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이 받을 타격은 크다. 강원도에 따르면 장성광업소 폐광으로 태백시가 받을 경제적 피해는 모두 3조3000억원, 삼척 도계광업소 폐광으로 인한 피해는 약 5조6000억원이다. 지역내총생산(GRDP) 중 피해 규모가 차지하는 비중은 태백시 13.6%, 삼척시 9.6%에 이른다.
◇2조 넘는 폐광기금…“효과는 글쎄”, 지역은 소멸 위기
폐광지역의 경제 활성화를 위해 매년 폐광기금이 지원되고 있지만 실효성이 부재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폐광기금은 1995년 제정된 ‘폐광지역 개발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폐특법)’을 근거로 강원랜드가 내는 돈이다. 폐광지역 7개 시군(△강원 태백 △정선 △영월 △삼척 △경북 문경 △충남 보령 △전남 화순)이 기금을 받고 있다. 폐특법은 10년 한시법으로 제정돼 그동안 시효가 세 차례 연장됐다. 현재 시효는 2045년까지이며, 납부 금액은 강원랜드 카지노업 총 매출액의 13%다.
11월 각 지자체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24년까지 24년간 전국 폐광지역에 집행된 폐광기금은 약 2조4752억원 규모다. 지자체별로 △강원도 3637억원 △태백시 3832억원 △삼척시 3533억원 △영월군 3439억원 △정선군 3872억원 △경북 문경시 2893억원 △충남 보령시 2041억원 △전남 화순군 1502억원을 배분받았다.
문제는 기금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원도 내 폐광지역 4개 시군의 인구는 폐특법이 제정되던 1995년 기준보다 약 10만 명 넘게 줄었다. 강원연구원이 강원도 내 폐광기금 분야별 사용 비율을 조사한 결과 대체산업보다는 기반시설이나 관광진흥에 집중됐다. 폐광기금은 △기반시설 확충 △대체산업의 육성 및 기업 유치 지원 △관광·레저산업 육성 △주민소득 증대 사업 등에 사용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강원랜드가 위치한 정선군의 경우 기반시설에 39%, 환경복지에 32.1%를 사용했지만 대체산업은 14.5%에 그쳤다. 군은 정선군립도서관 건립, 공원묘지 조성 등과 같은 대규모 사업과 노후주택 개보수, 사북교 개량공사, 하수도 정비 등 생활 환경 개선에 기금을 썼지만 지역 경제 활성화에 미친 영향은 미미하다. 이 외에도 강원도, 태백, 영월 등도 대체산업 투자 비율이 30%를 넘지 못했다. 정재웅 강원도의원(더불어민주당·춘천)은 “폐광지역은 여전히 대체산업을 찾지 못해 청년은 일자리를 찾아 떠나고 고령화와 지역소멸의 우려만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관광자원에 투자해 생활인구 유입을 유도했지만 그 효과도 기대에 못 미쳤다. 각 지자체는 폐광기금으로 삼척 도계 블랙밸리CC, 정선 삼탄아트마인, 태백 동점산업단지 등 스포츠 시설을 조성하거나 보령 무창포 해수욕장 전망타워, 대천해수욕장 스카이바이크 등 관광사업에 재원을 투입하며 생활인구 유입을 기대했다. 하지만 단발성·소규모 재정 투입으로는 지역소멸을 막기에 부족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성철경 강원연구원 탄광지역발전지원센터 자문위원은 “초기 폐광기금은 기반시설 확충, 지자체장 치적 사업, 관광 진흥 등에 쓰였다. 산업 근간이 되는 대체산업 육성 투자는 미흡했다”며 “지역에 맞는 특화 사업과 기금을 매칭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금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금 활용 사업에 대한 평가 체계가 미비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로 인해 사업의 목적성과 효율성이 심층적으로 평가되지 못한 채 기금만 투입됐다는 것이다. 폐광기금의 효율적 관리·운용을 위한 강원도 폐광지역개발기금 설치 조례는 2003년 11월에 제정됐지만, 이 조례에 폐광기금의 효율적 관리·운용을 위한 조항은 포함되지 않았다. 2017년이 돼서야 중장기 계획 수립, 기금 운용 성과 분석 등의 조항이 신설됐고, 이를 근거로 2018년에 사후 성과 평가가 이뤄졌다. 7년간 사업 성과에 대한 평가 없이 운용된 것이다.
내년부터는 2026~2031년 폐광기금 5개년 중장기계획에 따라 평가 체계가 개선된다. 사전평가단계부터 폐광기금 목적과의 접합성, 지역경제 영향 등을 살펴보고, 중간평가와 사후평가도 이뤄질 예정이다. 경제 발전 기여도나 지역주민 만족도 등이 종합적으로 평가된다. 임재영 강원연구원 탄광지역발전지원센터장은 “사전, 중간, 사후 평가가 진행되면 기금 성격에 맞춰 사업의 방향성을 조정하는 등 심층적으로 사업을 들여다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일자리 창출 등 지역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탄광법 개정, “인식 개선 위해 이름부터 바꿔야”
폐광 지역의 인식 개선을 위해 명칭을 바꾸자는 움직임도 있다. 석탄산업의 사양화로 ‘폐광’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고착화되면서 지역 정체성은 물론 미래를 향한 투자와 정주 여건 개선까지 발목이 잡히고 있다는 것이다.
동해·태백·삼척·정선을 지역구로 둔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이 같은 내용을 담아 대표발의한 ‘폐특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 10월 19일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다. 이 의원은 이번 명칭 변경을 통해 지역 발전 전략에 힘을 더하고, 지역 주민들의 자긍심도 고취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 의원은 “폐광지역이 희망과 미래가 가득한 ‘석탄산업전환지역’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라며 “태백과 삼척을 비롯한 석탄산업전환지역이 대한민국 미래 에너지 산업의 중심지로 거듭날 수 있도록 끝까지 정책적·입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역맞춤 사업으로 폐광지역 살려야”…컨트롤 타워 필요
정부는 관광자원개발사업에 강원도 외 지자체를 추가하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강원도 내 폐광지역에서만 사업이 진행됐지만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해 전국 폐광지역으로 대상이 늘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보령, 화순, 문경 등은 4년간 120억을 지원받아 관광 인프라 확장에 나설 계획이다.
아울러 강원도의회에서는 폐광 지역의 기업 투자를 지원하는 조례안이 발의됐다. 지난 10월 14일 도의회 경제산업위원회는 이한영 의회운영위원장(국민의힘·태백)이 발의한 ‘강원특별자치도 폐광지역투자기업 지원 조례안’을 수정 가결했다. 폐광지역에 투자하는 이전기업, 신·증설기업, 창업기업에 대해 투자금액과 상시고용인원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투자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번 조례안을 통해 기존의 상시고용인원 10명을 7명으로 낮추고, 설비투자보조금의 30%를 지원하던 것을 40%로 늘리며 운용 여건을 완화했다.
전문가들은 폐광 지역 활성화를 위해선 사업을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폐광 지역 지자체가 사업을 진행할 때 각종 규제나 법안 상충 등의 문제에 가로막히는 사례가 있어서다. 임재영 센터장은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사업 진행을 위해서는 명문화된 거버넌스가 필요하다”며 “가령 총리 산하의 위원회가 있다면 정부 부처와의 조정을 통해 지역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역이 추진하는 특화 사업과 폐광기금을 매칭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금을 활용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