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락부터 맥락 간과, 침소봉대까지

[AI 시대, 리더의 생각]다양한 오류 빚는 완결성 결여…반면교사 사례들

글쟁이㈜ 백우진 대표 2025.08.11 14:00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편집자주생성형 인공지능(AI)이 여러 업무에 자리 잡고 있다. AI 사용으로 업무 효율이 향상되는 가운데, AI가 생산한 자료를 받은 사람의 검수 역량이 더 중요해졌다. 의사결정의 정점에서 일하는 리더는 특히 최종 검수자의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 여기에 활용할 생각법을 공유한다. AI 답변 대용으로 주로 전문가들이 쓴 글을 검수 대상으로 다룬다.
▲백우진 글쟁이㈜ 대표
당신은 충청남도 지사로서 며칠 뒤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기숙사의 준공식에 참석한다고 하자. 대변인실에서 다음과 같은 보도자료를 보고했다.


충청남도는 KB국민은행이 건축비용을 후원한 외국인근로자쉼터를 12일 준공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성사업은 KB국민은행이 외국인 근로자 쉼터 조성에 필요한 건축비용을 후원하고 기독교대한감리회유지재단에서 조성 부지를 제공했으며 한국해비타트에서 신축공사 전반을 담당했다. 충청남도는 완공 후 외국인근로자쉼터의 안정적인 지원을 맡으며 기빙트리천사운동본부가 이 시설을 위탁 운영할 예정이다.

참여기관은 지난해 11월 외국인 근로자가 비용 부담 없이 숙식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고자 함께 뜻을 모으고 쉼터 조성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쉼터의 위치와 공사 비용 등 내용이 담긴 이후 내용 생략)


일을 제대로 하는 리더라면 이 보도자료의 중요한 누락을 채우라고 지시해야 한다. 그 누락이 무엇일까?

이 쉼터의 목적이자 역할은 외국인 근로자에게 주거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에 비추어볼 때, 이 보도자료에는 서비스 대상자인 외국인 근로자와 직접 관련된 중요한 내용이 빠졌다. 외국인 근로자 몇 명이 이 쉼터에서 숙식할 수 있는지, 즉 수용 인원이 누락됐다. 이와 밀접한 정보인 건물의 규모와 취사와 세탁 등을 위한 시설과 공간에 대한 서술도 없다.

이처럼 주요 내용이 누락되면 완결성에 구멍이 난다. 이 경우 정보 전달에 실패한다. 다른 경우에는 업무가 진행되는 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사실 누락한 서술은 곡해·악용될 소지
정확한 사고를 위해 챙겨야 할 항목인 완결성은 폭이 넓다. 이 사례처럼 주요 내용이 하나 누락된 경우가 있다. 스펙트럼 중 그 옆 자리는 사실의 일부를 실수나 고의로 빠뜨리는 바람에 그 사실이 곡해되거나 악용되는 경우가 차지한다. 이런 사례를 건강 영역에서 하나 소개한다. 

리더는 자신은 물론, 조직이나 공동체의 건강과 관련된 주장을 접한다. 다음은 ‘셀리악병’이라고 불리는 ‘만성소화장애증’에 대한 〈간호학대사전〉의 설명 전문이다.


소아지방변증(小児旨肪便症)이라고도 한다. 설사, 지방변, 체중감소를 주징(主徵)으로 하고, 완화와 재발을 반복하는 소모성질환으로 전형적인 흡수불량증후군을 나타낸다. 본 증은 소아에게서 볼 수 있고, 소맥(小麦)에 포함된 글루텐 투여로 더욱 나빠진다. 성인의 비열대성 스프루우와 동일병인에 의한 동일한 질환으로 생각된다. 때로는 빈혈, 골질환상이 주체로 되는 예도 있어 주의를 요한다. 치료는 무글루텐식(食)이 유효하며 약 80%가 잘 낫는다. 스테로이드 요법이 잘 듣는 예도 있어, 이 경우에는 글루텐부내성(不耐性)도 소실된다고 한다.


셀리악병은 잘 몰라도, ‘글루텐’과 ‘글루텐 프리’를 들어본 독자는 많겠다. 쌀에는 없는데 밀가루에는 있는 단백질인 글루텐이 셀리악병을 일으키는 등 건강에 해롭다는 오해가 널리 퍼졌다. 마음을 혹하게 하는 두 가지가 공포와 탐욕인데, 전자를 부추겨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글루텐이 소화되지 않고 장을 뚫고 들어가 암과 치매, 면역질환, 신경계 이상 등 온갖 무시무시한 질병을 일으킨다고 주장한다.

위 설명은 중요한 사실을 누락하는 바람에, 글루텐으로 인한 건강 염려증을 부추기지는 않지만, 불식하지 않았다. 온전한 설명이 되려면 셀리악병의 발생 빈도를 포함해야 한다. 

