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비 경감 대책 의무화'로 학부모 부담 완화한다

[주목! 서울시의회 조례]위원회 설치, 공교육 강화 추진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2025.10.01 09:15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편집자주정책은 정부만의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 전 영역에 입법의 영향이 커지면서 지방의회의 위상과 역할도 날로 커지고 있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행정과 정책을 감시하는 서울시의회에 더 많은 시선이 가는 이유다. ‘더 나은 서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전국 지방의회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의원들이 어떤 조례를 발의하는지 알아본다. 시의회 의원 비율에 맞춰 각 정당이 발의한 조례를 소개한다.
▲서울 양천구 목동 학원가 모습/사진=뉴스1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A(39)씨는 만 3세 자녀를 영어유치원에 보낼지 고민 중이다. 인기 있는 ‘빅3 영어유치원’에서는 기본 지적 능력 평가와 일정 수준의 영어 실력을 요구하고 있어 입시를 다짐하면 ‘고시’ 수준의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만약 합격하면 사교육비에만 매달 250만원 이상 필요해 생활비를 따져보고 있다. A씨는 “영어유치원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다른 아이들이 다니는 것을 보니 아이를 보내지 않으면 불안할 것 같다”고 했다.


서울시의회가 사교육 과열 문제를 완화하고 공교육 경쟁력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조례안을 발의했다. 조례를 통해 학부모 부담을 완화하면서 공교육의 경쟁력을 강화해, 학생·학부모·교원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방침이다.

1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이소라 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는 ‘서울특별시교육청 사교육비 부담 완화 지원 등에 관한 조례안’을 지난 8월 11일 발의했다.

조례에는 학생의 사교육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교육감의 책무를 규정하고, 3년마다 사교육 경감 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했다. 조례가 통과되면 교육청에서는 정기적으로 사교육 실태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또한 사교육비 경감 정책을 심의·자문할 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앞으로 사교육 경감 대책을 전담하는 부서를 운영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공교육의 신뢰도를 높이고 교육 불평등을 완화해야 한다.

이 의원은 “학부모들이 아이를 학원에 보내고 싶지 않아도 다른 학생들이 다니는 것을 보며 불안감을 느껴 어쩔 수 없이 보내는 경우도 있다”며 “이로 인해 초등 저학년부터 조기 사교육이 시작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 같은 불안과 경쟁 심리가 누적돼 사교육비 규모가 연간 30조 원에 육박하고 있다”며 “특히 서울의 부담이 큰 만큼, 이를 완화하기 위해 조례안을 발의했다”고 말했다.


◇‘영재학교-특목고-의대’ 목표…‘4·7세 고시’도 등장


통계청이 지난 3월 발표한 ‘2024년 초중고사교육비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약 29조2000억원으로 전년대비 2조1000억원(7.7%) 증가했다.

특히 영유아(0~6세)에 대한 사교육 시장이 커지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 3월 공개한 ‘2024 유아 사교육비 시험 조사’에 따르면 취학 전 영유아 가구의 연간 사교육비 지출 규모는 3조3000억원으로 추정됐다. 특히 만 6세 미만 유아의 월평균 영어 사교육비는 월 41만4000원으로, 고등학생의 월평균(32만 원)보다 많았다.

최근 ‘영재학교-특목고-의대 진학’을 목표로 하는 ‘n세 고시(4세·7세 고시)’가 성행하고 있는 게 영유아 사교육 시장이 커지고 있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4세 고시’는 5세를 대상으로 한 유명 유아영어학원에 들어가기 위한 단계 테스트를 뜻한다. 7세 고시는 초등학교 입학 전 유명 초등 수학·영어학원에 입학하기 위한 시험이다.

지난 8월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유아 사교육업체 248곳을 특별 점검한 결과 사전 레벨테스트를 시행하는 학원 11곳이 적발됐다. 다만 현행법상 레벨테스트는 불법이 아니기에 교육청은 교습생 선발 방식을 추첨이나 상담 등으로 변경하도록 권하는 행정지도만 내렸다.

일각에서는 과도한 조기 사교육은 오히려 성장기 아이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한다. 아울러 극단적인 조기 사교육이 아동 인권 전반에 초래하는 문제가 크다는 의견도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8월 6일 교육부 장관에게 ‘7세 고시’ 등 과도한 영유아 사교육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조치를 마련하라는 의견을 표명했다. 아동이 누려야 할 놀이·휴식 시간을 박탈할 뿐 아니라 헌법 제10조에서 보장한 행복추구권 및 한국이 가입한 유엔 아동권리협약에도 반한다는 것이다.

▲이소라 서울시의회 의원/사진제공=서울시의회
시의회에서도 과도한 사교육으로 인한 학부모의 비용 부담을 완화하고 공교육의 경쟁력을 강화해 학생, 학부모, 교원 모두가 만족하는 교육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의원은 “사교육에 대한 정의가 법에 규정돼 있지 않은 만큼 관련 개념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현장 전문가, 학부모, 교사 등의 목소리를 듣고 조례 조항을 보완해 발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중 토론회와 공청회를 열어 여러 단체의 의견을 수렴하고, 필요하다면 조례에 수정 사항을 반영하겠다”고 덧붙였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0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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