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 활용을 위한 송전로 건설이 전국적으로 추진되는 가운데 관련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적지 않다. 재생에너지 생산지가 밀집한 전북특별자치도에서도 주민들을 중심으로 대책위가 꾸려지는 한편, 전북도의회는 특위를 구성해 도민의 목소리를 모으는 등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5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전북도의회에 따르면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근거해 전력 수송을 위한 송전선로, 송전탑, 변전소가 전북도에 건설될 계획이다. 주요 사업은 △345kV(킬로볼트) 새만금~청양 송전선로 △345kV 새만금~신서산 송전선로 △345kV 군산~북천안 송전선로 △345kV 신정읍~새만금 송전선로 △345kV 신고창~새만금 송전선로 등이다.
송전망 건설은 신재생에너지 전력 활용과 맞닿아 있다. 전력망 연계를 높여 버려지는 재생에너지를 줄이는 한편 수도권 반도체 산업단지 및 대규모 전력 수요처에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 문제는 송전선로가 지나는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는 점이다. 송전망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송전망의 일방적인 구축이 지역 주민의 재산권 침해, 환경 훼손, 안전 문제와 충돌한다고 주장한다.
◇에너지 식민지화 될까…RE100 기업 유치도 방법
도의회에서는 ‘에너지 식민지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의 송전망 계획은 지역에서 생산된 에너지와 자원을 수도권으로 보내고 지역은 환경 파괴와 재산권 침해만 감내해야 하는 구조라는 이유에서다.
서난이 전북도의원(더불어민주당·전주9)은 지난 9월 8일 열린 제421회 임시회 도정질문에서 “윤석열 정부의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근거로 도내 대부분 지역을 관통하는 26개 송전선로와 8개 변전소 건설 계획이 추진 중”이라며 “도내 13개 시군을 관통하는 정부의 송전선로 건설 계획은 도민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역에서 생산된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는 계획을 도민들은 ‘에너지 식민화’라고 규정하고 있다”며 송전선로 건설 계획의 대안으로 새만금에 RE100기업 유치와 지역 내 생산 재생에너지 활용 등을 제안했다.
김정기 전북도의원(더불어민주당·부안)은 RE100 기업 유치를 제시했다. 지난 9월 17일 열린 제421회 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김 의원은 “새만금에 세계 최초 RE100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자”고 제안하며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저조한 수도권 지역 입지 여건상 대규모 재생에너지 발전 단지 조성이 어려워 이미 재생에너지 100%를 선언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RE100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정부가 RE100 달성을 위해 재생에너지를 무리하게 끌어올 경우에 발생할 문제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초고압 송전선 건설로 인한 주민 갈등과 경관 및 환경 훼손, 지역 간 불평등 심화 등 사회적 갈등과 충돌을 피할 수 없기에 새만금 RE100 기업 유치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위, “일방적 사업 추진에 주민 목소리 반영할 것”
전북도의회는 초고압 송전선로 대책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지역 주민의 의견을 취합하고 정책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특위는 정부의 송전선로 건설계획의 일방적인 추진에 대한 대책 마련과 환경 보존 및 지역주민 피해 방지를 위해 총력을 다할 목적으로 조직됐다.
특위는 지난 10월 15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국가기간전력망 지정 규탄 공동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기후시민프로젝트,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사회단체와 함께한 기자회견에서 특위는 송전선로 및 변전소 지정의 재검토를 요구하며, 에너지 전환 및 탄소 중립, 송전망 최소화에 대해 국가적 공론장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이어 국회의원회관 제4간담회의실에서 용인 국가 반도체 산단 전력 집중의 위험성 진단과 지역 RE100 산단의 과제를 주제로 진행되는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전환과 전력망 새판짜기 정책토론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특위는 에너지 전환의 정의로운 전환과 전력망 분산형 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논의하며, 여러 전문가들과 지역 주민 대표들이 함께 의견을 나눴다.
염영선 위원장(더불어민주당·정읍2)은 “이재명 정부는 ‘에너지 대전환’을 위한 재생에너지 정책을 국가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만큼 그에 맞는 송전망 구축 계획도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특히 일방적으로 사업이 추진되는 상황에서는 주민 등 이해관계자의 수용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도의회는 균형발전과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정책을 위해 적극 대응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송전선로 건설에 대한 전북도의회 의원들의 한마디를 정리했다.
△염영선 전북도의원(더불어민주당·정읍2)
“전북 대부분 시군은 경유지에 속해 산업 혜택도 없이 송전선로로 인한 산림 훼손, 경관 파괴, 전자파 피해, 지가 하락 등 심각한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특별위원회 활동을 통해 전북 내 송전선로 건설 계획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고, 투명한 추진절차와 주민의견 반영 및 피해보상을 위한 제도적 장치와 대책 마련을 위해 정부와 국회, 관련기관에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지난 5월 7일 초고압 송전선로 대책 특별위원회 첫 회의 중
△서난이 전북도의원(더불어민주당·전주9)
“현재 송전선로 건설계획은 윤석열 전 정부에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단 조성을 위해 졸속으로 수립된 것이다. 중앙집중식 송전망이 아닌 지역 주도의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에 따른 에너지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 지난 9월 8일 열린 제421회 임시회 도정질문 중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