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레터]트럼프 스톰 시작, 손발 묶인 대한민국

머니투데이 더리더 서동욱 기자 2025.02.03 09:09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희망차게 시작해야 할 새해가 비상계엄과 탄핵사태로 인해 불안하게 출발하고 있습니다. 극단으로 치닫는 진영논리, 광기로 변질된 극렬 팬덤현상은 어느덧 우리 정치의 일상이 된 듯 합니다. 

정치인의 흉기 피습에 이어 법원 또한 습격당하는 초유의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법치주의의 훼손은 그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행위지만, 그러한 폭력의 씨앗을 여야 정치권에 의해 부추겨진 '분열 정치'에서 찾아야한다는 사실도 잊어선 안됩니다.

정국의 혼란 속에 이른바 '트럼프 스톰'이 시작되면서 우리의 경제, 외교·안보 지형에 일대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에 따라 취임 첫날부터 불법 이민자 추방, 멕시코·캐나다산 제품 추가 관세 부과 등 무차별적 행정명령 발동을 예고했습니다.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 논의 등 미국의 압박전은 중국 견제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8위 대미 무역 흑자국인 우리도 예외는 아닙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로 표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주변에서 그런 발언이 나온 적은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그 무게와 차원이 다릅니다. 한미의 공동 목표인 북핵 폐기 전략이 군축 협상 등으로 변질될 수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을 배제한 채 북·미 간에 북한 핵무기 숫자만 줄이는 ‘스몰 딜’이 이뤄지면 우리는 핵을 머리에 인 채 살아가야 합니다.

북한 비핵화 원칙이 허물어진다면 우리의 안보전략을 전면 수정해야 합니다. 우리도 실제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핵 무장론, 미국 전술핵을 한국에 배치하자는 전술핵 재배치론, 핵무기 생산능력을 확보하자는 핵 잠재력 확보론 등 그동안 논의됐던 북핵대응 시나리오를 구체화해야 할 시점에 온 것입니다.

정부는 안보 환경 변화와 관련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비상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2기 트럼프 시대의태풍이 탄핵 사태 못지 않은 위기라는 인식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sdw7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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