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앞, 술·담배·소음 없는 시민광장으로

[주목! 서울시의회 조례]금연·금주 문화 조성 사업 진행, 건전한 이용 환경 조성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2024.04.01 09:48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서울역 광장 앞에서 종교단체가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홍세미 기자
# 청주공항을 통해 입국한 외국인 관광객 A씨는 서울역에 도착하자마자 생각했던 모습과는 달라 크게 실망했다. 서울역 앞 광장에서 종교 단체가 확성기를 사용하면서 집회를 열고 있었고, 노숙인들은 노상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A씨는 그런 모습들이 위협적으로 느껴져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 서울역 인근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B씨는 주변 사업자와 직장인 등 501명과 함께 탄원서를 시에 제출했다. 지나친 종교활동으로 발생하는 소음으로 주변 상인들이 정신적 피해뿐만 아니라 금전적 손해까지 발생했다는 것이다. 더불어 광장에 상주하는 노숙인들이 이용객을 방해하는 행위가 지속된다고도 했다.

서울의 관문이자 상징인 서울역 앞 광장이 정비된다. 종교단체의 소음과 술 취한 노숙인들로 인해 불편을 겪는 시민을 위해 마련된 조치다.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박영한 의원(국민의힘·중구1)이 발의한 ‘서울시 서울역광장의 건전한 이용 환경 조성을 위한 지원 조례안’이 지난 3월 8일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조례안에는 서울역 광장의 건전한 이용 환경 조성을 위해 시장이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라 서울역 광장 앞에 금연·금주 문화 조성 사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노숙인 주거와 보호 등 복지서비스 제공에 관한 사업 지원도 가능해진다. 또 서울시는 중앙정부와 코레일, 관할 경찰서, 자치구 등 관련 기관과 정기적인 회의를 열어 안전한 광장 조성을 위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조례를 대표발의한 박영한 의원은 “서울역은 하루 평균 약 60만 명이 이용하는 서울시의 교통 중심지”라며 “서울의 관문인 서울역 광장에서 종교단체 전도 소음과 노숙인들의 음주, 흡연 등으로 시민 불편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알코올중독 및 정신질환자의 강력 사건 발생이 우려되고 있는 만큼 이를 근절하기 위해 조례를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역 광장을 정비하는 내용이 담긴 조례는 의회에서 처음 발의됐다. 서울역 앞은 권리주체와 관리주체가 각각 나눠져 있어 통합적으로 관리하기 어려웠다는 게 의회의 설명이다. 의회에 따르면 서울역 광장 부지(중구 봉래동2가 122-17)는 한국철도공사 소유다. 반면 지상권자는 국토교통부다. 또 옛 서울역 건물인 문화역284 앞 광장은 문화재청이 소유하고 있다.

시민들의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단속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던 이유다. 지난 2018년 9월 27일부터 2023년 7월 3일까지 서울역 노숙인의 음주·노상 방뇨 문제를 해결해달라며 시에 제출된 민원은 17건이다. 서울역 광장 주변 직장인과 사업자 등은 노숙자와 종교 포교 활동 소음 문제로 금전적, 정신적으로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며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박영한 서울시의회 의원/사진제공=서울시의회
의회에서는 강제적으로 광장을 정비하기보다 지원과 권고 등을 통해 건전한 이용 환경을 조성할 방침이다. 조례가 노숙인 이동권이나 표현의 자유 등과 상충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의회에서는 조례 수정안에 ‘관련기관 협조’ 등을 명시하고 정기적으로 회의를 개최해 서울역 광장의 건전한 이용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서울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 관계자는 “서울역 광장의 경우 관리 주체도 분산돼 있고, 집회의 경우 표현의 자유에 침해돼 직접 규제할 수 없어 관리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최초로 철도역사광장 지원 조례안이 발의돼 그동안 제기된 서울역 주변 민원을 해결할 근거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서울역 권리주체와 관리주체 문제가 있고 다른 기관의 행정업무 협조 필요성이 제기되는 만큼 유관 기관과의 사전 협의 등 종합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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