이 돌아보고 새로운 친구도 사귀고 싶다”며 “미래에는 전주에 집을 마련해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그 기반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저축하는 중”이라고도 덧붙였다.
◇‘청춘별채’를 넘어…‘청년 정착 도시’를 꿈꾸는 전주
시는 청춘별채를 단순한 임대주택이 아니라 청년 정착의 시발점으로 본다. 주거비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입주 청년이 지역에서 일자리를 찾고 정착할 수 있도록 일자리·커뮤니티 정책과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현재 시는 △전주기업반 취업지원 사업 △출향청년 채용 전주기업 취업지원 사업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 사업 등으로 지역 대학·기업과 손잡고 기업의 지역 청년 채용과 장기근속을 돕고 있다. 금융산업 전문인력 양성, 창업 중심 대학 사업 등도 추진해 청년이 시 안에서 경력과 소득 기반을 쌓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입주 청년들과의 소통 채널도 확대 중이다. 시는 입주자 온라인 커뮤니티를 개설해 공지사항과 하자 보수, 생활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고 있다. 향후 △입주자 간 네트워킹 프로그램 △간담회 △소규모 모임 지원 등 오프라인 커뮤니티도 늘려갈 계획이다. 타지에서 온 청년에게는 새로운 친구와 관계망을 만드는 창구가, 지역 청년에게는 ‘함께 사는 이웃’을 느끼게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