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판단 위한 네 가지 기준

[AI 시대, 리더의 생각]범주-사례 정렬, 사실 여부, 정합성, 완결성을 따져야

글쟁이㈜ 백우진 대표 2025.07.09 09:44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편집자주생성형 인공지능(AI)이 여러 업무에 자리 잡고 있다. AI 사용으로 업무 효율이 향상되는 가운데, AI가 생산한 자료를 받은 사람의 검수 역량이 더 중요해졌다. 의사결정의 정점에서 일하는 리더는 특히 최종 검수자의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 여기에 활용할 생각법을 공유한다. AI 답변 대용으로 주로 전문가들이 쓴 글을 검수 대상으로 다룬다.
▲백우진 글쟁이㈜ 대표
#1. “결론은 단순하다. AI를 단지 소비하는 ‘수동적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 AI의 한계를 보완하고 창의적 요소를 더하는 ‘주체적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 그렇다면 궁금하다. AI에게 끌려가지 않는 방법 말이다.

첫째, AI의 판단을 맹신하면 안 된다. (중략) 반드시 맥락과 근거를 확인하고 체크해야 한다. 둘째, 인간 고유의 사고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중략) 창의적 질문과 비판적 사고가 관건이다.” (출처: 국제신문, AI, 끌려갈 것인가, 리드할 것인가?, 2025.03.03.)

#2.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인공지능(AI)을 대학 캠퍼스 생활 전반에 도입하는 방식으로 대학 교육을 전면 개편하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7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중략) 

다만 NYT는 ‘대학의 AI화’에 대한 우려 역시 크다고 지적했다. 연구 및 작문 과제를 AI에 의존할 경우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이미 발표된 바 있다.” (출처: 동아일보, 오픈AI “대학 교육 전 과정에 AI 도입”, 2025.06.09.)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인공지능(AI) 시대, 이를 활용하는 인간의 사고력, 특히 ‘비판적 사고’를 강조하는 의견이 자주 보인다. 앞에 인용한 첫째 칼럼은 AI를 잘 부리려면 비판적 사고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둘째 칼럼은 AI에 의존할수록 비판적 사고 능력이 저하된다고 걱정한다.

지식과 기법을 전하는 콘텐츠는 두 가지 요건을 갖춰야 한다. 범주와 사례다. (‘범주’ 대신 ‘유형’이나 ‘주제’라는 단어를 써도 된다. 범주와 사례는 일반과 개별, 또는 추상과 구체라고 해도 된다.) AI 시대에 한층 긴요해진 비판적 사고는 어떤 세부 범주로 나뉘고 각각에는 어떤 사례가 있나? 위에 인용된 글은 이에 대해 답하지 않았다.

필자는 국내외 전문가들이 정리한 비판적 사고 자료를 두루 살펴봤지만, 세부 범주와 해당 사례가 조리 있게 정리된 것을 찾지 못했다. 어떤 세부 범주는 비판적 사고를 벗어난 것이었고, 일부 세부 범주는 중첩되었다. 제시된 사례는 너무 기본적이어서 사고력을 키우는 데 거의 도움을 주지 못하는 종류였다. (비판적 사고에 대한 기존 논의는 이 글의 뒷부분에서 한다.)



◇기존 ‘비판적 사고’ 대신 ‘정확한 사고’ 제안


새 커피는 새 잔에. AI 시대를 맞이해 인간의 사고력을 키우려면 엉성한 틀이자 개념인 ‘비판적 사고’를 새 용어로 대체해야 한다고 필자는 판단하게 되었다. 그래서 만든 틀이자 개념이 ‘정확한 사고’다.

여기에는 네 가지 세부 범주가 있다. 첫째는 ‘범주와 사례가 정렬되는가’이다. 둘째는 제시된 사실이 정확한가이다. 셋째는 앞뒤가 들어맞는가 하는 내적 정합성이다. 넷째는 서술 대상을 온전하게 담았는가 하는 완결성이다.

세부 범주에서 정확한 사고력을 키우는 데에는 오답노트가 효과적이다. 오답노트를 통한 학습은 현실 세계에서 생각하고 판단하는 과정에서 AI와 사람의 실수와 오류를 걸러내는 데 바로 적용할 수 있다.

‘범주-사례 정렬’에 비추어 벗어난, 즉 사례가 범주 또는 주제에서 벗어난 다음 글을 읽어보자.

“(전략) 세계 기술 리더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사람 닮은 로봇’에 몰두하고 있다. 하지만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기술의 진화는 꼭 인간의 외형을 따라야만 하는 걸까? (중략) 물류창고에서는 팔도 얼굴도 없는 무인 운반차(AGV)가 정확하게 움직인다. 형태는 사람과 다르지만, 성능은 사람을 능가한다. (중략) 지금 필요한 로봇의 정의는 ‘사람 같은 로봇’이 아닌 ‘일을 잘하는 존재’이며, 우리가 진짜 준비해야 할 건 인간을 꼭 닮은 존재가 아니라 인간과 함께 일을 잘하는 존재다.” (출처: 중앙일보, 휴머노이드 열풍의 역설, 2025.06.23.)

휴머노이드는 단순반복 자동 로봇이 아닌, 사람처럼 다양한 비정형 동작을 수행하는 로봇이다. 그래서 휴머노이드는 서빙이나 돌봄, 가사와 같은 노동에 투입될 수 있다. 산업 현장에서도 아직까지 사람 손으로 처리해야 하는 공정을 담당할 수 있다.

