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청년’ 만드는 성장 프로젝트

[체험 세상을 바꾸는 정책]입사지원서부터 면접까지 실전 코칭, 젊어지는 ‘익산형’ 정책

머니투데이 더리더 익산(전북)=신재은 기자 2025.12.01 09:30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편집자주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량은 ‘정책’의 기획과 실행 능력으로 평가된다. 한정된 예산으로 얼마큼 효율적인 정책을 펼치느냐에 따라 주민 삶은 크게 달라진다. 우리 동네에 ‘안심가로등’이 설치되는 것부터 출산과 양육 지원까지 모두 정책의 영역이다. ‘체험 세상을 바꾸는 정책’은 기자가 직접 정책 현장을 찾아가는 코너다.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해당 정책의 실효성을 검증한다. ‘더 좋은 정책’을 위해 대안을 제시, 독자들과 정책 대상자들에게 사랑받는 코너로 자리 잡는 게 목표다.
▲익산청년시청 전경/사진=신재은 기자
취업 시장에 뛰어들기 앞서 막연한 두려움을 갖기 쉬운 청년들. 이들이 보다 편안하고 안정적으로 사회에 발을 내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전북 익산시에서 진행되고 있다.

11월 18일 익산시 청년시청 1층에서 ‘청년성장프로젝트’의 19기 수업이 진행됐다. 이 사업은 청년의 ‘쉬었음’ 전환을 예방하고, 시의 청년정책과 연계해 구직 의욕을 높이는 프로그램이다. 18일에는 이미지 메이킹에 도움을 주는 ‘매력성장프로젝트’와 입사지원서 작성 및 실전 모의면접을 진행하는 ‘취업스킬성장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이미지 메이킹을 위한 ‘메이크업 컨설팅’이 진행되고 있다./사진=신재은 기자

“생각보다 첫인상의 힘이 강력해요. 나와 맞는 톤을 찾고 깔끔하고 신뢰를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날 이미지 메이킹 수업을 담당한 강사가 퍼스널컬러의 종류와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이어 청년들과 1:1 퍼스널컬러 진단, 메이크업 코칭을 진행했다. 청년들은 남녀 할 것 없이 나와 어울리는 이미지를 갖기 위해 1:1 컨설팅에 귀를 기울였다. 강사는 ‘어울리는 톤은 어떤 톤인지’, ‘어떤 옷과 색채를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청년들에게 친절히 안내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김세희씨(24·여)는 “취업 준비 때 화장이나 이미지 메이킹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나와 맞는 톤을 찾을 수 있어 유용했다”고 말했다.

오후에는 최신 입시지원서 트렌드를 반영한 지원서 작성, 실전 모의면접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취업을 원하지만 입사지원에 막막함을 느끼는 청년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시간이었다. 강사는 취업 준비 시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하는 요소부터 취업에 생성형 AI프로그램을 활용하는 법, 자기소개서 작성법, 면접에 대처하는 법 등을 자세히 설명했다. 강사는 그동안의 컨설팅 경험을 곁들이며 “청년들이 보통 1등한 경험만 기재하려 하는데 각종 아르바이트, 동아리 활동 등 직무와 회사에 따라 쓸 수 있는 경험은 무궁무진하다”며 위로의 말도 잊지 않았다.

이론 설명이 끝난 후에는 자기소개서 작성 및 피드백이 진행됐다. 이에 겸해 실전 모의면접 프로그램도 이어졌다. 김우리씨(39세·여)도 전공 과목과 그동안의 업무 경험 등을 바탕으로 입사지원서를 작성하고 강사의 컨설팅을 받았다. 김씨는 “기존에 해왔던 일과는 다른 새로운 분야도 생각해보고 도전해야겠다 마음먹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올해 대학을 졸업한 김세희씨는 “취업준비를 시작하며 막막하기만 했는데 강의를 들으니 입사지원서 작성의 큰 틀을 그릴 수 있게 됐다”며 “피드백 받은 것을 기반으로 집에 돌아가서도 고민해보겠다”고 했다.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8시간의 프로그램 진행 시간 동안 청년들은 지금의 나와 미래의 나를 함께 그려볼 수 있었다.

