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주냉면은 평양냉면, 함흥냉면과 함께 한국 3대 냉면으로 꼽힌다. 이 가운데 진주냉면은 가장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맛과 모양을 자랑한다. 평양냉면이 투박하고 슴슴한 맛으로 수수한 매력을 지녔다면, 진주냉면은 다채로운 고명과 진한 육수의 조화로 시각과 미각을 동시에 만족시킨다.
◇진한 육수와 다채로운 고명으로 대표되는 화려한 냉면
진주냉면의 핵심은 육수다. 한우 사골과 양지머리를 고아낸 진한 국물에 남해안 해산물 육수를 더해 감칠맛을 살렸다. 내륙과 해안의 풍미가 어우러진 육수는 진주의 지리적 특성을 담고 있다.
면은 메밀과 고구마 전분을 섞어 만든 반투명한 갈색 면발로 쫄깃하면서도 부드럽다. 고명도 호화롭다. 소고기 육전을 얇게 부쳐 썰고, 삶은 전복, 데친 석이버섯, 채 썬 배와 오이, 황백지단, 무절임, 김가루 등 열 가지가 넘는 재료가 층층이 올라간다. 고명의 다채로움은 진주의 화려한 식문화를 압축한 듯하다.
흥미로운 점은 북한에서도 진주냉면의 가치에 주목했다는 사실이다. 1994년 북한에서 발간한 에는 “랭면 가운데서 제일로 일러주는 것이 평양랭면과 진주랭면”이라는 문장이 등장한다. 냉면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한 북한에서도 인정할 만큼, 진주냉면의 명성과 위상은 대단했다.
◇진주의 변화와 함께 잊힌 맛, 진주냉면
진주냉면의 전성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1925년 경남도청이 부산으로 이전하면서 진주는 천여 년 동안 이어온 행정 중심지로서의 위상을 상실하며 활력을 잃었다. 1966년 진주 중앙시장 대화재로 냉면을 만들던 노포가 대거 사라지면서, 진주냉면은 역사 속으로 자취를 감추게 됐다.
소설가 이병주는 자신이 집필한 역사소설 속에서도 진주냉면을 소재로 다루며 애정을 드러냈다. 그런 그가 1978년 4월 27일자 조선일보 칼럼에서 “진주의 음식이라고 하면 우선 유명한 것이 두 가지 있었다”며 “비빔밥과 냉면. 그런데 ‘있었다’라고 과거형으로 한 덴 까닭이 있다. 그 가운데 ‘진주냉면’은 어느덧 자취를 감춰버렸기 때문이다”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잊힌 음식에서 도시의 상징으로…진주냉면의 귀환
다행히 진주냉면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1990년대 말, 지역 요리연구가들이 생존한 장인의 증언과 기록을 바탕으로 조리법 복원에 나섰다. 이후 시와 민간 단체들은 향토음식 체험 프로그램과 전통 조리법 보급 등을 통해 진주냉면의 전통 계승과 문화자원화를 위해 노력했다.
특히 시는 진주남강유등축제, 개천예술제 등 지역 대표 축제와 연계해 진주냉면을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체험 공간을 마련했다. 최근에는 로컬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진주냉면은 다시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진주냉면은 진주의 찬란한 과거와 자부심을 담은 음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6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