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에 무슨 일이…시·의회 갈등이 불러온 '업무추진비 0원'

[이슈인사이드]국제꽃박람회·지역화폐 등 차질…4월 임시회서 추경 통과될까

머니투데이 더리더 경기 고양=홍세미 기자 2024.04.09 10:54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고양시청/사진=홍세미 기자
민선 8기 출범 이후 계속돼 온 경기 고양특례시와 고양특례시의회 간 갈등이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집행부와 의회가 대립하는 상황에서, 여야 동수로 구성된 의회 내부 마찰까지 더해지며 주요 시정에 차질이 예상된다.

9일 고양시와 고양시의회에 따르면 시의회 임시회가 지난달 4일 열렸지만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 17명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의결정족수(재적의원 과반수 출석) 미달로 올해 첫 추경 예산안 상정이 불발됐다. 고양시의회는 국민의힘과 민주당 소속 의원이 각각 17명으로 모두 34명이다. 이동환 시장은 국민의 힘 소속이다.

시가 제출한 추경안은 총 399억원 규모다. △지역사랑상품권(고양페이) 할인 비용 61억원 △고양시 전 부서 및 시의회 업무추진비 28억원 △고양도시기본계획 재수립 용역 등 연구용역비 8억원 △국립통일정보자료센터 부지 설계 변경비 8억원 등이다.

의회가 열리지 않아 추경안은 상정조차 못했고 임시회는 지난달 18일 자동 폐회됐다.

◇올해 시·의회 '업무추진비 0원' 된 사연


시와 의회의 갈등이 표면적으로 불거진 건 이동환 시장 취임 5개월 만인 2022년 11월부터다. 그해 정부는 10월 30일부터 11월 5일까지 이태원 참사 관련 국가 애도기간으로 설정했다. 이 시장이 11월 4일 해외 출장에 나서자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이 이를 비판하며 인천 국제공항 출국장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이 시장 비서실장과 민주당 시의원 간 언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1월에는 이 시장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시청사를 백석으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의회와의 갈등이 증폭됐다.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은 사전에 협의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청사 이전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이러한 갈등은 예산 문제로 번졌다. 지난해 12월 시는 2024년 시의회 의원 업무추진비를 편성하면서 2022년보다 90% 삭감해 시의회에 심의를 요청했다. 시의회는 나머지 10%마저 스스로 삭감하고 시장과 집행부 업무추진비를 전액 삭감해 버렸다. 이에 따라 2024년도 예산안에는 양측의 업무추진비, 해외출장비, 연구용역비가 포함되지 않는 상황이 벌어졌다.

시와 시의회는 지난 3월 임시회에서 추경을 통해 예산을 확보하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 전원이 불참하면서 이마저도 이뤄지지 않았다. 최규진 민주당 대표의원은 “연간 의회운영 기본일정에 3월엔 임시회만 진행되고 추경을 다룬다는 일정은 없었다”며 “집행부와 국민의힘이 일방적으로 3월 임시회에 추경을 논의하자고 했고 총선을 앞두고 예산을 통과하는 것 자체가 좋은 방향이 아니기 때문에 임시회에 불참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4월 임시회에서 고양페이 등 민생 예산이나 공무원의 업무추진비 예산안을 다룰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박현우 국민의힘 대표의원은 "이번 1차 추경에는 업무추진비나 고양페이 등 하루 빨리 통과돼야 하는 중요한 예산이 포함됐다"라며 "3월 임시회에는 참석조차 하지 않고 4월에 추경에 대해 논의한다는 것이야말로 민주당이 총선을 겨냥한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는 시민 몫…市 대표 축제 '꽃박람회' 차질


이러한 갈등으로 경기도 내 31개 시군 가운데 고양시에서만 지역화폐 지원이 중단됐다. 업무추진비가 편성되지 않아 시청 직원들이 공무수행 비용을 사비로 부담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이와 관련해 고양시공무원노조는 지난달 6일 성명을 내어 “업무추진비를 둘러싼 시장과 시의회의 소모적인 정쟁이 2년째 빚어지고 있다”며 “네 탓만 주장하며 유치한 싸움만 하느라 시민 고통이 가중하고 민생 경제가 파탄 지경에 이르렀다”고 비판했다.

당장 오는 26일 개막 예정인 고양국제꽃박람회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고양국제꽃박람회는 고양지역 대표축제로 세계 30개국, 50개 도시, 국내외 200여 개 기관·단체 등이 참여한다. 그동안 고양국제꽃박람회 재단은 5500대 규모 주차장 확보를 위해 시 소유 킨텍스 지원부지 사용료 면제동의안을 행사 전에 시의회에서 승인을 받아왔다. 이 안건이 처리되지 않으면서 고양국제꽃박람회 재단 측이 주차장 부지 사용료를 부담해야 하지만, 예산이 없는 상황이다.

고양시 관계자는 "꽃박람회 재단 유보금으로 주차장 문제를 해결하는 등 주차 대란이 없도록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그러나 국내외 내빈 의전 등에 대한 예산이 없어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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