◇심리안정부터 취업지원까지…단계적 프로그램 운영

▲11월 18일 진행된 ‘청년성장프로젝트’ 수업에서 퍼스널컬러와 입사지원서 작성 프로그램이 진행됐다./사진=신재은 기자

익산 청년성장프로젝트는 자기탐색과 스트레스 관리 등을 통해 미취업 청년 등의 구직 단념을 사전에 예방하고, 취업에 도움이 되는 실질적 정보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처음 도입한 사업으로, 시 청년일자리과를 중심으로 익산고용노동지청이 협력하고, 민간위탁기관인 제이비커리어가 전문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사업 첫해엔 200명의 익산 청년이 프로그램에 지원했고, 올해는 300명이 참여했다. 시 청년일자리과 관계자는 “전년 대비 참여도가 높아 청년들에게 필요한 정책이라는 판단이 들었다”고 말했다.

청년성장프로젝트는 정서회복, 진로탐색, 취업역량 강화 등 단계적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사후멘토링 프로그램으로 멘토-멘티 매칭을 진행하며 지속적인 취업 지원 방향성을 제공하기도 한다. 청년들과 직접 소통해온 제이비커리어 담당자는 “청년들의 큰 고민은 ‘자신감 저하’와 ‘진로 방향성의 불확실성’으로 보인다”며 “단계적 프로그램을 통해 청년들이 다시 성장 흐름을 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프로그램을 계기로 사회에 한 걸음 발을 내딛은 청년도 있었다. 건강문제로 2023년부터 사회활동을 중단하고 정신과 치료를 병행하던 한 청년은 일대일 상담 과정에서 용기를 얻어 프로그램 참여를 결심했다. 적극적으로 모든 프로그램에 출석한 그 청년은 “용기를 얻고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이 제게 큰 전환점이 됐다.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을 얻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제이비커리어 담당자는 “단순한 교육 프로그램을 넘어 청년들이 스스로를 찾고 다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출발점 역할을 하고 있다”며 “프로그램을 통해 실질적인 변화를 체감했다는 청년들의 피드백을 들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청년시청’ 중심으로 정주인구 늘리기 목표

▲익산시가 지난 9월 13일 ‘2025년 청년친화헌정대상’ 종합대상을 수상했다./사진제공=익산시

익산시 청년 인구는 시 인구 26만7000여 명의 23% 수준으로 전북도에서 두 번째로 많다. 하지만 취업, 학업 등의 이유로 전출하는 청년이 늘어 수년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시는 청년 친화적인 정주환경 조성을 위해 다양한 청년정책을 펼치고 있다.

익산시 청년정책의 중심에는 ‘익산청년시청’이 있다. 취창업 지원부터 취업정책 연계 등이 청년시청에서 진행된다. 총 6층 건물을 청년 전용 공간으로 마련해 청년 공유오피스, 청년오락실, 프로그램실, 오픈키친 등으로 구성했다. 이곳에서 취업역량 강화, 문화여가활동, 소셜다이닝, 청년도전지원사업 등 취업·문화·창업·네트워킹을 한 공간에서 원스톱으로 제공하고 있다. 더불어 취업상담, 직업교육, 자격취득 지원 등 청년의 취업 준비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돕고 있으며, 문화·커뮤니티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적 네트워크 회복에도 기여하고 있다.

시는 익산만의 차별화된 청년 정책으로 정주 인구 증대를 기대하고 있다. ‘익산형근로청년수당’이 대표적이다. 시가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대표 브랜드 정책으로, 익산에 거주하는 청년 근로자에게 월 30만원을 최대 3년간 지원한다. 단순 생활비 지원을 넘어 청년이 지역 내 기업과 장기적으로 함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목적이 있다. 청년들이 체감할 수 있고, 만족감을 나타내는 정책으로 자리 잡았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창업 지원을 위해 ‘전 주기별 맞춤형 청년 창업 지원 체계’도 구축하고 있다. 시는 임대료, 드림카 구입 지원 등을 통해 초기 창업 환경 마련을 지원하고 있다. 또 익산형 위드로컬 청년창업 지원, 액셀러레이팅 등을 통해 사업화와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마지막으로 익산형 로컬 창업스쿨, 민간주도 스타트업 스케일업 실증지원, 재도전 성공패키지 등으로 네트워크 확장과 후속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이 밖에도 타 지역 청년의 익산 정착을 돕는 종합 지원 프로그램인 ‘전입 청년 정착지원 패키지’도 인기다. 생활용품부터 문화예술패스, 부동산 중개보수비와 이사비 지원까지 초기 정착비용을 줄여주고 있다.

아울러 시는 지난 7월 청년경제국과 청년일자리과를 신설하는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해 청년 정책에 힘을 싣고 있다. 정헌율 익산시장은 “우리 시는 청년이 행복해야 도시가 지속가능하다는 믿음으로 청년과 함께 정책을 설계해오고 있다”며 “앞으로도 청년이 머물고, 도전하고, 함께 성장하는 위대한 도시 익산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jenny091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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