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쳐주고 끌어주고…‘젊은 부산’ 오이소

[지자체 정책 활용법]‘디딤돌카드’로 사회진입비 지원, ‘청끌기업’ 등 일자리도 발굴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2025.11.04 09:45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편집자주인구 감소는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직면한 과제입니다. 각 지자체는 청년, 노인, 소상공인 등 다양한 주민의 필요를 반영한 맞춤형 지원책으로 지역의 활력을 되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머니투데이 <더리더>는 매달 한 곳의 지자체를 선정, 인구 감소를 극복하기 위해 주민들에게 어떤 정책과 지원책을 펼치고 있는지 자세히 소개합니다.
▲2025 하반기 지역인재 공공기관 합동채용설명회가 열린 지난 8월 26일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대강당에서 청년 구직자들이 행사장에 입장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2의 수도’로 불리던 부산이 이제는 소멸 위기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이 인구 감소의 흐름을 피하지 못하고 있지만, 부산의 인구 감소 속도는 유독 가파르다. 청년층 유출과 고령화가 맞물리면서 지역 소멸 우려가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4일 통계청과 부산시에 따르면 시의 인구는 1995년 388만 명으로 정점을 찍었으나, 200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인구 감소세에 접어들어 지난해 326만 명으로 내려앉았다. 이 결과로 부산의 16개 구·군 가운데 11개 지역이 소멸위험 지역으로 선정됐다.

특히 청년 인구 감소가 두드러진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2024년 고용 동향 브리프’에 따르면, 부산은 지난 10년간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15~29세 청년 인구 비율이 가장 가파르게 감소한 지역이다. 시의 청년 인구 비중은 2014년 6.69%에서 2023년 5.95%로 하락했다. 10년 사이 0.74%p 줄어든 것이다. 같은 기간 경북은 0.59%p, 경남은 0.56%p, 대구는 0.41%p, 울산은 0.35%p 줄었다. 반면 경기는 같은 기간 2.29%p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의 급격한 청년 인구 감소 현상에 대해 해외 언론도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2월 9일(현지시간) ‘멸종 위기: 한국 제2의 도시, 인구 재앙을 우려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부산의 인구 구조 변화를 심층 조명했다. 매체는 “번창하던 산업과 무역의 도시였던 부산이 이제는 젊은 세대의 ‘엑소더스(대탈출)’라는 고통을 겪고 있다”며 “특히 수도 서울이 국가 경제의 통제력을 강화하면서 이러한 추세가 더욱 가속화됐다”고 분석했다.

◇‘일자리’ 찾아 탈부산…10명 중 2명 ‘이주 계획 있어’


청년 인구가 꾸준히 빠져나가는 가장 큰 이유는 대학 졸업 이후 수도권으로 취업하는 사람이 많아서다. 부산을 떠난 청년 10명 중 7명이 ‘일자리 부족’을 주요 이유로 꼽았고, 부산 청년 10명 가운데 2명은 다른 지역으로의 이주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가 지난해 실시한 ‘2024 부산사회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청년(15~39세) 중 20.3%가 ‘다른 지역으로 이주할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2년 전 조사(18%)보다 2.3%p 증가한 수치다. 이들 가운데 66.5%는 ‘구직·취업·직장 문제’를 가장 큰 이유로 꼽았고, ‘학교·학원 등 교육 시설 부족’(14.7%)이 뒤를 이었다. 특히 부산을 떠날 계획을 세운 청년의 75.2%는 서울이나 수도권으로의 이주를 희망했으며, ‘울산·창원 등 동남권 지역’으로 옮기겠다는 응답은 15.9%에 그쳤다.

일자리만 있다면 상당수 청년은 여전히 ‘부산에서 일하고 싶다’고 답했다. 부산상공회의소가 2022년 6월 발표한 ‘부산지역 MZ세대 구직자와 기업의 일자리 인식 조사’에 따르면, 구직자 200명 중 77.5%가 ‘부산 취업을 희망한다’고 했다. ‘수도권 취업’을 선택한 비율은 8.0%에 불과했다.

