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인정 0건 ‘급발진’, 브레이크 밟나

[주목! 서울시의회 조례]시장이 의심 사고 실태 정기적 조사, ‘피해자 덤터기’ 차단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2025.08.01 09:10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편집자주정책은 정부만의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 전 영역에 입법의 영향이 커지면서 지방의회의 위상과 역할도 날로 커지고 있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행정과 정책을 감시하는 서울시의회에 더 많은 시선이 가는 이유다. ‘더 나은 서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전국 지방의회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의원들이 어떤 조례를 발의하는지 알아본다. 시의회 의원 비율에 맞춰 각 정당이 발의한 조례를 소개한다.
▲ 지난해 2월 29일 서울 은평구 연서시장 앞에서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가해자는 급발진을 주장했다./사진=뉴시스
앞으로 급발진 의심 사고에 대한 과학적 분석 결과가 통계로 공개될 예정이다. 서울시에서 급발진 의심 사고 실태를 조사하고, 관련 통계를 공개해 대응 체계를 마련한다는 내용의 조례안이 발의됐다.

1일 시의회에 따르면 김기덕 의원(더불어민주당·마포4)이 대표 발의한 ‘서울특별시 자동차 급발진 사고 예방·지원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지난 6월 27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조례에 따라 서울시장은 급발진 의심 사고의 실태를 정기적으로 조사하고, 관련 통계를 공개해야 한다. 또 공용차량에 사고기록장치(EDR)를 시범 부착해 사고 원인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예방 대책 수립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전문가 자문과 예산 지원, 관련 기관 및 단체와의 협약 체결을 위한 법적 근거도 마련됐다.

김 의원은 “급발진 사고는 피해자가 차량 결함을 직접 입증해야 하는 구조적 한계 속에 방치돼 있었다”며 “입증이 어려운 사고일수록 공공의 개입과 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했다. 이어 “시민 누구나 안심하고 운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지방정부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급발진 의심 신고 늘어나고 있지만…인정된 사고는 0건

급발진 사고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급발진 감정은 사고를 낸 운전자가 차량 결함을 주장할 경우 이뤄지며, 정부는 1999년부터 의심 사고에 대한 차량 결함 조사 비용을 부담해왔다. 해당 차량은 경찰을 통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산하 전국 5개 조사소로 보내지고, 이곳에서 제동 장치 감식과 사고기록장치(EDR) 분석 등이 정밀하게 이뤄진다.

2022년 12월 강릉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와 2023년 서울 시청역 차량 돌진 사고 등과 같이 급발진을 주장하는 사례는 점점 늘고 있다. 국과수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감정 의뢰된 급발진 주장 사고는 114건으로 △2020년 45건 △2021년 51건 △2022년 67건 △2023년 105건 등 최근 몇 년 사이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국과수는 지금까지 단 한 건도 급발진으로 판정된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최근 5년간 감정 의뢰된 약 364건 가운데 88%는 운전자의 페달 조작 실수, 즉 가속 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한 경우로 분석됐다. 나머지 건은 차량이 크게 파손돼 정확한 원인 규명이 불가능했다.

▲김기덕 서울시의회 의원/사진제공=서울시의회
시청역 차량 돌진 사고 역시, 국과수 감정과 사고기록장치 분석 결과 운전 미숙으로 결론 났다. 강릉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에 대해서도 1심 재판부는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한 것으로 판단했다.

시의회에서는 이번 조례 개정을 계기로 급발진 사고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정책에 반영해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조례를 대표 발의한 김기덕 의원은 “지금까지는 자동차리콜센터에 의존해왔고, 지역별 실태조차 파악되지 않았다”며 “서울시가 선도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정책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8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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