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헌 종로구청장이 설계하는 '1번지 종로 부활 프로젝트'

[열린 정책 소통합시다]“전통·미래 조화 이루는 ‘종로 모던’ 구현”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2025.02.03 09:16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정문헌 서울 종로구청장/사진제공=종로구청
“종로구를 어떻게 기억하세요?”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종로구를 기억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종로 1가에서 6가까지 이어진 비좁은 골목길 ‘피맛골’을 기억하는 사람에게는 맛집이 즐비한 동네로 남아 있다. 대통령이 거주하고 집무실이 있었던 청와대가 떠오르는 사람은 ‘정치·행정 1번지’로 기억한다. 재수생을 위한 입시학원과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외국어학원에 다녔던 사람들은 교육도시로, 옛 단성사와 피카디리 극장에서 영화를 즐기던 사람들과 예술인들의 사랑방 역할을 했던 인사동을 아는 사람들은 문화예술이 숨쉬는 도시로 기억한다.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변하면서 종로의 모습도 크게 변했다. 피맛골은 사라졌고 그 자리에 높은 건물이 들어섰다. 약속 장소의 성지였던 피카디리 극장은 대형 영화관으로 바뀌었다. 대통령 집무실도 용산으로 이전해 청와대는 그 모습만 남았다.

정문헌 종로구청장은 종로를 어떤 도시로 기억할까. 그에게 물으니 여전히 ‘대한민국 1번지’라고 답했다. 과거와 현대를 잇는 도시 종로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미래를 그려가겠다는 꿈도 밝혔다. 정 구청장은 “삼청동에서 태어나 초중고를 종로에서 다녔다”며 “자란 곳이자 키워준 고향으로 특별한 의미가 있는 지역”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의 종로를 되찾고, 대한민국의 심장으로 다시 재도약시켜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제17·19대 국회의원을, 2009년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에서 통일비서관을 지낸 정 구청장이 2022년 민선 8기 지방선거에서 종로구청장에 나선 이유도 ‘종로의 상징성’을 지키고 싶어서다.

정 구청장은 ‘종로모던’을 통해 역사와 문화, 전통과 미래가 조화를 이루는 정책을 구현할 예정이다. ‘종로모던’은 ‘세계의 본(本)이 되는 우리 식의 현대화 구현’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정책의 목표는 함께 번영한다는 뜻의 ‘공존공영(共存共榮)’이다. 그는 “종로모던은 정책을 실현할 때 길을 알려주는 좌표이자 방향성을 설정하는 상위 개념”이라며 “구가 추진하는 모든 사업은 종로모던이라는 큰 틀 아래 구체적으로 실현돼 주민 실생활에 적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문헌 종로구청장이 북촌특별관리지역 관광객 방문시간제한 홍보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사진제공=종로구청
◇창신·숭인동 재개발 진행하고 평창·부암동 고도제한 완화하고

서울의 중심이라는 인식과는 달리 종로는 인구감소로 인한 생활인프라 부족과 지역상권 침체, 각종 규제로 주거환경이 낙후됐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정 구청장은 “최근 10년간 종로구의 인구는 16만 명에서 14만 명 미만으로 감소했다”며 “지역사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적정한 인구 유입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젊은 층의 유입을 위해서는 문화·교육 인프라 구축과 주거환경 개선 등 다방면에 걸친 종합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며 “젊은 세대가 생활하기에 불편함이 없는 주거환경이 조성되면 인구 유입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구는 주거 환경이 낙후됐다는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재건축과 고도지구 높이 완화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는 창신·숭인동 일대 주택재개발 사업을 진행한다. 아울러 평창·부암동 일대와 경복궁 주변 지역을 중심으로 지정된 고도지구 높이 관리 기준이 완화된다. 구기·평창 고도지구는 20m에서 24m로 완화됐다.