필자는 휴머노이드라는 범주 속 이런 응용 사례는 예시하지 않은 채, “물류창고의 무인 운반차가 일을 잘하는데 왜 휴머노이드가 필요하지?”라는 질문을 던진다. 휴머노이드 열풍을 비판하려면 그 목표로 설정된 동작이 이미 기존 산업용 로봇으로도 얼마든지 구현 가능하다는 식의 현재 사례와 논리로 뒷받침했어야 했다.(물론 그런 사례는 없다.)

한편 휴머노이드가 필요하지 않다면, 이 필자가 소속된 LG전자는 물론이고 테슬라와 현대자동차 등 세계 주요 기업과 벤처기업이 왜 휴머노이드를 향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것일까?

이제 사실이 아닌 서술을 하나 예시한다.
“이집트에 진출한 나폴레옹도 영국의 인도 무역에 타격을 안기기 위해 운하 개설을 위한 조사를 했으나 지중해와 홍해의 수심차가 10m나 되었기 때문에 개설 계획을 포기하고 말았다.” (출처. 정수일, 실크로드사전, 창비)

표제어 ‘수에즈 운하’에 대한 설명의 일부다. 틀린 단어부터 바로잡는다. 지중해와 홍해의 ‘수심차’는 운하 건설을 시도하지 못하는 요인이 될 수 없다. 설령 홍해 수심이 지중해보다 100m 깊은들, 지상에서 운하를 파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수심차’가 아니라 ‘수위차’라고 썼어야 했다.

오랫동안 사람들을 지배해온 통념이 지중해와 홍해의 수위 차이가 크다는 것이었다. 나폴레옹의 판단은 이런 선입견 아래에서 이루어진 측량의 실수를 바탕으로 내려졌다. 지중해와 홍해의 수위 차이는 없었고, 그래서 수에즈운하가 범람 없이 개통되었다. 따라서 해당 문장은 ‘지중해와 홍해의 수위가 크게 차이난다는 잘못된 측량 결과 보고를 받고 계획을 포기했다’ 정도로 수정되어야 한다.



◇앞뒤가 충돌하는지 ‘정합성’ 체크 필수


내적 정합성에 어긋난 사례를 하나 공유한다. 러너가 경험하는 명상 효과인 ‘러너스 하이’에 대한 서술이다.

끝나면 마음은 가볍고 몸은 경쾌해진다. (중략) 달리다 보면 힘이 안 들고 저절로 뛰어지는 것 같은 (중략) 마치 진공을 달리는 듯 (하략) (출처: 김세희, 마음의 힘이 필요할 때 나는 달린다, 빌리버튼)

인용문 중 ‘끝나면’과 ‘달리다 보면’이 어긋난다. 정합성에 위배된다. 사실을 공유하면, 러너스 하이는 달리는 도중에 찾아온다. 이게 러너스 하이의 정의다. 러너스 하이는 달릴 때도 느낄 수 있고, 마치고 나서도 느끼는 것이 아니다.

사례를 들다 보니 원고 분량이 많이 채워졌다. 완결성은 다음에 사례와 함께 충분히 논의하기로 한다.

앞에서 미뤄둔 ‘비판적 사고’에 대한 비판적 논의를 시작한다. 〈Basic 고교생을 위한 사회 용어사전〉은 “자신의 주장에 잘못이 없는지를 엄격히 살펴보는 것으로, 사용되는 언어, 사실 확인, 가치 선택의 잘잘못 여부를 꼼꼼히 살펴보아야 한다”고 정의하고 설명한다. 이 정의와 설명 중 ‘자신의 주장’은 ‘반성적’ 사고를 가리키는 데 적합하고, ‘비판적 사고’에는 알맞지 않다. 언어가 틀렸는지를 점검하는 작업은 교열이지, 비판적 사고에 포함되지 않는다. 가치관 또한 비판의 대상이 아니다. 가치관은 그 사회적인 폐해가 명백한 극단이 아니면 폭넓게 용인된다. 여기에서 취할 설명은 ‘사실 확인’ 하나다.

〈Basic 고교생을 위한 국어 용어사전〉의 정의 또한 정리가 덜 되어 있다. 이 사전은 “비판적 독서를 하기 위해서는 비판적 사고 능력이 필요하다”면서 비판적 읽기는 “글의 정확성, 객관성, 타당성, 효용성 등을 독자가 스스로 판단하면서 읽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정확성과 객관성, 타당성은 겹치는 개념이다. 짧게 설명하면, 글이 주관적이어서 객관성이 떨어지면 정확하지 않고 타당성을 가질 수 없다. 글에 어떤 효용이 있는지는 저마다 챙길 부분이고, 이는 사고력과는 거리가 있다.

성인을 위한 사전들의 ‘비판적 사고’에 대한 설명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필자는 미국 대학 교재도 살펴봤으나 내용이 허술하고 엉성하다는 점에서는 비슷했다.

정확한 사고 역량은 정확한 독해로만 기를 수 있다. 기준은 동일하다. 정확한 독해로 정확하게 사고하는 리더가 정확한 글을 통해 바른 소통을 할 수 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7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hs175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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