이태호 부산대 미생물학과 명예교수는 〈부산일보〉에 기고한 ‘밀가루가 내 몸의 적’에서 셀리악병은 “서양인들 사이에 1%도 되지 않는 드문 병에 해당한다”고 설명한다. 특히 “쌀이 주식인 동양인에게는 셀리악병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이상 모친은 이름이 없었기에 기구했나?
다른 유형은 맥락 또는 배경 간과다. 전하는 사실은 전부 사실이되, 그 사실을 맥락이나 배경에 비추어 다루지 않을 경우 사실이 왜곡된다. 작가 이상의 집안과 관련해 방민호 서울대 교수는 ‘기구한 환경’이라고 평가했다. 방 교수는 책 〈서울 문학 기행〉에서 이상의 수필을 근거로 들었다. 이상은 부모가 모두 (천연두를 앓아) 얼굴이 얽었고, 어머니는 친정이 없고 생일도 모르고 이름도 몰랐다고 회고했다.

방 교수는 이상 모친의 이름이 ‘박세창’이라고도 알려졌으나 호적에는 ‘박성녀’로 기록됐다고 전한다. 이어 이 이름은 ‘박 씨 성을 가진 여자’를 뜻하고, 따라서 이상 모친은 이름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요즘에는 개도 이름이 있는데, 이름이 없었다니, 참으로 기구한 처지였겠구나. 방 교수의 설명은 이런 뉘앙스를 풍길 소지가 있다.

그러나 당시 이름이 없었다는 사실은 ‘기구함’의 근거가 전혀 되지 못한다. ‘이름 없는 기구함’은 당시의 시대적 맥락에서 벗어난 판단이다. 관련 설명을 아래 인용한다.

“1910년 한일합병이 이뤄지자 일제는 여성들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것을 장려했다. 가장 큰 이유는 정보 수집을 쉽게 하기 위함이었다. 조선인들의 이름을 명확하게 만들어놓아야 행정상 감시·통제가 용이하기 때문이었다. (중략)

당시에는 일반 백성 중 대다수 여자들은 이름이 없었다. 교회나 관청에 갔을 때 이름을 물어보면 “이름이 없다”고 답했다. “그럼 성(姓)은 무엇이냐”고 묻고는 김씨면 김씨 성(姓)을 가진 여자라 하여 김성녀(金姓女), 최씨 성을 가졌으면 최(崔)씨 성을 가진 여자라 하여 최성녀(崔姓女)라 지어 주었다 한다. 

그래서 김성녀, 최성녀, 박성녀, 강성녀(姜姓女), 주성녀(朱姓女) 등등이 나왔다. 따로 이름이 없었던 보통의 여자들은 이렇게 모두 ‘성녀’가 되었다.” (출처: 송종훈, 100년 전 ‘姓女’의 전성시대, 디지털타임스, 2021.09.29.)

이 글은 이름 없이 성장한 인물로 신여성 나혜석(1896~1948)을 든다. 그의 부친 나기정은 “아들 딸 가리지 않고 신교육을 시켰지만 딸 이름은 지어주지 않았다”면서 ‘혜석’이라는 이름은 그가 18세 때인 1913년 진명여자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할 즈음에야 주어졌다”고 주장했다. 이는 정확한 사고의 항목 중 ‘사실인가?’를 적용할 대목이다. 이름 없이 학교를 다니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김달진미술연구소는 “나혜석은 진명고등보통학교를 입학하기 전까지 나아지(羅兒只)라는 이름을 사용했고, 입학 후에는 나명순(羅明順)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다가 졸업 무렵부터 나혜석이라고 이름을 쓰기 시작했다”고 전한다. 이 설명이 사실이지 싶다.

◇주장을 접할 때면 반례로 검증하라
서술하려는 대상 전체가 아니라 일부만 살펴본 뒤(상당 부분을 제외한 뒤) 결론을 내릴 경우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에 빠질 수 있음을 모르는 사람은 적다. 그러나 배움과 실행에는 격차가 있게 마련이다. 유시민 씨는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에서 “큰 성취를 남긴 과학자는 다들 수학을 잘했다”면서 “케플러가 뛰어난 수학자였다면 뉴턴보다 먼저 만유인력 법칙을 정립했을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수학에 약했던 과학자가 적지 않다. 물리학자 마이클 패러데이 등이 그런 경우다. 한편 케플러가 수학에 뛰어나지 않았다는 서술은 사실이 아니다. 케플러는 수학에서도 업적을 남겼는데, 그 가운데 가벼운 것으로는 피보나치 수열 중 인접한 두 수의 비율이 황금비에 수렴한다는 정리가 있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가 일부를 간과하거나 외면한다면, 체리 피킹은 주장에 알맞은 일부 사실만 취하는 행태이다. 언론사 기사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 기자들은 흥미로운 가설을 하나 세우고 그에 부합하는 사례를 서너 개 찾아 기사를 쓰곤 했다. 전문가들도 간혹 활용하는 기법이다.

이 대목에서 미디어 리터러시의 주요 가르침인 ‘사실과 주장을 구별하라’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분야 전문가들은 이를 실행할 방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나는 “주장에 반례가 있는지 찾아보라”는 노하우를 공유한다. 반례가 있거나 많으면 그 주장은 성급한 일반화나 체리 피킹의 오류를 범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례 단 하나 위에 주장을 세우는 경우가 있다. 성급한 일반화보다 심한 침소봉대라고 할까. 지면 제약상 예는 들지 않는다.

정확한 사고를 위해 체크할 네 가지 항목 중 하나가 ‘사실인가’이다. 그러나 그 서술이 사실이더라도 전하려고 하는 대상을 온전하게 담는 것은 아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8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hs175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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