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불청객 ‘러브버그·팅커벨’ 막아라

[주목! 서울시의회 조례]대량 발생 곤충 확산 경로 파악, 체계적인 방제 계획 시행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2025.04.01 09:13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편집자주정책은 정부만의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 전 영역에 입법의 영향이 커지면서 지방의회의 위상과 역할도 날로 커지고 있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행정과 정책을 감시하는 서울시의회에 더 많은 시선이 가는 이유다. 의원들은 조례 발의를 통해 정책을 제안하거나 지역 현안을 해결한다. 의원들이 발의하는 조례는 전국적으로 확대되기도 한다. ‘더 나은 서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전국 지방의회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의원들이 어떤 조례를 발의하는지 알아본다. 시의회 의원 비율에 맞춰 각 정당이 발의한 조례를 소개한다.
▲서울 도심에 출몰한 붉은등우단털파리(러브버그)의 모습/사진=뉴스1
초여름부터 대거 출몰하는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나 ‘팅커벨(동양하루살이)’ 등을 방제하는 내용이 담긴 조례가 서울시의회에서 발의됐다. 의회는 대량 발생하는 곤충을 ‘대발생 곤충’으로 정의하고 체계적인 방제 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할 예정이다.

1일 의회에 따르면 윤영희 의원(국민의힘·비례)이 발의한 ‘서울특별시 대발생 곤충 관리 및 방제 지원에 관한 조례안’이 지난 3월 5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조례에는 ‘대발생 곤충’에 대해 정의하고 체계적인 관리와 방제 지원 근거를 마련한다고 명시했다. 서울시장이 체계적인 방제 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했다. 아울러 친환경적 방제를 권고하고 생태계에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 앞으로 시는 대발생 곤충이 발생하는 원인과 이들이 움직이는 확산 경로를 파악하고 감염병 매개 가능성과 위해성에 대해 조사해야 한다.

윤 의원은 “기존 법령으로는 감염병 매개 곤충이 아닌 러브버그 같은 곤충을 체계적으로 방제하기 어려웠던 만큼 이번 조례가 서울시 차원의 대응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대발생 곤충 민원 3년 사이 2배 증가…“친환경 방제 우선 시행”

러브버그와 팅커벨 등 대발생 곤충은 초여름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출몰하고 있다. 3년 사이 관련 민원도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에 따르면 러브버그 관련 민원은 2022년 4418건이었지만 2024년에는 9296건으로 두배 이상 늘었다. 아울러 2022년 자치구별 러브버그 민원의 98%가 서울의 서북권인 은평·서대문·마포구 3개 구에 집중됐지만, 2023년부터는 서울시 25개 모든 자치구에서 민원이 들어왔다.

우선 여름철 대거 등장해 사람에게 날아들거나 유리창 곳곳을 까맣게 뒤덮어 불쾌감과 혐오감을 준다는 민원이 가장 많았다. 서울연구원이 지난해 6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량 출몰하는 러브버그는 운행 중인 차량에 달라붙어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하는 등 시민 안전사고의 위험이 증가하고, 사체가 자동차 등에 쌓여 도장 부식 및 라디에이터 고장을 유발하는 등 재산상의 피해를 일으키기도 한다.

현재 감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지자체는 감염병을 매개하는 쥐, 위생해충 등에 관한 구제조치를 시행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러브버그는 토양을 기름지게 하는 역할(유충)을 하며 독성이 없고, 사람을 물거나 질병을 옮기지 않아 익충으로 분류됐다. 팅커벨도 사람을 물지 않고 전염병을 옮기지 않으며, 2급수 이상 되는 물에서 서식해 한강이 깨끗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팅커벨이나 러브버그 등 대발생 곤충은 모기, 파리와 같은 해충과는 달리 화분매개자(성충)로 알려져 있어 방제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을 내릴 수 없었던 것이다.

▲윤영희 서울시의회 의원/사진제공=서울시의회
그럼에도 시민들의 불편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연구원이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6%는 러브버그에 대해 ‘익충으로 알려졌지만 대량발생해 피해를 끼치면 해충’이라고 했다. 러브버그는 ‘공포 및 불쾌감을 유발하는 벌레’ 중 바퀴벌레(66%), 빈대(60.1%)에 이어 42.6%로 3위에 올랐다. 모기(39.2%)보다 높다. 팅커벨은 34.8%다.

의회에서는 대량 곤충에 대해 친환경 방제 방법을 우선 적용하고 시민 대처 요령 홍보 및 연구 지원을 강화할 예정이다.

윤영희 의원은 “러브버그 등 곤충으로 인한 시민 불편과 안전 문제가 심화하고 있다”며 “대발생 곤충 문제는 단순한 벌레 혐오가 아니라, 오히려 기후 위기 시대에 대비해 시민 안전과 도시 환경을 지키기 위한 보호 조례”라고 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semi4094@mt.co.kr

정책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