정 구청장은 “규제 개선은 주민들의 오랜 숙원 사항이었다”며 “다른 자치구와의 형평성을 고려한 규제 완화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구에서 서울시에 각 지역의 현황을 반영한 현실적이고 유연한 높이 관리 기준을 재설정해줄 것을 꾸준히 건의한 결과 고도지구가 완화됐다”며 “앞으로 이 일대의 스카이라인이 확 바뀔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와 인사동, 대학로를 잇는 ‘문화관광벨트’도 조성된다. 청와대 개방을 계기로 평창·부암동-청와대-고궁-송현동-인사동-종묘-대학로로 이어지는 문화관광 자산들을 이어 ‘문화 1번지’의 정체성을 살리겠다는 것이다. 문화관광벨트는 관광객이 곳곳을 걸으며 관광할 수 있도록 ‘보행 중심’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정 구청장은 “청와대가 개방되면서 문화관광벨트를 조성할 수 있게 됐다”며 “이와 연계된 사업들을 하나의 콘텐츠로 즐길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는 관광객이 몰리는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으로 불편을 겪는 거주민이 없도록 관광버스 통행 제한을 시행할 예정이다. 북촌 내에 제한구역을 만들고 관광버스 통행을 제한한다. 내년 1월 본격 시행에 앞서 7월부터 시범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정 구청장은 “단체 관광객을 실은 전세버스가 마을 입구에 불법 주정차를 하는 일이 빈번했는데, 앞으로 이를 근절할 강력한 대책이 될 것”이라며 “다만 통근버스와 학교버스, 마을버스와 같은 필수 대중교통은 예외적으로 통행이 허용된다”고 했다.

◇종로복지재단 출범…복지정책 촘촘히 살핀다

지난해 9월에는 종로복지재단이 출범됐다. 정 구청장이 직접 재단 설립을 제안했다. 정 구청장은 “인구 구조와 사회 변화에 따라 주민들의 복지 수요도 다양해지고 있다”며 “이러한 변화에 유연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취임 직후 복지재단 설립을 직접 제안했다”고 밝혔다.

재단은 주민들의 복지 편의를 높이기 위해 △기부문화 활성화와 복지안전망 구축 △자원 연계로 복지 인프라 확장 △복지종사자 역량 강화 등을 토대로 ‘현장 중심 복지 정책’을 펼칠 예정이다.

정 구청장은 “재단이 출범됐으니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는 등 다양한 문제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앞으로 재단의 공신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모금사업을 진행하고, 우리 구만의 복지 특화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문헌 서울 종로구청장/사진제공=종로구청


다음은 정 구청장과의 일문일답.


-서울의 중심에 위치한 종로구는 현재 지역상권 침체, 인구 감소 등 위기를 겪고 있다
▶최근 10년 동안 구의 인구는 16만 명에서 14만 명 미만으로 감소했다. 지역사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적정한 인구 유입이 절실하다. 특히 젊은 층의 유입을 위해서는 문화·교육 인프라 구축과 주거환경 개선 등 다방면에 걸친 종합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젊은 세대가 생활하기에 불편함이 없는 주거환경이 조성되면 인구는 자연스럽게 유입될 것이다.

-개선을 위해 올해 어떤 사업이 진행되나

▶올해는 최근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창신·숭인동 일대 주택재개발 사업과 창신동 남측 재개발, 구기동 모아타운 계획 수립 등이 예정돼 있다. 역사와 문화, 전통과 미래가 조화를 이루는 정비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할 예정이다. 탑골공원 정상화 사업과 김창열 화가의 집 조성 등 종로의 역사성과 문화적 상징성을 담은 사업도 추진할 것이다. 광화문 일대가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으로 지정됨에 따라 연관 사업을 통해 ‘미래문화의 중심, 세계의 본(本)이 되는 종로’로 만들어나가겠다.

-탑골공원 정상화 사업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탑골공원은 3.1운동 시 독립선언서 낭독과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친 우리 민족의 얼이 담긴 민족사의 현장이다. 도심에 위치해 관광객, 시민들의 접근이 용이함에도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어 아쉬움이 크다. 지난 2023년, ‘서울 탑골공원 개선사업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통해 탑골공원의 중장기 개선 방안을 정립했다. 지난해에는 탑골공원의 원래 모습을 되찾기 위해 1980년대에 설치된 담장 일부를 해체하고 그간 닫혀 있던 북문·동문을 개방했다. 앞으로 원형을 회복하고, 원각사지 10층 석탑 유리보호각 제거, 기념관 건립 등을 통해 역사적인 탑골공원을 열린 시민 공원으로 만들어나갈 것이다.