▲부산시의 ‘2025년 청년 월드클래스 육성 사업’ 최종 대상자에 선정된 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제공=부산시
◇취업·창업 기회 제공하고, 문화 생활 편하게

이 같은 이유로 시는 청년 인구 유치와 정착을 도시 생존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청년이 머물고 싶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일자리 창출과 투자 유치, 창업 지원은 물론 주거·복지·육아 등 삶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 대책을 마련했다. 지역 인구 감소의 주요 요인으로 꼽히는 청년층 이탈을 막겠다는 전략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청년들이 ‘다시 오고 싶은 도시 부산’을 느끼게 하는 게 중요하다”며 “청년이 머물고, 즐기고, 정착하고 싶은 부산이 될 수 있도록 실질적으로 필요한 다양한 맞춤형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나가겠다”고 했다.

시는 우선 청년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 ‘구직관리 책임제’를 도입했다. 청년과 기업, 일대일 맞춤형 구직 상담의 다리를 놓아 취업이 성사되면 청년에게는 1인당 100만원(1년 이상 근속 시)의 지원금을, 해당 기업에는 연간 720만원(정규직 채용 후 1년간 고용 유지 시)의 인건비를 주는 정책이다.

구직 의욕을 상실한 청년들의 자신감 회복과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고 취·창업 활동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청년 사회진입활동비 지원사업(디딤돌카드)을 함께 시행하고 있다. 시에 거주하는 미취업 청년 1000명을 대상으로, 6개월 구직 의욕 고취를 목표로 한다.

아울러 미취업 청년의 구직 활동에 도움을 주기 위해 최대 180만원의 사회진입 활동비도 지원하고 있다. 포인트는 자격증 취득, 시험 응시료, 학원비 등 직접 구직 활동과 식비 등에 쓸 수 있다.

지역 청년과 기업 간 일자리 미스매치를 해소하기 위해 청년이끌리는기업(청끌기업) 발굴·매칭 지원사업도 있다. 청년이 선호하는 기업을 발굴·지원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한다. 올해는 청끌기업 110개사와 청년고용우수기업 5개사를 선정했으며, 총 5억원의 시비가 투입된다.

지역 청년의 근속 유지와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해 ‘부산청년 일하는 기쁨카드’, ‘기쁨두배통장’, ‘만원+문화패스’, ‘청년 주거지원 패키지’ 등 다각적인 지원 사업도 펼치고 있다. ‘부산청년 일하는 기쁨카드’ 사업은 중소기업 재직 청년의 문화·여가·자기계발·건강 분야 복지 지원을 통해 수도권과의 소득격차를 완화하기 위한 것이다. 부산 소재 중소기업에 3개월 이상 재직 중인 청년 2000명을 대상으로 1인당 100만원의 복지포인트가 지원된다.

▲지난 9월 20일 오후 청년의 날을 맞아 부산 사상구 사상그린광장에서 기념식이 열렸다. /사진제공=부산시
또한 시는 자산형성 부산청년 기쁨두배통장을 통해 소득이 불안정한 청년들의 자립기반 마련과 미래설계 지원에도 나선다. 이 사업은 부산 거주 근로청년 6000명을 대상으로 하며, 청년이 매월 10만원을 저축하면 시가 같은 금액을 1:1로 매칭 지원한다. 여기에 금융교육 등 자산관리 프로그램도 함께 제공된다.

문화향유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문화향유 부산청년 만원+문화패스’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소득과 관계없이 부산에 거주하는 청년 8500명에게 다양한 문화공연을 1만원에 관람할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한다. 청년은 공연 관람 시 1만원만 결제하면, 시가 공연기획사에 차액을 사후 보전하는 방식으로 지원한다. 지원 금액은 최대 10만원이며, 10만원권 7500명, 5만원권 1000명이 대상이다.

이와 함께 시는 청년층의 주거 부담을 덜기 위한 청년 주거지원 패키지도 시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청년층의 주거비 부담 경감을 통해 지역 정주를 유도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으며, △월세 한시 특별지원 △임차보증금 대출이자 지원 △신용회복 지원 등 다양한 세부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박 시장은 “이 같은 청년 정책들은 부산을 청년이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어가는 데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며 “시는 앞으로도 청년의 눈높이에 맞춘 일자리와 기업 맞춤형 인재 지원으로 청년과 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다양한 지원 정책을 추진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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