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치원 정수장 ‘힙’한 옷 입고, ’방랑싸롱’ 재탄생

[지역의 희망, 강한 소상공인을 만나다]강한소상공인 지원사업 통해 조치원 카스테라 출시 예정

머니투데이 더리더 임윤희 기자 2024.01.26 16:52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편집자주지역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숨은 일꾼들이 있다. 지역과 상생하는 아이템, 돋보이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소상공인이 그들이다. 중소기업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강한소상공인 성장지원사업 ‘로컬브랜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역성을 기반으로 한 라이프스타일 영역의 소상공인을 발굴하고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 개발을 지원해 기업가형 소상공인으로 육성하는 프로젝트다. 머니투데이 <더리더>는 강한소상공인 성장지원사업 ‘로컬브랜드’ 선정 기업과의 인터뷰를 통해 생생하고 반짝이는 로컬브랜드의 이야기를 담았다. 본 기획은 로컬브랜드 유형을 운영한 ‘중소상공인희망재단’과 함께한다.
정재영 힙컬 대표/사진제공=힙컬

MZ세대가 소비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 것이 ‘힙(hip)함’이다. '힙'은 뻔하지 않고 독특하며 고유한 개성을 가지고 있다는 뜻으로, 식당, 카페, 여행지 모두 힙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

주식회사 힙컬은 저평가된 공간이나 지역을 힙하게 만드는 로컬 공간·콘텐츠 기획사이다. 정재영 힙컬 대표는 “‘힙하다’는 것은 결국 사람들이 흥미를 느낀다는 것이고, 우리는 그 요소를 찾아내는 다양한 활동을 한다”고 설명했다.



방랑싸롱으로 순천을 ‘힙’하게 하다


정 대표는 15년동안 여행 가이드를 하며 해외를 떠돌아다니며 ‘힙’한 장소들을 경험했다. 무려 60여 개의 나라를 돌며 다양한 문화를 접했다. 귀국해 국내 곳곳을 여행하던 정 대표는 2016년 우연히 순창의 게스트하우스에 머물게 됐다.

운명이었을까. 정 대표는 게스트하우스 주인의 제안에 게스트하우스 한 켠에 4평짜리 카페를 열었다. 그는 이 카페를 ‘방랑싸롱’이라고 이름 붙이고, ‘여행자들에게 사랑받는 공간’으로 기획했다. 여행자들을 끌어당길 이국적인 분위기도 연출했다. 떠오르는게 ‘고추장’ 뿐이던 전북 순창에 색다른 재미를 주는 방랑싸롱이 탄생했다.

정 대표는 방랑싸롱을 카페를 넘어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는 공간으로 기획했다. ‘할미넴’ 공연, 재즈공연 등 지역에서 접하기 어려운 이색 공연들이 방랑싸롱에서 열렸다. 특히 순창의 할머니들이 직접 가사를 짓고 비트를 얹어 랩(rap) 공연을 한 할미넴 공연은 지역을 넘어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KBS 전주총국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할미넴’이 제 48회 국제에미상 다큐멘터리 부문 결선에 오른 것이다. 정 대표는 “처음엔 방랑싸롱 안에서 시작했지만 곧 순창 읍내 등 여러 야외 공간으로 영역을 넓혀 공연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지역의 청년 뮤지션들은 장 대표가 펼쳐주는 기회의 공간에서 끼를 발산하는 기회를 얻었다. 이를 계기로 정 대표는 지역 청년, 지역 어르신들과의 문화적 네트워크를 키울 수 있었다.



조치원정수장, ‘카페’로 새 옷을 입다



▲조치원 정수장을 활용한 '방랑싸롱'/사진제공=힙컬

3년 전 장 대표는 순창에서 세종시 조치원으로 활동무대를 옮겼다. 1936년 만들어진 정수장을 활용해 조치원 ‘방랑싸롱’을 만들었다. 장 대표는 “일제시대 정수장이라는 오래된 가치를 훼손시키지 않으면서 조치원이 가진 고유성을 더해 매력을 뽑아냈다”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차별화된 기획력을 바탕으로 방랑싸롱을 커피를 마시는 공간을 넘어 여행자들이 모여드는 공간으로 기획하고 있다. 2021년부터 1년동안 신중년(50대 이상)을 위한 문화예술 교육 사업을 진행했고, 조치원 시장 근방에서 분기에 한 번씩 재즈 라이브 공연을 하는 등이다. 그는 “방랑싸롱 조치원정수장은 조치원의 앵커스토어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앵커스토어란 특정 상권을 대표하거나 대형 상가의 핵심이 되는 유명 점포를 뜻한다.

카페 본연의 기능에도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인스턴트 시럽을 사용하지 않고 직접 만든 시럽과 수제청 등을 사용해 품질을 높였다. 지역의 색을 담은 제품도 출시했다. 23년에는 ‘조치원 맥주’를 출시했다. 하얀 바탕에 검정과 빨강으로 ‘조치원’과 ‘방랑싸롱’을 담은 디자인이 감깍적이게 느껴진다. 장 대표는 “지역성을 나타내는 제품을 기획해 지역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지원사업 통해 빛을 본 조치원 '카스테라'


▲조치원 카스테라/사진제공=힙컬

장 대표는 방랑카페를 한 단계 성장시키기 위해 또 다른 모멘텀을 찾아냈다. 과거 조치원 역에서 판매되던 고급 디저트 중 하나인 카스테라를 제품화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소규모 제조 유통업으로 성장을 구상하고 있다.

’조치원 카스테라‘는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지원하는 강한소상공인 ’로컬브랜드‘ 유형에 선정되면서 급물살을 탔다. 장 대표는 “강한소상공인 지원사업에 선정돼 방랑싸롱의 카스테라가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됐다”며 ”제품 레시피 개발과 패키징, 마케팅까지 전반적으로 큰 도움을 받았다. 사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이 지원사업을 통해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운영기관인 중소상공인희망재단에서 준비한 역량강화 프로그램도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는 “지역혁신가로서 서로의 경험과 노하우를 나누는 시간을 통해 한층 더 성장할 수 있었고, 큰 무대에서 방랑싸롱의 사업을 소개하는 소중한 시간도 얻을 수 있었다”고 소회를 전했다.

힙컬은 2016년 순창의 4평짜리 방랑싸롱으로 시작해 법인화를 이뤘고 매해 성장해나가고 있다. 장 대표는 “이렇게 꾸준히 성장해 언젠가는 지역의 라이콘(LICORN)으로 거듭나는 것이 저의 소망”이라고 밝혔다.
jenny091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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