-종로만의 행정, ‘종로모던’을 구정 운영 방향으로 정했다. 올해 종로모던을 대표하는 사업은 무엇인가

▶‘세대 맞춤 버스교통비 지원 사업’이다. 종로의 경우 지역적 특성상 동쪽은 지하철 노선이 발달했고 서쪽은 버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서울시의 기후동행카드나 국토교통부의 K패스는 성인과 청년층에게 혜택이 집중돼 있어 구민 전체를 아우르는 실질적 지원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종로만의 독자적인 교통비 지원 제도를 도입해 모든 세대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 별도의 카드 발급이나 복잡한 절차 없이, 최저 이용 횟수 기준도 없어 주민들에게 큰 편의와 만족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광화문광장과 세종대로 일대가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으로 지정됐다. 어떤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나
▶디지털 옥외광고물과 문화유산이 융합된 공간으로 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제적 문화·관광 허브로 발전시켜, 광화문 일대를 옥외광고와 디지털 문화예술이 결합한 세계적인 미디어 랜드마크로 조성해나갈 것이다. 이 사업은 2033년까지 3단계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현재 진행 중인 1단계 사업은 2025년까지 코리아나호텔, KT, 교보빌딩, 동아일보사옥, 일민미술관 등 총 9개소에 대형 미디어 간판을 설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4월부터 코리아나호텔에서 첫 운영을 시작하고 다음 동아일보사옥과 국호빌딩 등 나머지 지역도 순차적으로 설치를 완료할 계획이다.

▲지난해 8월 26일 탑골공원 북문·동문 개방행사에 참석한 정문헌 종로구청장(오른)과 이종찬 탑골공원 성역화 범국민추진위원장/사진제공=종로구청
-지난해 9월 ‘복지재단’이 출범됐다. 역할은 무엇인지

▶인구구조와 사회의 변화에 따라 주민들의 복지 수요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유연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을 느껴, 취임 직후 복지재단 설립을 직접 제안했다. 지난해 9월 재단을 출범했고, 구민분들의 따뜻한 관심과 참여 덕분에 짧은 시간 안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재단의 출범으로 1인 가구 증가에 대응할 수 있고,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는 등 다양한 지역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재단의 공신력을 바탕으로 한 모금 사업과 나눔 문화 확산으로 종로만의 복지 특화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구 신청사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다양한 문화재가 나올 텐데, 어떻게 해결할 예정인지

▶종로구청 신청사 건립사업은 주민과 직원들이 오랜 기간 염원한 프로젝트다. 올해 시공사를 선정하고 착공을 시작해, 2028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새롭게 건립될 종로구 신청사는 단순한 행정 시설을 넘어 다기능 복합청사로 계획되고 있다. 문화재 발굴에 대해서는 조사를 진행했는데 유구가 다수 발견된 것으로 보아 조선시대 때 수레, 말, 마구, 목장을 맡아보던 관청의 터인 ‘사복시 터’로 추정된다. 발굴된 유구를 보존하기 위해 신청사 지하층에 ‘유구전시관’을 별도로 조성할 예정이다. 신청사는 역사와 문화예술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주민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할 예정이다. 쾌적하고 효율적인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주민친화적 공간으로 거듭날 것이다. 종로의 정체성을 담은 상징적인 청사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17대·19대 국회의원을, 2009년에는 청와대 통일비서관을 역임한 바 있다. 종로와 어떤 인연이 있어 지난 지방선거 때 구청장직에 출마했나
▶통일비서관 근무 시절에는 국정의 전반적인 업무를 익혔다. 제17대와 제19대 국회의원을 지내면서 의정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국정 흐름을 큰 시야에서 바라보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지금은 종로구의 행정과 국정·시정의 조화를 이뤄내야 하는 시기다. 종로를 대한민국의 심장으로 재도약시켜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껴 지난 지방선거 때 출마했다. 선거기간 내내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종로를 새롭게 바꿔달라’는 것이었다. 저를 지지한 주민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다양한 정책과 사업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앞으로도 주민 실생활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정책사업을 통해 종로를 새롭게 바꾸고, 끊임없는 소통으로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나가겠다.

정문헌 서울 종로구청장
1966년 서울특별시 출생
위스콘신대학교 정치학 학사
시카고대학교 대학원 정책학 석사
고려대학교 대학원 정치학 박사
제17, 19대 국회의원
대통령실 외교안보수석실 통일비서관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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